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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인터뷰] 이현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과학교육 문화 풍토 개선 시급

수학 및 과학과목 비중 늘리고, 이공계 석·박사 일선 교사로 활용해야

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을 이끌어 갈 새로운 조타수로 선임된 이현구 신임 원장(68)은 국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과학교육 문화의 풍토 개선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공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해 같은 학교의 교무처장을 지내기도 한 이 원장은 다소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과학교육 문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 입시전형에서 수학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중·고등학교의 과학과목 비중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라나는 세대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적 소양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현재의 문과, 이과 구분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특히 이공계 석·박사 학위 소지자들을 일선 중·고교 교사로 진출시켜 수학과 과학과목을 담당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 편집자 註

Q. 과학기술한림원의 위상과 역할은?

A. 한림원은 정책학부, 이학부, 공학부, 농수산부 및 의약학부로 구성돼 있으며 482명의 정회원, 237명의 원로회원, 그리고 48명의 준회원과 6명의 명예회원이 있습니다. 외국인 회원도 64명이 있는데, 이들 중 34명은 노벨상 수상자입니다.

한림원의 가장 주요한 기능과 역할은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자문입니다. 또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과제를 발굴하고 검토해 정책건의는 물론 과학기술 대중화도 이끌고 있습니다.

Q. 한림원의 위상과 역할에 비해 활동은 좀 뜸한 것 같은데.

A. 한림원의 회원들은 국내 과학기술 분야의 최고 석학들입니다. 과학기술 자체는 물론 과학교육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들이죠. 실제 지금도 저술활동, 연구자료 조사, 전공분야의 발전추이 분석,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방문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문제는 그 같은 활동의 폭이 좁다는 것인데, 이는 예산을 비롯한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스웨덴을 비롯한 외국의 한림원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Q. 신임 원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A. 과학교육 문화의 풍토 개선입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전제돼야 하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교육 문화의 풍토가 바뀌어야 합니다.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특이한 의식구조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과학교육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Q. 국내 과학교육 문화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A. 우선 초·중·고교의 과학교육이 이론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흥미와 재미를 유발시키지 못하고, 이는 곧바로 과학과목에 대한 기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틀에 박힌 교사들의 교수법도 물론 문제가 많고요.

이 같은 상황은 입시정책으로 인해 더욱 증폭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수학과 과학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는 안됩니다. 수학을 대학 입시전형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중·고교 과정에서도 과학과목의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의 문과, 이과 분리 교육을 반대합니다. 고등학교의 교육은 건전한 사회인을 양성하기 위한 바탕이 되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종합적인 균형을 갖추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전반적인 사회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그 외에 다른 방안이 있다면?

A. 수학과 과학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그 지역의 대학에서 과목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이수한 학점을 대학 진학 후에 인정해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특히 이공계 석·박사 학위 소지자들을 일선 초·중·고교 교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들에게 수학과 과학의 교과목을 담당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주고, 재미없는 원리 중심의 교육보다 흥미와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실험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요즘 이공계 기피현상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A.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선진국에서도 왕왕 일어나는 일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특이한 사회의식 구조에서 비롯되는 면이 있어 단시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공계를 전공한 사람들의 자세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현재 이공계의 인력 수요는 인문계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고 봅니다.

취업 기회가 적지 않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들은 학교나 연구소에만 머물러 있으려고 합니다. 기업으로 가더라도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은 기피하죠. 그래서는 안됩니다.

Q. 이공계 출신이 은행이나 증권 등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바꾸는 것은 어떻게 보시는지?

A.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선택한 학생은 물론 이공계를 졸업한 대학 졸업생조차 의사가 되려고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 사회 등 각 분야로 폭 넓게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을 전공한 사람은 연구원 생활을 하거나 산업현장으로 진출하게 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기반사회가 되면서 과학기술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 증권 등 각 분야에서 과학기술인의 수요가 새롭게 창출되고 있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과학기술 인력이 진출, 새로운 방식의 생산성을 창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하지만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유출될 경우 자칫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A.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젊은 세대의 연구 인력이 꾸준하게 뒤를 이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공계 출신들의 자긍심 제고는 물론 경제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과학기술부에서는 현재 요람에서 황혼까지 과학기술인들을 전주기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세워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일입니다.

Q.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중·고교에서 수학 성적이 부진하거나 과학 과목의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과학에 적성이 없다고 평가하고 따라서 본인도 그렇다고 생각해 일찍부터 과학으로부터 고개를 돌리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업적을 이룩한 과학자 중에는 중·고교 과정에서 수학이나 과학 과목의 성적이 뛰어나지 못했던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실제 대학에서 학사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별로 연구생활을 시작하면 혹시 수학에서 뛰어나지 않더라도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 또는 과제도 상당히 많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학이나 과학 과목의 성적이 뛰어 나지 못하지만 과학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과학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대학 교수, 또는 은퇴한 과학기술자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Q.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한림원의 기능중 하나죠.

A. 그렇습니다. 한림원 회원 중에는 학생들을 위한 방문 강의, 또는 멘토링 역할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 많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대학이나 연구소에 재직할 때 중요한 연구 과제를 맡아서 크게 성과를 낸 것은 물론 은퇴 후에도 왕성하게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이 분들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Q.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A. 한림원에 예산이 충실하게 지원되면 회원들은 긍지를 갖고 한림원의 여러 사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됩니다.

이렇게 되면 사안별로 전문성을 갖춘 회원들이 참여해 의견을 수렴, 훌륭한 내용과 권위를 갖춘 정책건의 또는 자문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대담_ 정구영 편집장 gychung@sed.co.kr
정리_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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