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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을 가진 보톡스

‘마술의 성형약’ 보톡스(Botox)가 상한 통조림이나 썩은 고기에서 생기는 세균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독성이 강한 신경작용제 VX의 1만5,000배, 사린가스의 10만배 이상 독성이 강한 일종의 생물학무기라면?

보톡스는 미국의 제약회사 엘러간이 제조하는 근육 수축 주사제의 상표명으로 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을 정제해서 만든다.

보툴리눔 톡신은 주로 상한 통조림이나 썩은 고기등에서 생기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톨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세균이 만든 독소를 말한다.

보툴리눔 톡신은 운동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곳에서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막아 근육을 마비시킨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정제된 독소 1g만 있으면 150만명에 달하는 사람을 살상할 수 있다. 이 같이 위험천만한 독소가 지금은 질환의 치료나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매직 드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보톡스의 역사

엘러간은 보툴리눔 톡신을 세계 처음으로 보톡스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다. 성분은 보툴리눔 톡신이지만 이 시장의 80~90%를 보톡스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명사로 쓰이고 있다.

보톡스의 역사는 식중독의 하나인 보툴리즘(Botulism)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1800년대 초반 독일의사인 J. 케르너는 썩은 고기에서 보툴리즘을 발견했으며, 이후 러시아와 벨기에 의사들은 이 식중독의 원인은 감염이 아닌 바실루스 보툴리누스(bacillus botulinus)라는 세균이 만든 독소에 의한 중독임을 알아냈다.

바실루스 보툴리누스는 1900년에 들어오면서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 만든 독소 보톨리눔 톡신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생물학무기로 이용됐다. 운동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곳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막아 근육을 마비시키는 특성을 활용한 것.

하지만 인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용량 이하를 주사약으로 사용하면 주사 부위의 근육만 부분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해 198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사람에게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게 된다.

이후 보툴리눔 톡신은 안면 경련, 눈꺼풀 경련, 사경(斜頸;목이 뒤틀려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병증) 등 각종 근육 질환의 치료약으로 이용되다가 1990년 이후부터는 주름살 치료제로 널리 이용되기 시작됐다.

보톡스의 독성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은 7가지의 혈청학적 독소를 생성한다. 이 중 신경독소(Neurotoxin)는 A, B, C, D, E, F, G형으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비슷한 구조와 기능적 유사성을 지닌다.

세포독소(Cytotoxin)는 C2형으로 신경마비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혈관의 투과성을 높여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자연 상태의 보툴리눔 독소는 큰 단백복합체의 독소 부위와 나머지 70%는 독소를 보호하는 무독성 단백복합체로 구성된다.



신경독소 A형은 PH 5~7에서 가장 안전하고 그 이상의 경우, 즉 알칼리에서는 분리가 된다. 따라서 신경독소는 산과 단백질 분해 효소에 강하고 알칼리에 의해서는 쉽게 파괴된다.

보툴리눔 신경독소는 말초신경의 말단 부위에 작용해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차단한다. 아세틸콜린의 차단 작용은 근육의 약화와 땀샘 기능의 억제로 나타나게 된다.

보톡스는 1990년 이후 주름살 치료제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신경독소 A형의 경우 가역적인 신경전달 위축을 유발해 임상적으로는 2~6개월이면 효과가 끝난다. 작용 범위는 독소의 주사량과 상관관계를 보인다.

보툴리눔 독소는 기도로 흡입하거나 위장관으로의 섭취를 통해 이루어지고, 인체로의 침입 부위와 상관없이 임상적으로 나타나는 증세는 비슷하다.

보툴리눔 독소는 현재 알려진 생물학무기 중 가장 강력하다. 독성이 강한 신경작용제 VX보다 1만5,000배, 사린가스보다는 10만배 이상 독성이 강하다. 특히 에어졸화된 보툴리눔 독소 1g은 150만명 이상의 살상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1차 걸프전 때 이라크가 생물학무기 제조를 목적으로 만든 에어졸화 보툴리눔 독소 생산량은 전 지구인을 3번 이상 살상할 수 있을 만한 양이었다고 한다.

보톡스의 임상적 응용

지구상의 독소 중 가장 강력한 보톡스는 용도만 살짝 바꾸면 질환치료나 미용성형에 더없이 좋은 역할을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보톡스는 미국의 FDA에서 공인을 받아 임상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양미간 주름, 눈가 주름, 이마의 주름, 입술 주름과 같은 주름성형이다.

또한 사각턱 교정과 종아리 근육의 위축 유도에도 쓰인다. 이와 함께 사시(斜視)와 같이 근육과 관련된 질환에 사용함으로써 증상을 이완시키거나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보톡스의 실제 임상응용은 주로 주사로써 시술되고 있어 간편하고 통증이 적다. 또한 시술 부위에 흉터나 부작용이 거의 없다. 한마디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는 것이다.

보톡스는 과거 진시황제가 찾아다니던 그런 ‘불로초’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를 잊을 수 있게 해주는 ‘망각의 주사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과거 인간을 살상하는 무기로 사용되던 독소가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전쟁의 목적이 아닌 질병치료와 미용목적으로 쓰이게 됨으로써 인류 역사의 일보 전진에 큰 힘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글_김응구 로얄에스테틱 성형외과 원장,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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