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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과 공간이동은 가능할까?

시간여행과 공간이동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일부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제시하는 새로운 시공간 개념이나 웜 홀 등의 최신 우주론을 바탕으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간여행은 타임머신과 같은 기계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부모 살해 패러독스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공간이동 역시 광자나 원자 수준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사람을 순식간에 이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재단

공상과학 영화들을 보면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것이 적지 않다. 또한 공간적 장벽을 뛰어넘어 순식간에 이동하는 장면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시간여행은 유명한 SF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5년 발표한 소설 ‘타임머신(The Time Machine)’에서 처음 선보였다. 웰스가 제시한 타임머신은 사람이 탄 물체에 광속보다 빠른 회전운동을 일으킨 후 4차원 공간의 시간 축으로 밀어서 과거 혹은 미래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시간여행과 타임머신

타임머신은 이후 숱한 SF 영화와 TV 시리즈에 등장하는데, 최근 원작에 가깝게 영화화된 것으로는 소설과 같은 제목의 ‘타임머신(The Time Machine; 2002)’이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알렉산더 하트겐(가이 피어스 분)은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믿는 과학자이자 발명가다. 그는 사랑하는 약혼녀 엠마를 잃고 세상과 격리된 채 과거를 바꾸기 위해 타임머신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

알렉산더는 갖은 고생 끝에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로 돌아갔지만 거기에서도 엠마는 자신 앞에서 죽고 마는 등 과거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미래에는 뭔가 해답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다시 타임머신을 탄 채 2030년 미래로 간다. 거기서 엄청난 자료와 지식을 지니고 있는 슈퍼컴퓨터를 만나지만 별 해답을 얻지 못하고 현재의 세계로 복귀하던 중 잘못돼 80만년 후의 미래로 떨어진다.
미래의 사회는 빛의 종족인 엘로이족과 이들을 사냥하는 어둠의 종족 머록족으로 나뉘어져 대치하는 세계인데, 알렉산더는 이들 사이의 싸움에 휘말리며 모험을 겪게 된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의 문제의식을 나름대로 조명하고 있는데다 감독인 사이먼 웰스가 바로 원작 소설가 조지 웰스의 증손자라고 해서 관심을 끌었다. 흥행 성적 역시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평단으로부터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에는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가 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에 마이클 J. 폭스와 크리스토퍼 로이드 등이 주연한 이 영화는 1985년 첫 편이 나온 이후 인기에 힘입어 1989년에 2편, 1990년에 3편이 선보였다.

첫 편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 분)는 평범하고 쾌활한 고교생으로 등장한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괴짜 발명가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 분)는 스포츠카를 개조해서 타임머신을 만든다. 그런데 브라운 박사가 테러범들의 총에 맞는 뜻밖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위험에 처한 마티는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 부모님을 만난 마티는 어머니가 미래의 아들인 자신을 좋아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를 무사히(?) 결합시켜 자신의 존재를 지켜내게 된다.

이 영화는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과 달리 우울한 분위기나 무거운 주제의식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10대의 청소년이 괴짜 발명가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신나는 모험을 펼치는 밝고 코믹한 분위기로 일관한다.
백 투 더 퓨처는 바로 이 같은 점으로 인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지 모른다. 또한 SF 영화답게 여러 가지 특수효과도 눈여겨 볼만하다.

타임머신이 빠른 속도에 빠져들 때 일으키는 불꽃 장면이나 시간여행을 상징하는 시계탑에 벼락이 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SF영화에 나오는 이 같은 시간여행이 실제 가능할 날이 올까. 어떤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제시하는 새로운 시공간 개념이나 웜 홀 등의 최신 우주론을 예로 들며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SF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타임머신과 같은 기계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차치하고서라도 시간여행에 관한 고전적이고도 유명한 ‘부모 살해 패러독스’에 대한 해법을 주지 못하고 있다. 즉 ‘어떤 사람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를 살해했다면 그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 아무도 만족할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논리학과 물리학의 기본 원리인 인과율(因果律; causality)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간이동과 스타트랙

상당히 멀리 떨어진 거리 등을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공간이동 또한 SF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공간이동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스타트랙(Star Trek)’을 들 수 있다. 지난 1966년 TV 드라마로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6번의 TV 시리즈와 11번의 영화가 선보였다.



국내외에서 적지 않은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트랙 시리즈는 머나먼 우주에서 다양한 외계인들과의 조우, 낯선 곳에서의 모험, 그리고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를 통한 초(超)광속 비행 등 볼거리가 대단히 많다.

그중에서도 승무원들을 순식간에 먼 곳으로 이동시키거나 우주선으로 다시 귀환시킬 때 이용하는 공간이동 장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심거리다.사실 승무원들이 가슴의 버튼 부분에 손을 대면 이동하는 공간이동 설정은 우주선 세트를 만들기 쉽지 않아 제작비를 아끼려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SF 영화들에서도 비슷한 콘셉트가 차용됐으며, 순간적인 공간이동이 과학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하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순간적인 공간이동이 등장하는 또 다른 영화로는 지난 2000년 개봉된 ‘배틀 필드(Battlefield Earth)’를 꼽을 수 있다. 존 트래볼타 등이 주연한 SF 액션물인 이 영화는 서기 3000년 외계인 종족의 지구 침략에 따른 인간의 생활상을 그리고 있는데, 공간이동 장치를 이용해 탈출하는 내용이 나온다. 공간이동 실험을 하던 과학자가 실수로 인해 파리의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영화 ‘플라이(The Fly; 1988)’ 역시 공간이동 장치가 주된 소재로 나온다.

지난 1958년 첫 영화가 나온 이후 리메이크 작품과 속편이 나온 이 영화에서는 단순한 공간이동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컴퓨터를 통한 기기의 작동과 이동 대상 물체의 분자들을 해체해 전송한 후 다른 쪽에 복원하는 과정 등을 그럴듯하게 그리고 있다.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전송기를 발명한 주인공 세드 브런들(제프 골드브럼 분)은 이를 믿지 않는 여기자인 로니(지나 데이비스 분)를 데려와 그녀의 스타킹을 한쪽 전송기에 넣고 다른 쪽으로 순간 이동시키는 놀라운 현상을 보여준다.

이후 로니와 연인 관계가 된 주인공은 생명체의 공간이동 실험도 추진한다. 즉 살아 있는 원숭이를 통한 실험을 성공시킨 주인공은 결국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공간이동 실험을 하게 되는 것.

주인공은 실험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이후 자신의 신체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는 것을 깨닫고는 전송 당시의 컴퓨터 기록을 확인한다. 그 결과 자신의 신체가 전송기에 따라 들어온 파리와 함께 전송돼 같이 합성됐음을 알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흉측한 모습의 거대한 파리로 변해 비극적인 최후를 마치게 된다.

공간이동을 소재로 한 가장 최근의 영화로는 얼마 전에 국내에서도 개봉한 ‘점퍼(Jumper; 2008)’가 있다. 신예 SF 작가인 스티븐 굴드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덕 라이만이 감독한 이 영화는 뉴욕, 도쿄, 로마, 이집트 등 원하는 곳 어디라도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점퍼들의 활약을 보여준다. 또한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직된 팔라딘과의 수천 년에 걸친 쫓고 쫓기는 싸움도 펼쳐진다.공간이동에 대한 과학적 묘사보다는 화려한 액션이 볼거리인 이 영화는 평단으로부터 그리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사람 원격전송은 불가능

그렇다면 이들 영화에 나온 순간적 공간이동, 즉 ‘원격전송(teleportation)’은 과학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예전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분적으로, 특히 원리적으로는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광자나 원자 단위의 원격전송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과 논문 발표가 최근 네이처 등 주요 과학저널에 잇달아 실리고 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가능할 것으로 치부됐던 이 같은 개념은 지난 1993년부터 미국 IBM의 과학자 찰스 베넷 등에 의해 ‘양자 원격전송(quantum teleportation)’ 이론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빛에너지를 이루는 광자(photon), 혹은 일반 원자의 양자 정보를 순식간에 원격 전송하는 실험에 실제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양자 원격전송이란 전송 대상 물체나 원자, 분자 등을 통째로 이동시키는 것은 아니고 그 물체를 이루는 기본 정보인 양자역학적 정보들을 전송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만약 사람의 몸을 이루는 정보들을 전송한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에 대해서는 물리학자 로렌스 M. 크라우스가 지난 1995년에 펴낸 교양과학 베스트셀러 ‘스타트랙의 물리학’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인간 신체의 정보를 전송하려면 그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DNA 정보뿐만 아니라 이를 이루는 원자 단위의 정보까지 모두 전송해야 한다. 인간의 몸은 대략 1028개의 원자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원자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려면 현행 PC의 하드디스크 용량을 고려할 때 무려 은하계 전체를 메울 만큼 쌓아 놓아야할 정도라고 한다. 또한 이 정도의 정보를 전송하려면 현재의 전송기술 수준으로는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인체 정보의 구성과 저장, 전송부터가 불가능한 셈이다. 또한 앞으로 정보처리 및 전송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정보의 전송은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고 해도 더 큰 문제가 남는다.

전송을 위해 인체를 이루는 입자들을 원자 수준 이하로 해체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단단히 결속시키는 결합에너지 이상의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추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에너지 양일뿐만 아니라 해체된 입자들을 전송하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는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설혹 성공적으로 전송했다고 해도 이후 다시 사람 몸의 형태로 결합하는 문제는 여전히 난제일 수밖에 없다. 결국 원격전송이란 광자나 일부 원자 수준에서의 실험은 가능할지 몰라도 사람을 순식간에 이동시킨다는 것은 소설이나 영화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글_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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