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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CSI 첨단 과학수사 어디까지...

납치 살해된 피해자의 시체를 찾기 위해 경찰 수 백 명이 동원돼 막대기나 경찰봉으로 산과 들을 뒤지는 광경을 종종 TV를 통해 보게 된다.

지난 4월 제주에서 발생했던 양지승양 유괴살인 사건도 연인원 3만4,000명과 40마리의 수색견이 동원됐다.

미국의 연방수사국(FBI) 은 지표투과레이더(GPR) 기술을 활용해 1m 깊이까지 사체가 매장돼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첨단 과학기술이 곧 수사의 효율성과 범인의 검거를 높이는 필요충분조건이 된 것이다.

미국 CBS TV가 제작한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CSI 효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정도다.

사실 CSI 과학수사대란 별도로 구성된 수사기관이 아니다. ‘Criminal Scene Investigation’이라고 해서 미국의 각 경찰서마다 있는 초동수사반, 또는 현장감식반 같은 기능을 하는 부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드라마를 시즌별로 방송한다. 만일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으면 다음 시즌 스핀 오프(Spin-off)를 통해 시리즈를 만든다.

스핀 오프는 캐릭터나 상황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으로 최근 MBC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CSI 뉴욕은 오리지널인 CSI 라스베이거스를 스핀 오프한 것이다.

어쨌든 드라마 속에서 CSI 과학수사대는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각종 수사기법으로 미궁에 빠진 범죄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완전 범죄로 여겨졌던 그 어떤 사건도 CSI 과학수사대 앞에서는 단시간 내 범인이 색출된다.

이 때문에 CSI 과학수사대, 즉 첨단 과학수사는 확실한 범죄 검거와 같은 의미로 대중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CSI 과학수사대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국내에서도 최근 수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수사가 각종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적외선을 통해 용의자의 인종과 성별은 물론 음식까지 알아내며, 거짓말 탐지는 물론 행동과 진술의 분석까지 이뤄진다. 즉 0.25초 동안 스치는 미세한 표정을 통해 감춰진 감정을 잡아내는 것.

또한 범죄 파일링을 활용해 범인의 윤곽은 물론 거주지까지 알아낼 수 있으며, 3차원 동영상으로 교통사고의 순간을 재연출할 수도 있다.

과거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한정됐던 과학수사 인프라도 최근 일부 지방경찰청 내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한국형 CSI)로 확충되는 등 어느새 과학기술 없이는 범죄수사가 불가능할 만큼 큰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DNA 분석은 세계 최고 수준

지난해 9월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람이 아닌 소나무에 대해서도 DNA 조사를 실시, 수 억 원대를 호가하는 100년 된 자연산 소나무 절도범을 검거했다.

계룡산국립공원 내에 자라고 있던 보물급 반송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경찰은 충남 일대 조경업체들을 조사, 조경업자 A씨 소유의 분재원에서 유사한 형태의 소나무를 발견했다. 문제는 훔친 소나무임을 어떻게 증명하느냐는 것.



경찰은 범죄 현장에 떨어진 나무뿌리에서 수사의 결정적 실마리를 찾았다. 현장 뿌리에서 얻은 DNA와 A씨 분재원의 소나무 DNA를 국립산림과학원에 의뢰, 서로 완벽히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어낸 것.

최첨단 분석기법으로 식물의 유전자 정보를 파악, 피의자를 검거한 국내 첫 사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DNA 감식은 지난 1992년 의정부경찰서가 미성년자 성폭행사건 관련 검사를 국과수에 의뢰하면서 국내에 처음 적용됐다. 이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괌 KAL기 추락사고,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등 대형 참사 사고에서 신원을 확인해주는데 큰 기여를 해왔다.

여기에 식물에 대한 DNA 검사까지 범죄수사에 동원되면서 DNA 분석을 이용한 한국의 과학수사 기법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교통사고 허위 진단도 적발

보험금을 노리고 허위로 교통사고를 위장하는 이른바 사기성 범죄에도 최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국과수가 야심차게 구축, 지난해 8월부터 사건에 적용하고 있는 ‘마디모(Madymo) 프로그램’이 바로 그 것.

일종의 충돌 해석 프로그램인 마디모는 차량 내부 탑승자의 안전도 분석, 보행자 사고 때 인체손상 원인분석, 사고 재현 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생생하게 구현해 낸다.

예컨대 보상금을 노리고 횡단보도에서 고의로 차에 뛰어들어 상해를 입는 범죄의 경우 마디모가 인체의 충격자세, 차량의 곡면 형상 등을 모두 반영한 정확한 시뮬레이션 값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보행자 충돌 움직임이 재현돼 고의사고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는 이른바 ‘가짜 환자’들에게 마디모는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마디모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정, 계산해 탑승자 모델의 상해 정도를 객관적 데이터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희선 국과수 법과학부장은 “향후 재판에서 배심원제도가 도입되면 이러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감정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 막대한 보험금 손실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발물 제조한 곳 판별 가능

일반 대중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폭발물 테러 범죄에서도 과학기술은 빛을 발휘하게 될 전망이다.

폭발 사건의 가장 중요한 단서는 관련 폭약을 어디에서 제조했는지 여부. 국과수는 최근 폭약류에 함유된 탄소와 질소의 동위원소 비율을 ‘안정동위원소 질량분석기(IRMS)’로 측정, 생산지와 생산회사까지 상세하게 구별할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했다.

국과수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폭발물이나 총기가 사용되는 테러 현장에서 채취한 극미량의 폭약이나 화약 잔류물로도 테러단체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재철 서울경제 기자 hummi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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