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나라는 민간 방송통신위성을 제외하고 모두 6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했으며, 최근에는 소형 인공위성을 자체적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인공위성을 우주궤도로 쏘아올린 것은 모두 외국의 로켓이었다.
이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만큼의 추진력을 가진 로켓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다 엄밀하게는 인공위성을 싣고 우주궤도로 날아가는 로켓과 이 로켓을 쏘아 올리는 통제시스템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던 것.
하지만 내년 10월에는 우리 힘으로 개발한 로켓에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을 싣고 우주궤도를 향해 날아가는 우주개척의 시대가 열린다.
한국형우주발사체 KSLV-1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한국형우주발사체(KSLV-I)는 중량 140톤ㆍ길이 33mㆍ직경 2.9m의 2단형 로켓으로 100Kg급 소형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릴 수 있다.
러시아와 공동개발중인 1단 로켓은 액체추진 엔진을 장착해 170톤급의 추력을 내며, 인공위성이 탑재된 2단 로켓은 지구 중력을 벗어나도록 하는 추진력을 제공한다.
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개발중인 2단 로켓은 8톤급 추력을 내는 고체추진 엔진을 장착했으며, 1단 로켓과 분리된 뒤 정밀한 조정을 통해 지구궤도상에 인공위성을 올려놓도록 제작된다.
한국형우주발사체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우리나라가 자체적인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사업단의 정의승 박사는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은 우주로 발사되는 로켓뿐이지만 이 로켓을 발사하기까지의 통제시스템과 발사 이후 지구궤도까지 안전하게 가도록 하는 관제시스템까지 포괄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즉 로켓만 개발했다고 해서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발사체 등의 우주기술을 확보한 선진국 간에는 최근 공동연구, 공동발사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나 다른 국가의 발사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사례는 미국이 발사체와 발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현재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준의 발사체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이외에 우크라이나,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등에 불과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1992년 발사된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우리별 2호, 우리별 3호, 과학기술위성 1호, 아리랑 1호(다목적실용위성 1호), 아리랑 2호 등 모두 6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여기에 민간의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 1, 2, 3, 5호 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국적의 위성은 총 10기다.
1992년 이후 우리나라는 소형 인공위성은 자체 개발하고, 중대형 인공위성은 공동개발의 수준까지 기술력이 향상됐지만 발사체는 모두 러시아나 미국 등 외국의 발사체 장비와 기술을 이용했다. 이는 우리나라 우주개발역사가 반쪽짜리였다는 얘기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 한국형우주발사체 사업이었고, 지난 2002년 8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5,098억원이 투자된다.
이 사업은 100kg급 소형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는 발사체와 발사시스템을 개발, 확보하는 사업이다.
당초 이 사업이 추진될 당시에는 2005년 발사를 목표로 했었지만 러시아와의 기술협력 등에 문제가 있어 2008년으로 연기됐다.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이 사업자체를 지연시킨 주된 이유는 로켓의 기반기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의 공격무기와 기반기술이 동일하고, 로켓의 핵심인 엔진기술을 확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형우주발사체도 1단 로켓은 러시아와 공동개발하고, 2단 로켓만 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개발한다.
이와 관련, 정 박사는 “2002년 사업 초기단계와 달리 현재는 상당한 수준의 로켓 설계기술을 확보한 상태”라면서 “다만 강력한 추진력을 내는 1단 로켓엔진의 세부 설계와 발사시스템 등의 경험이 보다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단 로켓의 경우 공동개발이 아닌 러시아로부터의 구매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다.
전자장비는 러시아보다 우위
통상 로켓은 전체 중량의 90%가 연료와 추진제 무게고, 한국형우주발사체 역시 140톤의 로켓 전체 무게 중 약 130톤이 액체연료와 추진제의 무게다. 나머지 10톤에 해당되는 부분이 전자장비와 로켓엔진 등의 무게인 셈이다.
구조상으로 보면 가벼우면서도 고출력을 내는 로켓엔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연료탱크와 전자 장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로켓에 대한 대부분의 설계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로켓에 장착되는 각종 센서와 컴퓨터 등 전자장비의 경우 IT기술이 우수한 우리나라가 러시아보다 소형화, 고성능화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러시아와 공동 개발하는 1단 로켓은 액체추진 로켓이다. 이 로켓은 1개의 엔진으로 170톤급 추력을 내며, 단일 엔진으로 이 정도의 추력을 내는 것은 러시아만이 보유한 기술이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대형 로켓엔진 기술과 이를 통제하는 발사통제 시스템 기술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2단 로켓은 자유로운 방향전환을 위한 무버블 노즐이 장착된 8톤급 추력의 고체추진 엔진을 장착했다.
이 로켓은 1단 로켓과 분리된 뒤 정밀한 조정을 통해 인공위성을 원하는 지구궤도에 올려놓는 역할을 한다.
액체추진 로켓과 달리 ‘킥모터’ 또는 ‘부스터’라는 명칭의 엔진을 사용하는 고체추진 로켓을 채택한 것은 한국형우주발사체 사업기획 당시 우리나라가 미사일이나 어뢰 등에 사용되는 고체추진 로켓에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이 100% 자체개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2단 로켓은 원형 판을 중심으로 하단부에는 원기둥 형태의 엔진부분이 있고, 상단부에는 인공위성이 장착되는 형태다.
이 2단 로켓은 노즈 페어링으로 불리는 원추형 덮개 안에 내장되며, 발사 후 고도 164km 지점에서 노즈 페어링이 열리면서 1단 로켓과의 분리가 이뤄진다. 이후 2단 로켓의 킥모터가 점화돼 목표로 하는 지구궤도상에 인공위성을 올려놓게 된다.
2단 로켓 기술이 간단하지 않은 이유는 로켓을 발사할 때 노즈 페어링 상단부 표면은 700~800℃의 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노즈 페어링에 내장되는 2단 로켓 역시 고열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또한 1단 로켓이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지구궤도 부근까지 올라가는 것과 달리 2단 로켓은 정밀한 조정을 통해 목표로 하는 지구궤도에 정확히 인공위성을 올려놓아야 한다.
2단 로켓은 자체 개발하면서 1단 로켓을 러시아와 공동 개발하는 것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2단 로켓이 손쉬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강력한 추진력을 내는 대형 로켓엔진 개발이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형 로켓엔진의 성능을 평가하는 테스트 시설과 기술력도 함께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테스트 시설이 없어 한국형우주발사체와 함께 개발 중인 30톤급 추력의 로켓엔진의 성능 테스트를 러시아에서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항공우주연구원은 2단 로켓의 엔지니어링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9월 말까지 인증모델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엔지니어링 모델은 설계된 2단 로켓을 조립해 설계상의 기능 및 조립에 문제가 없는 지를 점검한 단계며, 인증모델은 실제 발사할 로켓과 동일하게 제작해 고온·진공 등 우주 환경과 동일한 상태의 성능 점검을 받게 된다.
이후 제작되는 비행 모델이 실제 발사에 사용되는 로켓으로 항공우주연구원은 오는 10월부터 2단 로켓 비행 모델의 조립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편 항공우주연구원은 한국형우주발사체 개발과 함께 추력이 30톤급인 액체추진 로켓엔진을 자체 개발 중이다. 2008년 이후에는 75톤급 추력의 액체추진 로켓엔진 개발도 검토 중이다.
한국형우주발사체에 적용되는 러시아의 1단 로켓과 비교하면 추력이 약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1단 로켓에 소형 로켓엔진을 4~5개 연결해 장착하고, 2단 로켓에는 1개를 그대로 사용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대형 인공위성의 발사체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국내 최초로 자력 발사되는 과학기술위성 2호는?
한국형우주발사체(KSLV-I)를 이용해 자력 발사가 이뤄지는 최초의 인공위성은 과학기술위성 2호다.
이 인공위성은 무게 100kg의 소형 위성으로 지상 300~1,500km의 타원궤도를 도는
저궤도 위성이며, 크기는 62x 67x 89cm의 직사각형 형태다.
지구영상 촬영을 위한 다목적실용위성 시리즈(아리랑 위성)나 방송통신을 목적으로 한 무궁화 위성 시리즈의 중, 대형 인공위성과 달리 과학기술탐사를 목적으로 한다.
항공우주연구원을 총괄기관으로 136억원을 투자해 KAIST 인공위성센터가 위성체를 개발하고, 광주과학기술원이 주 탑재체를 개발했다.
위성체는 태양전지판과 자세제어장치 등 위성 본체를 말하며, 탑재체는 각종 탐사 및 관측을 위한 장치로 과학기술위성 2호에는 마이크로파 라디오미터와 레이저 반사경 등이 장착됐다.
마이크로파 라디오미터는 지구 대기 및 복사 에너지를 관측해 대기 중의 수분 분포,
해양 표면온도 등을 측정함으로써 기상관측에 활용 가능하다.
레이저 반사경은 지상 기지국에서 발사된 레이저를 동일한 각도로 반사해 지구와 위성간의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는데 활용된다.
이 위성은 지난해 말 개발이 완료돼 KAIST 인공위성센터가 보관하고 있으며, 내년
10월 발사 전까지 6개월 단위의 정기점검을 받으며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과학기술위성 2호 개발을 총괄한 항공우주연구원 과학위성팀의 심은섭 박사는 “발사체 일정이 늦어져 보관 상태에 있지만 배터리 등의 정기점검을 통해 성능유지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위성팀은 검증위성과 준(準)비행모델, 그리고 실제 발사에 사용되는 비행모델
등 3개의 인공위성을 개발했는데, 검증위성은 발사체 테스트를 위한 예비발사가 필요할 경우 장착되는 것으로 관측 및 탐사를 위한 탑재체는 제외돼 있다.
발사과정 및 발사 실패에 따른 대응
내년 발사되는 한국형우주발사체(KSLV-I)는 발사체가 나로 우주센터에 도착해 발사대에 세워지기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된다.
10월 발사를 기준으로 보면 내년 6월경에는 발사체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가 마무리돼야 한다. 또한 10월 발사 기준으로 6개월 전인 내년 4월에는 1단 로켓과 2단 로켓, 관제시스템과의 통합 테스트인 지상인증모델 테스트가 완료돼야 한다.
모든 준비 과정이 완료되면 발사지휘소(MDC;Mission Director Center)의 최종 결정에 따라 발사 일자가 결정된다. 이 결정이 내려지면 러시아 인력이 참여한 발사관제센터(LCC;Launch Control Center) 주도하에 로켓발사가 이뤄지게 된다.
발사관제센터는 발사 버튼을 누르는 순간까지를 책임지고, 로켓이 발사대를 떠난 이후 과정은 비행안전통제센터(FSC;Flight Safety Center)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발사가 실패할 경우 러시아와의 계약에 따라 향후 6개월 이내에 동일한 기종의 로켓으로 다시 발사하게 된다. 이를 대비해 항공우주연구원은 2단 로켓 3기를 제작해 놓은 상태다.
발사 실패는 각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로켓은 정상적으로 발사됐지만 인공위성이 작동되지 않거나 목표로 하는 지구궤도에 정확히 올려놓지 못하는 경우도 실패로 볼 수 있다.
또한 발사과정에서 로켓이 정상적으로 비행하지 못할 경우 안전을 위해 FSC에서 자동폭파 명령을 내리도록 돼 있다.
가장 큰 실패는 로켓이 발사장을 떠나지 못하고 폭파되는 경우. 이때에는 발사장 주변의 파손 정도에 따라 6개월 이내에 다시 발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향후 1~2톤급 중형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한다는 발사체 사업 전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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