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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를 능가하는 새의 뇌

이제 새의 뇌에 대한 기존 인식은 모두 폐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새는 스스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며, 미끼를 이용해 먹이를 획득한다.

또한 다른 구성원 사이의 상호관계를 보고 간접적으로 이를 판단하는 이행적 추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머리가 나쁜 사람을 일컬어 ‘새 대가리’라고 한다. 하지만 새의 지능을 알게 된다면 새 대가리라는 말은 이제 조롱이 아니라 칭찬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만일 조류(鳥類)의 뇌가 포유류를 능가한다면? 믿기 어렵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미국 듀크 대학의 에릭 저비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신경학 저널인 네이처 리뷰스 뉴로사이언스에 “새는 멍청하지도 않고 뇌가 원시적이지도 않다”면서 “까마귀 등 일부 조류의 지적 행동은 침팬지 등 포유류 수준에 근접하거나 능가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까마귀는 운반도구로 작은 막대를 이용한다. 또한 신호등의 변화를 파악하고 도로 위에 호두를 올려놓아 차량이 이를 깨뜨리게 한다.

앵무새는 유머감각과 말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낸다. 어떤 새는 왼쪽 뇌를 사용해 어린아이들처럼 지저귀며 거짓말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조류의 지능지수(IQ) 또한 높다는 것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 대학의 조류 박사인 루이 르페브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쌓은 각종 조류 생태 관련 자료 2,000여건을 분석, ‘조류 IQ 랭킹’을 발표했다.

까마귀는 1위 그룹에 속했으며, 매는 2위 그룹에 들었다. 그리고 왜가리와 딱따구리는 3위 그룹에 랭크됐다.

왜가리는 벌레를 미끼로 이용해 낚시를 한다. 수면 위에 벌레를 띄워놓고 물고기를 유인하는 것. 갈매기도 도구 이용에 능한 편이어서 조개를 바위 위에 여러 번 떨어뜨린 후 그 속살을 먹는다.

뉴 칼레도니아 까마귀의 지능

조류 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뉴 칼레도니아 까마귀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최근 뉴 칼레도니아 까마귀의 경우 도구사용 능력과 학습능력이 있으며, 특히 머릿속으로 시공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이솝 우화에 항아리 바닥에 있는 물을 마시기 위해 작은 돌멩이를 넣어 물이 위로 올라오도록 하는 기지를 발휘하는 까마귀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사실일 수 있다는 것.

실제 뉴 칼레도니아 까마귀는 마땅한 도구가 없을 때 스스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사실이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동물학과의 알렉스 카셀닉 교수팀은 투명한 실린더 속에 고깃점을 담은 작은 바구니를 넣어두었다. 물론 실린더의 높이 때문에 까마귀는 부리로 바구니 손잡이를 끌어 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연구팀이 주변에 곧은 철사와 굽은 철사를 놓아두자 놀라운 결과가 일어났다. 까마귀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굽은 철사로 바구니를 꺼낸 것이다.

다음에는 굽은 철사를 없앤 뒤 까마귀의 행동을 관찰했다. 처음에 까마귀는 곧은 철사로 바구니를 꺼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잠시 뒤 까마귀는 철사 한쪽 끝을 발로 고정시키더니 반대쪽을 부리로 물고 비틀어 구부렸다. 까마귀는 이렇게 만들어진 갈고리로 바구니를 끌어올려 고깃점을 먹었다.

카셀릭 교수는 “까마귀는 갈고리를 사용해봤을 뿐 휘는 방법을 배우지는 않았다”며 “사전 경험 없이 의도적으로 물체를 변형시키는 행동은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치를 받지 않으면 침팬지조차 파이프를 펴서 구멍 속의 사과를 꺼내 먹는 과제에 번번이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까마귀는 기억력도 보통이 아니다. 이들은 다람쥐처럼 먹이를 숨겨뒀다가 배가 고플 때 찾아 먹는 습성이 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을 나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그런데 먹이 은닉과 관련돼 보여주는 행동이 놀랍다. 먹이의 은닉 장소를 기억할 뿐더러 은닉한 시간과 먹이 종류까지도 기억하기 때문이다.

까마귀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애벌레다. 그런데 애벌레는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숨겨둔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 먹지 않으면 버리게 된다. 반면 땅콩 같은 먹이는 오랫동안 둬도 상관이 없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실험심리학과의 니콜라 클레이튼 교수팀은 애벌레와 땅콩 은닉실험을 통해 까마귀 과에 속하는 스크럽 제이(scrub jay)의 탁월한 기억력을 밝혀냈다.

스크럽 제이는 애벌레를 은닉한 뒤 4시간 후 같은 장소에 땅콩을 은닉하자 애벌레를 꺼내 먹었다. 땅콩은 은닉한 뒤 5일이 지난 뒤에 꺼내 먹었다. 애벌레를 먼저 꺼내 먹은 것은 땅콩과 달리 쉽게 부패하기 때문이다.

클레이튼 교수는 “스크럽 제이가 먹이를 다시 찾을 때 그 종류는 물론 부패 정도까지 고려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행적 추론과 문화행위 습득

다른 구성원 사이의 상호관계를 보고 간접적으로 이 같은 관계를 판단하는 능력인 ‘이행적 추론(transitive reasoning)’ 능력이 까마귀에게도 있다는 사실 역시 증명됐다.

미국 네브라스카 대학 조류인지센터의 앨런 본드 박사팀은 까마귀의 일종인 피뇬 제이를 통해 동물의 세계에서도 이행적 추론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피뇬 제이는 최대 500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사는데, 각 구성원의 서열이 매겨져 있다. 만일 이들이 일일이 맞붙어 서열을 정한다면 100마리로 된 무리일 경우도 한 마리 당 99회, 총 4,950회의 결전이 펼쳐져야 한다.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시간 낭비는 물론 늘 부상에 시달릴 것이다. 물론 이런 소모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피뇬 제이는 이행적 추론을 통해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보자. 연구자들은 서로 알지 못하는 피뇬 제이를 두 그룹으로 나눠 서열을 정하게 했다. 그 뒤 A그룹의 넘버3에게 B그룹의 넘버1과 넘버2의 관계를 보여줬다.

이들이 먹이를 두고 보이는 행동을 관찰하면 그 서열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이들 사이에 땅콩을 놓아두면 넘버2는 우물쭈물 눈치를 보지만 넘버1은 당당히 집어먹는다.

다음에 A그룹의 넘버2와 B그룹의 넘버2를 함께 뒀다. 처음 만난 이들은 한동안 탐색전을 벌이다 B그룹의 넘버2가 땅콩을 먹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A그룹의 넘버3는 B그룹의 넘버2와 함께 하게 되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큰 무리를 이루는 동물일수록 구성원을 알아보고 상호관계를 추론하는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피뇬 제이를 통해 복잡한 사회가 인지능력의 진화에 결정적 계기가 됨을 보았다”고 말했다.

까마귀는 선천적으로 지식과 문화적 행위의 전수 및 습득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 사람은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가빈 헌트 교수.

하지만 이 주장은 현재 옥스퍼드 벤 켄워드 연구팀의 후천적 학습결과라는 연구결과와 상충되고 있다.

켄워드 연구팀은 갓 태어난 뉴 칼레도니아 까마귀들을 서로 떨어진 곳에서 자라게 하면서 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들 중 ‘코르보’라고 이름 붙여진 99일 된 어린 까마귀는 판다누스 잎을 보자 자신이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 잎을 쪼기 시작해 먹이를 잡기 위한 갈고리를 만들었다.

한마디로 뉴 칼레도니아 까마귀의 지능이 선천적인 것인지 학습을 통해 얻은 후천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까마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다. 일부는 포유류 수준에 근접하거나 능가한다.

문제해결 능력, 영장류와 맞먹어

까마귀 연구는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이들이 상식을 이용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실제 오클랜드 대학 연구진은 새로운 연구를 통해 뉴 칼레도니아 까마귀들이 시험과 오류가 아닌 상식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까마귀의 이런 복잡한 문제해결 능력은 영장류의 능력과 맞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까마귀의 부리가 닿지 않는 깊은 구멍에 고기를 넣어놓고 먹이까지는 닿지 않는 짧은 막대기를 가까이에, 먹이까지 닿는 긴 막대기는 까마귀의 부리가 닿지 않는 상자 속에 놓아두었다.

그러자 까마귀들은 짧은 막대기를 이용해 긴 막대기를 꺼낸 뒤 다시 긴 막대기를 이용해 먹이를 꺼내는 행동을 보였다.

실험에 동원된 까마귀 7마리 가운데 3마리는 훈련없이 첫 번 시도에서 짧은 막대기를 이용하는 능력을 보였으며, 모든 까마귀가 25차례 이내의 시도로 먹이를 꺼내 먹는데 성공했다.

이는 지난 2003년 카푸친 원숭이를 상대로 한 같은 실험 결과를 능가하는 것이다. 당시 원숭이들 가운데 4분의 3은 50차례의 시도 끝에 작은 막대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마지막 실험에서 연구진은 길고 짧은 막대기의 위치를 바꿔 보았는데, 이때 까마귀들은 처음엔 작은 막대기가 든 상자를 들여다보았지만 결국은 직접 긴 막대기를 사용해 먹이를 꺼내 먹었다.

연구진은 이들의 행동은 시험과 오류를 통한 학습이란 단순한 방법이 아니라 유추적 사고, 다시 말해 ‘상식’을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의 한 관계자는 “인류 최초의 돌(석기) 연장으로 미루어 볼 때 인류 진화의 핵심에는 유추적 사고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면서 “뉴 칼레도니아 까마귀의 능력은 인간 특유의 능력이 영장류와 함께 이들에게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조류도 타고난 능력 발휘

까마귀 외에 찌르레기, 올빼미, 비둘기 등도 각기 타고난 능력을 발휘한다.
언어학 대가인 노엄 촘스키는 문장 중간에 구(句)나 절(節)을 삽입하는 문법을 인간 고유의 언어 특징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 ‘오이디푸스는 테베를 지배했다’를 ‘아버지를 죽인 오이디푸스는 테베를 지배했다’는 식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런데 노래하는 새인 유럽 찌르레기도 자신들의 말 속에서 문장을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네이처에 실렸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인 팀 젠트너는 찌르레기 11마리에게 16가지 노래를 만들어 가르쳤다. ‘짹짹’, ‘지절지절’, ‘덜걱덜걱’, ‘휘휘’ 등 온갖 새 소리를 조합해서 사람의 문법과 유사하게 배열했다.

8가지는 중간에 삽입구 기능을 하는 소리를 집어넣었고, 다른 8가지는 처음 또는 뒤에 그런 소리를 배치했다. 후자는 동물의 언어 구조가 가진 특징이다.

각종 먹이를 보상으로 주며 1만5,000번을 훈련시킨 끝에 결국 9마리가 두 노래의 형태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대니얼 마골리아쉬 시카고 대학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이제 바보를 가리켜 ‘새대가리’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올빼미는 밑밥을 뿌려 먹이를 부르는 재주를 갖고 있다.

일례로 작은 동물을 주로 잡아먹는 굴 올빼미 집 주위에는 구수한 똥 냄새가 진동한다. 특히 새끼들을 키울 시기에 냄새가 심하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의 동물학자인 더글라스 레비 박사는 이런 현상이 새끼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냄새 위장’일 것으로 추측하고 좀 더 자세히 관찰했다.

그 결과 굴 주위의 똥은 냄새 위장용이 아니라 굴 올빼미가 가장 즐겨먹는 쇠똥구리를 유인하기 위한 ‘밑밥’임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굴 주위에 똥이 있을 경우 없을 때에 비해 올빼미가 쇠똥구리를 10배나 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레비 박사는 “올빼미는 평소 굴 옆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며 “마치 물가의 낚시꾼처럼 먹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앵무새도 말하는 능력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최근 연구에서는 말하는 새의 음성기관 구조가 사람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가브리엘 벡커스 교수팀은 앵무새가 사람처럼 혀의 모양과 위치를 바꿔가며 다양한 소리를 낸다고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조류에서 소리를 내는 기관인 ‘울대’를 조절해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앵무새가 말할 수 있는 음성기관을 갖고 있는 것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앵무새도 사람처럼 좀 더 고차원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복잡한 음성기관이 진화하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고속도로를 지표로 삼는 비둘기

공중을 가르며 순식간에 수십 km씩 이동하는 새들은 용케 집을 잘 찾아온다. 새들의 이런 능력은 아직까지도 완전히 규명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 새들의 뛰어난 기억력이 길을 찾는데 한 몫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한스-페터 립 교수팀은 비둘기의 등에 조그마한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한 후 이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이들은 집에서 최대 80km 떨어진 곳까지 돌아다녔다.

경로를 분석한 결과 비둘기들이 주로 고속도로를 지표로 삼아 이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수의 비둘기는 방향을 바꿀 때에도 고속도로 출구까지 이동한 뒤 이를 기준점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들이 도로 위로만 달리듯 새들도 사람이 만들어 놓은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비둘기가 길을 따라 비행하는 것은 학습된 행동”이라며 “고속도로 같은 시각적 지표를 이용하는 것은 매번 최적 비행경로를 찾기 위해 소모해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까마귀가 침팬지보다도 똑똑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까마귀를 비롯해 새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국내외에서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정민정 서울경제 기자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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