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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충돌가속기(LHC)가 유럽에 정전사태 불러올까?

입자충돌 측정에 엄청난 전기 필요, 정전사태 이르지 않지만 엄청난 전기료 부담해야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내년 5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초대형 입자충돌가속기(LHC)의 가동을 개시할 계획이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LHC는 지하에 매설된 35km 길이의 링 내부에 두 개의 양자 빔(proton beam)을 반대 방향으로 방출·가속·충돌시켜 7테라 전자볼트(eV)급의 고에너지를 발생시키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힉스 입자, 암흑물질, 블랙홀, 고차원 우주 등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LHC를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다. 입자의 충돌을 측정하기 위해 장착한 센서들의 전기 소비량만도 수십㎿에 달하기 때문이다.

LHC에서 가장 많은 전력이 들어가는 곳은 7,000개의 초전도 자석들을 절대온도(-273.16℃) 수준으로 냉각하는데 사용되는 극저온 장치. 이 장치는 광자가 원형 링을 따라 움직이도록 만드는데 27.5㎿를 소모한다.

다음은 양자들의 충돌 결과를 읽어 들이는 네 개의 감지기들로서 약 22㎿의 전력이 사용된다.

CERN에서는 이렇게 LHC가 총 120㎿ 규모의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연구소 전체의 전력 소비량이 최대 18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입자를 광속의 속도로 가속하려면 엄청나게 강력한 전기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CERN이 웬만한 소도시와 견줄만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전력을 해당지역의 전력망에 의해 공급받을 수 있는가 여부.

그렇지 못하다면 인근지역에 정전사태가 빈발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HC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크 라몬트는 안심해도 된다고 말한다.

CERN의 전력 필요량은 제네바 전체의 10%에 불과해 전력 부족으로 정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

오히려 그는 LHC가 이전의 가속기인 대형 전자-양전자 충돌기(LEPC)보다 전력 사용량을 9%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CERN의 진짜 걱정은 다른데 있다.

얼마나 부과될지 상상조차 어려운 전기료가 바로 그것이다.

기계장치 구입비용으로만 이미 40억 달러(3조8,000억원)가 지출된 상황에서 가동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전기료가 재정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CERN은 전기료가 가장 비싼 겨울에는 LHC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물론 휴가철인 여름에 땀 흘려 일하는 것은 결코 유럽식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는 일이 한가한 휴가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양철승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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