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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의 다이빙

지난 1960년 미 공군의 테스트 파일럿이 30km 상공의 열기구에서 뛰어 내린 게 스카이다이빙의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지금 미래의 우주 다이버들은 개방형 조종실이 있는 로켓을 타고 올라가 약 100km 상공에서 지구로의 점프를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시나리오 1: 스포츠

지상 100km 상공에서 소형 로켓의 탁 트인 갑판 의자에 앉은 채 머리위의 별과 저 아래로 보이는 지구의 모습에 감탄을 하고 있다.

보호안경 너머의 우주는 춥지만 우주복에 문제가 생기면 피가 끓어버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낙하산 끈을 한 번 더 점검한다.

적막이 흐른다. 지구 귀환을 위한 다이버만 있을 뿐이다. “우주 다이버 1번, 낙하 준비”라는 목소리가 귀에 들리면 다이버는 보호구를 풀고 일어선다. 이제 달리 도리가 없다. 이것을 하기 위해 이미 많은 돈을 지불했으니까.

다이버는 심호흡을 한 후 뛰어올라서는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돈다.
이곳 위에서 보니 지구가 근사하다. 지구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온다는 사실은 잊은 채 몸의 긴장이 풀린다.

다이버는 시속 4,000km로 대기에 진입하는데, 비행기를 타지 않고 이보다 빠른 속도를 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늘이 밝아지며 별들이 푸른 하늘 뒤로 사라지고 격렬한 진동이 시작된다. 대기가 희박한 곳에서 회전을 조절하지 못하면 몸이 갈갈이 찢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다이버는 안전을 위해 보조 낙하산을 편다.

아래쪽의 두터운 대기 때문에 시속 190km의 종단 속도로 낙하가 느려진다. 짜릿한 7분간의 수직낙하 후 상공 900m에서 손이 떨리면서 주낙하산을 펴고는 착륙을 위해 할강 한다. 지상 1.6km 상공에서는 로켓이 지면을 향해 서서히 역방향으로 추진된다.

시나리오 2: 우주선 탈출

지상 100km 상공의 소형 로켓 조종실 안에서 둥둥 뜬 채 머리 위의 별들과 저 아래쪽의 지구를 보며 감탄한다. 그런데 갑자기 경보가 울린다.

우주 파편들이 로켓을 관통해 로켓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몇 초가 지나자 공기가 없어진다. 침묵만 흐르며 얼굴에 통증이 몰려온다. 혀와 눈이 타는 듯하다. 팀의 리더가 급히 다가와 보안경을 내려 주자 한결 나아진다.

그리고는 무선을 통해 “낙하준비!”라고 소리치며 문 쪽으로 민다. 다른 방도가 없다;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다이버는 눈을 감고 뛰어올랐다가 심연 속으로 떨어진다. 휘어진 수평선이 어지럽게 돈다. 수평선이 급히 다가오자 다이버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는 의식을 잃는다. 몇 분 후 갑작스런 충격에 정신이 돌아온다.

다이버는 자기 몸이 지면에 가공할 속도로 부딪치며 죽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충격은 900m 상공에서 펼쳐진 낙하산 때문이다.

그제서야 아무 이상이 없으리라는 걸 알게 된다. 다이버는 할강을 해 지면에 착지한 후 충격으로 쓰러진다.

정신이 얼얼하다. 눈물이 글썽한 채 둘러보자 근처에 낙하산을 벗고 있는 동료들이 보인다.

멀리 떨어진 수평선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아 우주선이 산산조각이 나 지상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용이든 우주선 탈출용이든 완벽한 장비를 갖춘 우주선의 보호막 없이 우주에서 지구로 뛰어내리는 일은 완전히 정신 나간 짓처럼 보인다. 미친 듯 떨어지다가 결국 엄청난 열을 내며 지면에 충돌할 테니까.

하지만 믿기 어렵겠지만 물리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방열 우주복과 적절한 낙하산을 이용하면 그런 정신 나간 낙하가 실제로 가능하다. 특히 전문가들이 할 경우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

우주산업계의 두 베테랑들이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려고 연구 중이다.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과 XCOR 에어로스페이스, 제프 베조의 블루 오리진 같은 다른 우주업체들이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데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는 반면 오비탈 아웃피터스라는 회사는 인간을 우주로부터 지구로 복귀시키는 혁신적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 회사는 순수한 스포츠나 우주선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의 비상대책용으로 이를 연구하고 있다.

릭 텀린슨은 우주개척재단을 설립하고 X 프라이즈 재단 발족을 도운 베테랑 민간 우주선 개발자.

조나단 클락은 전직 나사(NASA) 우주선 전문의. 지난 2003년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 참사로 우주비행사 아내인 로렐 클락을 잃은 사람으로 우주비행의 위험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클락에게 있어 우주다이빙 복 개발은 콜럼비아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아내에 보답하는 개인적 사명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우주비행사를 우주선 없이 지구로 귀환시키는 데 필요한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을 누가 처음 사용하든 담력만 충분하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스포츠’의 서막을 연 오비탈 아웃피터스의 최초 우주 다이버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시제품 테스트에 직접 자원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클락은 민간기업들의 저궤도 비행이 일반화되면 텀린슨과 함께 개발 중인 우주복과 낙하산이 우주여행시대 최초의 상용 구명 자켓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는 2009년까지 사상 최고도인 지상 36km에서의 점프를 시연해 보이고, 그로부터 2년 이내에 전례 없는 지상 100km 우주에서의 다이빙을 시도한다는 대담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들은 목표치를 더 높일 것이다.

텀린슨은 “우리의 최종 목표는 우주비행사가 궤도로부터 살아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지구 상공 240km로부터의 귀환이기 때문에 엄청난 열과 살인적인 관성력을 수반해야 한다. 한마디로 다이버는 인간 운석처럼 돼 버리는 것이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엔지니어로 무인우주선의 지구 귀환 시스템을 설계하는 로버트 매닝은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방열복, 산소, 공기역학적인 열 방어막, 조절 장치 등 적절한 보호 장치만 있다면 이론상으로 인간은 어떤 고도에서건 지구로 살아서 귀환할 수 있다고 매닝은 말한다.

문제는 텀린슨과 클락이 이론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을지, 이런 위험한 실험에 자원할 사람이 있을지 여부다.

상호 보완적인 팀 구성

팀이다. 텀린슨은 화려한 경력이 있고 우주여행에 집착하는 기업가다. 폭주족용 자켓을 즐겨 입고 반기업적 성향이 강했던 그는 판매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또한 기자회견과 의회 청문회에서는 NASA가 너무 소심하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는 “우주가 모든 인류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일을 실현할 때는 역사상 바로 지금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웅변하는 듯한 표현과 몸짓으로 얘기하는 텀린슨은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보여주는 세일즈맨의 재능을 타고 났다.

그는 죽음을 무릅쓴 상공 100km로부터의 다이빙이 언론의 관심을 끌고 몇 세대 후의 젊은이들에게는 우주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의 열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텀린슨은 스스로 ‘우주 분야의 악동’이라고 평하는 것이 자신의 대의명분에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다.

그래서 2006년 말 클락을 만났을 때 그는 완벽한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클락은 훌륭한 경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우주비행사의 안전을 확고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클락은 전형적인 군인으로 조용하고 텀린슨보다 외모도 준수하며 경력도 인상적이다. 그는 신경과 의사 자격증이 있고, 26년 경력의 해군 베테랑으로 특수부대의 낙하훈련을 받았다. 그는 NASA에서 우주선 내 의사로 선발되는 데 필요한 극한환경의학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었다.

이곳에서 그는 해군 군의관으로 우주비행대의 탐사 전문가인 아내 로렐을 만났다. 2003년 초 그녀가 참여한 우주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우주왕복선이 지구 귀환 때 폭발해버렸다. 클락은 부인을 잃은 것에 말을 아끼지만 그때 이후 한 일을 보면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미래의 우주 참사를 막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그는 열기구와 스카이다이버, 제트기와 로켓은 물론 귀환 캡슐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높은 고도에서 발생한 거의 모든 사고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우주에서의 사망이나 우주로부터의 귀환 방법에 대한 백과사전이라고 텀린슨이 말한다.

처음 보면 그의 외모는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잠시 낙하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얘기해보면 충격적인 참사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사망한 아내를 추모하며 헌신적으로 연구해 온 한 남자의 노력을 알 수 있게 된다. “제 인생이 이렇게 뒤바뀌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클락은 우주다이빙 복 개발이 아내의 죽음에 보답하는 개인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그는 “제 아내가 지구 귀환 때 죽었기 때문에 이 참사로부터 뭔가 교훈을 얻어 다음 사람은 보다 안전할 수 있게 해 줄 방법을 매일같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락과 텀린슨의 차이점들은 오히려 상호보완이 된다. 마찬가지로 우주다이빙 복 개발을 위해 뭉친 두 사람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어드벤처 스포츠인 우주다이빙은 안전낙하 기술을 실제로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여러 차례에 걸친 낙하를 통해 클락은 낙하과정 동안 다양한 기압복과 낙하산들이 어떤 성능을 보이는지에 관한 자료를 축적할 것이다.

그는 “지난 50년대와 60년대에 미 공군에서 테스트 파일럿과 낙하산 점프 요원들이 이 같은 실험을 했다”고 말한다. 비상용으로 사용하기에 안전하다는 게 입증될 때까지는 장비에 대한 인가를 받고 체계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따라서 극적인 걸 좋아하는 우주다이버들이 이 프로젝트의 테스트 파일럿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 파일럿들은 테스트에 참여하는 대가로 텀린슨과 클락에게 돈을 지불한다.

미 공군에게는 생존 장비를 시험하는 데 소요되는 돈이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초기 단계인 민간 우주 분야에서는 대체로 자금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민간기업들은 승객들에게 우주다이버용 안전 자켓을 입혀주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실험 비용을 댈 자금이 없다. 하지만 한 번만 참사가 더 나면 미 연방 항공국이 이 장비들을 찾을지도 모른다.

다이버의 생명을 구해주는 기압복

클락과 텀린슨이 실현하려고 하는 일은 전례가 거의 없다. 지금까지 스카이다이빙의 최고 고도는 미 공군 장교인 조셉 키팅거가 지난 1960년 8월 열기구에서 뛰어내려 기록한 3만840m다.

그의 기록은 거의 50년간 유지되고 있는데, 몇몇 다이버들이 그의 기록을 깨려고 시도했었지만 자금 지원이나 장비상의 문제로 인해 실패했다.

하지만 현재 78세인 키팅거는 이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우주 프로그램을 위한 정보를 모으려고 했을 뿐 기록을 세우려고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도의 훈련을 받은 스카이다이버만이 생존하는 건 아니다”면서 “적절한 장비만 갖추면 된다”고 덧붙였다.



텀린슨과 클락이 자신들의 장비성능을 시연하기 위해 계획중인 상공 36km에서의 다이빙은 키팅거가 한 일과 근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이 우주다이빙 테스트를 누가 처음으로 하든 그가 사용했던 장비만 있으면 된다.

숨 쉴 산소공급 장치와 허공에서 회전하는 걸 막기 위한 보조 낙하산, 안전한 속도로 착지하기 위한 주 낙하산, 그리고 기압복만 있으면 된다. 인체를 진공상태에 노출시키면 끔찍한 일이 발생하는데, 클락이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스쿠버 다이버들이 기포와 질소 거품으로 인해 사망하듯 높은 곳에서도 이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 있다.

더구나 기압복을 입지 않고 지상 1만9,000m 정도까지 올라가면 더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혈액 내의 수분이 저압 상태에서 모두 기화돼 버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혈액비등’이라고 한다.

이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안전하게 점프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클락과 텀린슨은 존경받는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오비탈 아웃피터스가 자사의 우주다이빙 실험과 다른 회사의 미래 우주 관광용으로 사용될 우주복 설계에 투입될 것이다.

텀린슨은 유명한 수중 다이버이자 응급 구조원인 빌 스톤[2월호 지구 중심으로부터의 여행]을 고용해 우주복용 내부 열 조절 및 호흡 장치를 개발하도록 했다.

또한 기압복은 특수효과 회사인 글로벌 이펙츠의 설립자 크리스 질맨이 설계할 것이다. 질맨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디자이너로 아마겟돈을 비롯한 여러 영화들의 모조 우주복을 디자인했고 NASA용 우주복의 프로토타입도 개발했다.

다이버의 생명을 구해주는 우주복의 실제 제작 과정은 NASA 고문이자 프리랜서 프로그램 매니저인 토마스 스비텍이 관장하게 되는데, 텀린슨은 질맨의 설계안을 기술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그를 영입했다.

높은 고도까지 다이버 운반할 우주선

텀린슨의 회사는 주로 하강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자사의 우주복을 테스트하거나 유료고객들을 확보하려면 이들을 충분히 높은 고도까지 운반할 우주선이 필요하다. 그는 한 시간 동안 상승이 필요한 열기구들을 검토 중이다.

사실 그는 한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을 텔레비전 방송국에 판매해 필요한 사업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지만 로켓 발사가 기구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할 것이다.

텀린슨은 XCOR과 자체 유인 우주발사장치 개발을 추진 중인 아르마딜로 에어로스페이스에 모두 접촉을 시도했다.

이런 신생 우주관광 사업은 회사가 계획한 일정대로 추진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텀린슨은 만약을 위해 여러 곳에 의뢰한 것이다.

또한 그는 기업가 존 카맥과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텍사스에 사는 카맥은 지난 2001년 아마게돈의 원작 비디오 게임인 ‘둠 앤 퀘이크’의 개발자.

그는 탑승객을 지구 저궤도까지 태워 보낼 로켓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게임을 개발했다.

카맥이 제안한 1단로켓은 단순한 구조의 플랫폼으로 두 개의 포개진 모듈 꼭대기에 얹혀져 있는데, 각 모듈에는 4개의 엔진으로 추진되는 구형 연료탱크가 4개씩 들어 있다.

열기구보다 밀도가 훨씬 높은 카맥의 로켓은 아직까지는 50여m까지 밖에 상승하지 못했지만 궂은 날씨에도 비행이 가능하다.

액체 산소와 에탄올 연료로 추진되는 느린 가속 성능과 이런 안정성 덕분에 우주다이빙 체험이 보다 흥미롭게 느껴진다.

지구 저궤도까지 올라가 시속 400km로 비행하는 우주선의 의자에 몸을 고정한 채 온몸으로 황홀한 바깥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 카맥은 “앞창이 없는 포뮬러 원 경주용 차에 탄 것과 같다”고 웃으며 말한다.

우주 다이버의 점프용 복장

미래의 우주 다이버들은 지구 귀환 때의 고열을 견뎌내고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우주복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우주복은 이런 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비탈 아웃피터스는 자체 우주복을 개발 중이다. 다음은 이 우주복에 필요한 특징들이다.









그림설명

1. 탈착형 헬멧과 장갑, 장화가 부착된 일체형 다이빙 복
2. 폴리머나 석영으로 된 투명한 안면 보호판
3. 액체 냉각형 열 조절 장치
4. 무중력 상태에서 몸의 방향을 전환해 줄 소형 가스 분출기
5. 노멕스 같은 열관리 재료가 벨크로나 지퍼 장치와 결합될 것이다.
6. 부착점들은 산소의 누출을 막고 지구 귀환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뎌내야 한다.
7.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보조 낙하산이 펼쳐진 후 주 낙하산이 지상 900m에서 펴진다.
8. 폐쇄고리형 산소장치는 화학적 가스 세정기를 이용해 공기순환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때문에 대형 산소탱크가 필요 없다.

지상 36km에서의 낙하

모든 게 잘 되면 지상 36km에서의 점프는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다. 로켓의 고도가 높아지고 대기가 희박해지면서 속도감이 점차 줄어들어 거의 정지했을 때 뛰어내리면 처음에는 열과 관성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다이버는 자신이 움직이고 있음을 거의 알지 못한다. 보조 낙하산이 다이버의 안정을 유지시켜 주고 음속을 돌파하지는 않게 한다. 특히 본격적인 대기권에 진입하면 시속 192km로 속도가 줄어든 채 자유 낙하하게 된다.

지상 900m에 도달하면 일반 스카이다이버들처럼 주 낙하산을 펼 수 있다. 만약 클락과 텀린슨이 성공하면 지상 36km에서의 점프 기록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지상 100km에서의 점핑도 이에 비해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NASA 고문인 스비텍은 “만약 카맥이 우주선을 담당하면 우리는 지상 36km에서 입을 기압복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정도면 지상 100km의 지구 저궤도로부터 점프하는 데 필요한 장비의 90%는 해결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우주선에서 뛰어내려 대기권의 상층부를 지나면서 속도가 높아지면 몇가지 중대한 위험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머지 10%가 생과 사를 가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우선 밀어내는 힘을 갖춘 장비가 없으면 우주에서 회전을 할 수 없다.

스비텍은 “일단 로켓을 떠나면 회전하는 문제가 걱정이 된다”고 말한다. 그가 구상한 것은 분무기 깡통과 흡사한 것으로 우주복에 내장되는 간단한 액체 가스 제트 팩이다.

그런데 우주선에서 뛰어내려 대기권 상층부를 지나면서 속도가 높아지면 몇 가지 위험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바로 이곳이 클락의 지식이 적용될 부분이다.

이런 위험에는 열과 관성력이 있는데, 대기권 상층부에서 시속 4,000km로 낙하하다가 대기층이 두터운 아래쪽에서 시속 192km로 속도가 줄어들면서 이 두 가지가 체감된다.

관성력은 일정하지만 견딜만한 수준의 관성력은 4.4 정도다. 열은 이보다 복잡하다. 240℃의 온도라면 고기가 구워지는데, 대부분의 우주복은 이 정도의 열을 견디도록 제작돼 있지 않다.

특히 음속 장벽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초음속의 위험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속도로 인한 충격파로 인해 사람이 부상을 입거나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회전하게 될까? 아직껏 우주선 밖에서 그 정도 속도로 하강해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클락은 두 가지 유사한 전례를 들 수밖에 없다. 하나는 그의 부인의 죽음이다. 클락은 콜럼비아호가 폭발했을 때 기밀함에 봉합된 채 들어 있던 임무수행 지시서(사진)를 노트북에 띄웠다.

이 작은 천 조각은 지구로 떨어지는 동안 기밀함에 그대로 남겨진 채 다른 물체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찢어지고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그는 “이는 이중 충격(Shock-shock interaction) 때문"이라면서 “초음속 상태에서는 음파가 물체를 관통하고, 두 개의 충격파가 겹쳐지면 이런 종류의 손상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이 현상 때문에 그의 부인과 다른 승무원들이 부상을 입었을까? 그는 “신체상의 외상과 증발해 버린 혈액을 볼 때 그들은 이미 죽은 상태였다”면서 “하지만 이중 충격 현상 때문에 몸이 여러 조각으로 분해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클락은 우주왕복선이 궤도 속도인 시속 2만8,800km로 진입 중이었기 때문에 충격파가 한 개인에게보다는 우주선에 훨씬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때문에 그는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 초음속의 충격파를 견뎌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생존자가 한 사람 있는 두 번째 전례를 통해 어느 정도 낙관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1966년 SR-71 블랙버드가 마하 3.18로 지상 2만3,400m를 비행하다가 폭발했지만 조종사인 빌 위버는 살아남았다.

그는 음속의 세 배로 비행기를 탈출했지만 의식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충격파를 느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그에게는 장기적인 손상이 없었다.

더 높은 곳으로

36km와 100km에서의 자유낙하는 둘 다 경이적인 일처럼 보이겠지만 이것이 달성된다고 해서 인간이 지상 240km의 궤도로부터 낙하해도 살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속 4,000km의 다이빙 속도는 일단 잊어버리고 우주선의 지구 귀환 초기 속도를 2만8,800km로 가정해 보자.

그 정도 속도로 인한 에너지는 열과 관성력으로 변환해 볼 수 있는데, 관성력의 경우 8.2로 생존 가능성이 있지만 열은 그렇지 못하다. 1,650℃가 넘는 온도에서는 우수한 재질의 열 방어막이 있어야 한다.

카맥은 그런 온도를 견뎌내는 성능이 입증된 탄소나 유리섬유로 된 앞이 뭉툭한 원추형 모양의 우주선을 생각하고 있다.

셔틀콕은 공기역학적으로 안정되고 항상 코 부분이 앞을 향하도록 해야 되기 때문에 모양이 중요하다. 버트 루탄이 설계한 우주선으로 X 프라이즈를 수상하고 현재 지구 저궤도 관광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페이스쉽원은 지구 귀환 때 이런 모양을 한다.

하지만 텀린슨과 클락은 아직 이런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이들의 팀에서는 지상 100km에서의 점프에 필요한 준비작업을 주로 하고 있고, 일정도 넉넉하게 잡고 있기 때문이다.

카맥은 아직 지상 50m 이상으로의 발사를 하지 못했고, 질맨도 압력실에서 기압복 테스트를 해야 한다. 텀린슨은 낙하산 제조업체를 아직 못 찾았고, 자금조달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항공우주 분석가인 빌 스윗맨은 이들의 예상 일정표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는 “카맥의 로켓은 지금까지 도달한 최고 높이가 50m에 불과하다”면서 “어떻게 이 일을 2년 안에 해 내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기록을 보면 이런 실험을 지속적으로 점차 더 자주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결국 모든 건 시간과 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물리 법칙을 바꾸려고 시도 중인 것 같지는 않지만 공학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비탈 아웃피터스는 민간 우주경쟁에서 이 부분에 뛰어든 첫 회사이기 때문에 민간 우주비행 사업이 시작되면 분명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기 시작할 것이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엔지니어인 매닝은 열과 관성력, 속도를 재차 검토하면서 지상 100km나 240km에서 다이빙한다는 생각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확인하고 있다.

매닝은 자신이 알아낸 사실에 스스로도 놀랐다. 그는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게 하나도 없다”면서 “다만 끔찍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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