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아시아 - 유럽 철도에 한국의 자기부상열차 달릴 수 있을까?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자기부상열차 연구가 새로운 도약을 할 전망이다. 현재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연구개발에서는 독일과 일본이 앞서가고 있지만 자국 내 상용화 노선 구축에는 모두 실패한 상태다.

독일과 일본의 기술은 모든 선로에 전자석을 부착해야 하는 방식이어서 선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독일과 일본의 서로 다른 기술의 장점만을 취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이 방식의 기술개발 가능성과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에 한국의 초고속 자기부상열차가 달리게 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기부상열차 연구가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할 전망이다. 자기부상열차 개발은 시속 110km 내외의 중·저속 부문과 시속 500km 이상의 초고속 부문으로 나뉘어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중·저속 부문은 실용화 단계에 들어가 오는 2012년까지 인천국제공항에 약 6.1km 길이의 실용화 노선을 건설,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초고속 부문은 2005년 말부터 시작된 기초연구를 토대로 올 9월께 전문가 공청회를 통해 향후 기술개발의 가닥을 잡아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자기부상열차 연구가 중·저속 부문과 초고속 부문 모두 중대한 전환점에 서게 됐다. 자기부상열차는 일반적인 열차와 달리 바퀴 없이 전자석의 자력을 이용해 달리는 미래형 교통수단이다. 열차가 공중에 1cm 정도 떠오른 상태에서 최대 시속 5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린다. 특히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의 경우 아시아와 유렵을 연결하는 장거리 노선에 적합하고, 빠른 속도의 항공운송과 저비용의 선박운송 사이의 중간시장을 공략하는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3년 대전 엑스포 당시 시험 개발된 자기부상열차를 행사장 내 약 560m 길이의 궤도에서 운행했던 것이 전부다. 이후 자기부상열차를 실용화하는 사업과 연구개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 들어 대전 국립중앙과학관과 엑스포 과학 공원을 연결하는 약 1km 길이의 시범노선이 개통됐다. 여기에 중·저속 부문의 인천 실용화 노선 사업이 시작됐고, 초고속 부문의 기술 공청회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자기부상열차의 궤간 상호 호환성 필요

중·저속 부문의 실용화 사업은 인천국제공항 주변의 국제업무지역과 용유관광단지를 연결하는 6.1km 구간을 건설하는 것으로 한국기계연구원 내에 설치된 도시형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단이 총괄을 담당한다. 2012년까지 총 4,500억 원을 투자하는 이 사업에는 한국기계연구원이 전체 시스템 통합을 담당하고, 로템이 차량개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시범노선 구축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 계획상으로는 올해 말까지 자기부상열차 차량에 대한 상세 설계를 마치고, 내년에는 시제 차량 제작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2010년에는 한국기계연구원 내의 시험 선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시형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단의 신병천 단장은 “지난 1998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진 저속형 자기부상열차의 경우 건설비용 등의 문제로 실용화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수요도 발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재 실용화 사업에 적용되는 자기부상열차는 차량 하단에 철제 바퀴 대신 장착된 ‘ㄷ’자형 전자석을 선로 하단의 금속부분에 달라붙게 함으로써 차량이 약 8mm 정도 떠오르는 흡인식을 채택했다. 추진은 차량에 장착된 선형 유도전동기를 이용해 이뤄진다. 기관사가 없는 무인운전 방식으로 최대 속도는 약 110km다.

신 단장은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개발의 핵심은 차량 1량 당 3.96톤에 달하는 전자석 무게를 3톤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라면서 “선로 폭에 해당하는 궤간을 2m에서 1.85m로 축소한 것도 선로 구축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경우 일본이 우리와 같은 흡인식으로 지난 2005년 나고야에 8.9km 길이의 상용화 노선을 개통해 운영 중이다. 중국, 미국 등도 중·저속형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는 등 중·저속 부분의 투자는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도시형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에도 걸림돌이 있다. 현재 인천 노선과 대전 지역 시범노선의 궤간이 다르다는 문제다. 인천 노선의 경우 2012년까지의 1단계 사업 이후 추가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영종도 전체를 순환하는 53.2km 길이의 노선으로 확대하는 장기계획을 가지고 있다. 1.2km의 시범 노선이 있는 대전 역시 이 노선을 연장해 도시철도 형태의 교통수단으로 확대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지역에 설치되는 자기부상열차의 궤간이 서로 달라 상호 호환성을 확보 할 수 없다는 것. 다른 지역에서도 교통수요와 건설비용 등에 따라 서로 다른 궤간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도입될 경우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또한 연구개발 과정에서 시속 110km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길이 2km 이상의 직선 시험 선로가 없어 시속 110km를 구현하는 실제 실험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초고속 부문은 기술 방식 선택이 관건

초고속 부문에 대한 연구는 올 9월로 예정된 기술 공청회가 향후 국내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연구의 행방을 좌우하는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현재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는 196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한 독일과 1970년대부터 연구개발에 나선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이 기술을 지원한 30Km 길이의 중국 상하이 노선(푸동 공항-상하이 시내)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 노선은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 들어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등이 거리가 100km 이상인 상용화 노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확정된 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속 500km 이상의 속도를 구현해야 하는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 연구는 한국이 독일, 일본 등과 비교해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문제로 인해 그동안 연구개발이 부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독일이나 일본 방식이 가진 한계인 경제성과 안전성 문제를 극복하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연구팀의 성호경 박사는 “선발주자인 독일이나 일본이 상용화 노선을 구축하지 못한 이유는 노선 건설의 경제성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 박사는 이어 “후발주자인 한국이 서로 다른 기술을 채택한 독일 방식과 일본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접근하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과 일본의 경우 수 십 년간 연구를 진행해오면서 축적된 기술은 상당한 수준인 반면 전체적인 기술 변경이 어렵고 부분적인 구조 변경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기존 연구 개발에 대한 막대한 투자 문제 등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도 기반기술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후발주자인 국내의 경우 재료 소재 등 주변 기술이 보다 발전된 상태에서 적용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에 독일 방식과 일본 방식을 결합하거나, 새로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또한 연구개발 속도만 높이면 중국이나 유라시아 등의 장거리 노선 구축 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독일이나 일본이 겪는 기술 변경의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국내에서도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개발에서 어떤 기술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의 문제가 해외시장을 겨냥해야 하는 국내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연구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 단추가 되는 셈이다.

현재 성 박사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부상 및 추진 핵심기술 개발’ 연구에서 얻어진 결과물을 토대로 올 9월께 기술 공청회를 열어 향후 연구개발을 위한 3가지 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 박사는 “현재 공개할 수는 없지만 독일 방식과 일본 방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포함한 3가지 방식을 제안할 것”이라면서 “이 세가지중 하나가 채택된다면 곧바로 연구개발 과제가 착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부상열차의 부상과 추진 방식의 차이

이처럼 자기부상열차 연구에서 적용하는 기술 방식이 중요하고, 중·저속 부문과 초고속 부문이 분리돼 연구되는 것은 전자석의 자력으로 열차가 부상한다는 기본 원리는 같지만 이를 구현하는 기술은 중·저속과 초고속 부문뿐만 아니라 국가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어떤 식으로 열차를 띄울 것인지를 결정하는 부상 방식을 기준으로 ‘흡인식’과 ‘반발식’으로 나뉜다. 또한 열차를 움직이게 하는 추진 방식을 기준으로 ‘선형유도 전동기’를 사용하는지 ‘선형동기 전동기’를 사용하는지 여부에 따른 구분도 있다.

부상 방식 중 흡인식은 전자석의 달라붙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며, 반발식은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 밀어내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전자석의 힘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달라붙거나 밀어내는 힘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이를 통해 열차 차량이 0.8~1.5cm 정도 떠오른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열차를 움직이게 하는 추진 방식에서 선형유도 전동기는 일반적인 모터를 평평하게 펴 놓은 형태를 갖고 있다. 즉 모터의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꿔주는 것이기 때문에 선로에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만 있으면 차량 내의 선형유도 전동기만으로 추진이 가능하다.

반면 선형동기 전동기는 선로에 일정한 간격으로 전자석이 부착되고, 이 전자석이 순간적으로 N극과 S극으로 변화되는 형태로 추진이 이뤄진다. 즉 차량에 장착된 선형동기 전동기 역시 회전운동을 하는 모터를 직선으로 펴 놓은 것은 같지만 추진의 경우 차량이 N극일 때 앞쪽 선로의 전자석이 S극이면 차량을 앞쪽으로 잡아당기고, 이때 뒤쪽 선로가 같은 극성인 N극이 됨으로써 차량을 앞쪽으로 밀어내게 되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의 초고속 부문 실패 이유

현재 중·저속 부문에서는 주로 흡인식으로 부상하고, 선형유도 전동기를 사용해 추진이 이뤄지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의 시범 노선과 인천 지역의 실용화 노선도 모두 이 방식을 사용한다.

해외의 경우 일본 나고야 노선의 리니모(Linimo)와 중국이 개발중인 것도 흡인식을 사용했으며, 미국의 경우 전자석이 아닌 영구자석을 이용하는 방식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속 부문의 경우 선발주자인 독일과 일본이 서로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연구개발에 나선 독일의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인 트랜스래피드(Transrapid)는 지난 1977년 부상 및 추진방식을 결정했다. 부상 방식의 경우 현재 중·저속 부분에 사용되는 흡인식과 추진 방식은 선로에 전자석을 부착해야 하는 선형동기 전동기를 사용하는 것이 채택됐다.

이후 독일은 현재까지 이 방식으로만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 상하이 노선에 기술지원을 한 것도 이 방식으로 최고 속도가 시속 430km에 달한다. 하지만 독일은 1994년부터 함부르크-베를린 노선을 비롯해 뒤셀도르프, 뮌헨 등에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상용화 노선 건설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경제성 등을 이유로 모두 취소된 상황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하면서 독일 방식보다 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하려고 했다. 부상 방식으로 같은 극성의 자석이 서로 밀어내는 반발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기존 상전도 전자석으로는 효율이 떨어져 초전도 전자석을 사용했으며, 추진은 선로 측면에 부착된 별도의 전자석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시속 580km를 구현했다.

이처럼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개발의 선발주자인 독일과 일본이 서로 다른 방식의 기술개발을 이뤄냈지만 자국 내에 상용화 노선 구축에 실패한 이유는 모든 선로에 전자석을 부착해야 함으로써 선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초고속 운행에 따른 안전성 확보 문제도 추가적인 연구개발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하이브리드 방식 택할 가능성 높아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내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연구는 두 가지 방식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해 이루어지고 있다. 선로에 전자석을 부착하지 않고 중·저속 부문에서처럼 금속판만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할 경우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국내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기계연구원의 성호경 박사팀이 올 9월 기술 공청회를 통해 제안할 3가지 기술 역시 독일과 일본 양국의 서로 다른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 만일 하이브리드 방식의 연구개발 가능성과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를 경유해 아시아와 유렵을 연결하는 철도에 우리 기술의 초고속 자기부상열차가 달리게 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글_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