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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Kivu 살인 호수에서 희망 찾는다

아프리카 르완다에 위치한 호수 키부(Kivu)는 시한폭탄 같은 살인호수다. 키부호의 물 속 깊이에는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쌓여 있는데, 어느 날 가스가 폭발할 경우 대량학살을 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르완다 정부는 호수의 메탄을 뽑아내 전기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를 대재앙을 사전에 방지하면서 전력부족도 해결하겠다는 일석이조의 포석이다. 물론 키부호에서 메탄을 뽑아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복잡할뿐더러 위험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르완다는 몇 년 내에 전력의 자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한폭탄, 키부호

‘살인 호수.’ 찰랑거리는 물결과 그림 같은 호안선을 보면 왜 그렇게 불리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 수백 년 동안 이 곳 어부들은 의문의 기체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물고기, 때로는 사람까지 죽이는 것을 목격하곤 했다.
이 같은 치명적인 기체의 정체는 바로 호수 깊은 곳에 쌓여 있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현재 가스 수위는 점점 상승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어느 날 가스가 폭발하거나 일시에 부풀어 오를 경우 대학살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부 아프리카의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DRC) 사이에 끼어 있는 키부(Kivu) 호수는 시한폭탄이다. 다만 언제 터질지 모른 뿐이다. 과학자들이 키부호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까닭은 20여 년 전 발생한 끔찍한 사건 때문이다.

1986년 카메룬의 메탄 호수인 니오스(Nyos)에서 1,700명이 희생된 일이 있다. 과학자들은 키부호의 가스 분출이 대략 10년 주기로 일어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키부호 주변은 인구 밀집 지역이다. 호수 남쪽에는 콩고의 부카부, 북쪽의 르완다와 콩고 접경지역에는 기세니이, 고마가 있다. 주민은 200만 명에 이른다. 니오스호처럼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면 대량학살은 피할 수 없다.

이처럼 언젠가 닥칠지 모를 대재앙을 사전에 방지하고 동시에 에너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르완다 정부가 호수의 메탄을 뽑아내 전기를 생산하는 다소 위험한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이다.

살인호수를 발전소로

르완다 정부는 르완다투자그룹(RIG)을 결성, 5㎿ 용량의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메탄 개발에 나선 상태다. 첫 단계로 1,500만 달러 규모의 파일럿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현재는 20m 길이의 바지선이 호수 위에 띄워져 있다. 지난 4월 설치가 끝난 이 바지선에는 가스를 뽑아내게 될 두 개의 파이프가 축구장 길이의 3배 깊이까지 내려져 있다. 바지선에서 뽑은 메탄은 200m 떨어진 곳의 호수 기슭에 설치될 2기의 발전기를 돌리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를 보내기 위해 고전압 선로가 이미 건설됐다. 파일럿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본격적으로 5㎿의 전기를 생산하게 되면 르완다의 전력 사정은 크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렉트로가즈의 매니징 디렉터인 존 미렌지는 LA타임즈와의 안터뷰에서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르완다의 전통적인 동력원인 수력발전소 이외의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메탄을 동력원으로 하는 발전소는 다른 곳에도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물속에서 메탄을 뽑은 뒤 이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려는 시도는 처음이다.
르완다의 사회기반시설 장관인 알버트 부타르는 “초창기 이 사업은 미신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같은 기술의 장래가 매우 유망하다”고 말했다.

키부호에 메탄 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에는 RIG와 별개로 3개의 투자그룹 역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 중 미국 뉴욕에 근거를 둔 컨투어글로벌이 메탄 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에 서명을 앞두고 있다.

컨투어글로벌은 향후 100㎿의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현재 르완다에서 하루 생산되는 전기의 2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3년 전 설립된 컨투어글로벌은 이 계획에 2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미국 미네소타에서 칠면조 부산물로 전기를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해 짭짤한 소득을 올린 바 있다. 루안다 내 컨투어글로벌 대리인인 리차드 무기샤는 “르완다는 우리의 기술에 만족하고 있다”면서 “그 첫 단계로 20㎿ 용량의 시설이 2년 내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완다의 전력사정

현재 르완다의 전력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인구 1,000만 명 가운데 불과 5%만이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전기가 석유를 이용한 발전소에서 생산되고 있어 전기 요금이 주변국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르완다는 중앙아프리카의 1,000m가 넘는 고원 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국토는 비좁은 반면 인구는 상대적으로 많다. 면적이 경상북도보다 조금 큰 2만6,338㎢에 불과하다.



부존자원 또한 부족하다. 흔히 아프리카를 자원의 보고(寶庫)라고 하지만 르완다는 예외다. 금, 주석 원석, 텅스텐 원석이 일부 생산되지만 보잘 것 없다. 부타르 장관은 “키부호는 우리가 가진 거의 유일한 국내 자원”이라고 말한다.

르완다는 이전에도 키부호에서 메탄을 뽑아내기 위해 시도한 적이 있다. 1970년대 호숫가로부터 50m 떨어진 곳에 메탄 추출기를 설치했고, 여기서 생산된 메탄으로 르완다 유일의 맥주회사인 브랄리아(Bralirwa)의 보일러를 가열하는데 사용했다. 이 플랜트는 2004년 가동을 멈췄다.

메탄을 추출하려는 시도는 최근 8년 동안에도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 2000년 르완다는 노르웨이의 데인어쏘시에이츠와 40㎿의 발전소를 건설하는 계약에 서명한 적이 있다. KP1으로 불리는 사업이 탄생했고, 르완다는 225만 달러를 투자했다.

KP1은 키부호의 메탄을 활용하려는 최초의 국제협력 사례였던데다 르완다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믿음으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뒤 르완다는 계약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발표했고, 결국 계약은 파기됐다.

메탄 추출의 위험성

호수에서 메탄을 뽑아내 전기를 생산하는 계획은 단순해 보이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위험하다. 가스를 뽑아내는 작업으로 인해 호수가 불안정해져 예기치 않은 가스 분출이 발생할 수 있다. 분리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도 골칫거리다. 르완다 정부의 프로젝트 책임자인 찰스 니라후쿠는 “엔지니어들이 적당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어부들 또한 이전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파이프라인 균열로 주변의 물이 오염됐던 일을 떠올리며 가스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이 지역 어업조합장은 “때때로 플랜트 주변에서 죽은 물고기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부들은 메탄을 제거하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들은 메탄이 호수에 생명체가 사는 것을 제한해 왔다고 믿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도 이 프로젝트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부들은 물고기를 방생하고 있지만 호수의 어족 자원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내놓은 보고서는 키부호 주변의 화산 활동이 심각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 2002년에는 니라공고(Nyiragongo)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고마를 뒤덮은 적이 있다. 키부호 주변에는 활화산이 산재해 있다.

용암으로 인한 수온 상승은 메탄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유엔 관계자는 “다량의 용암이 호수로 흘러 들어갈 경우 호수 내부가 완전히 뒤집힐 뿐만 아니라 막대한 양의 독성 이산화탄소 방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정정이 문제

과학자들은 호수 내 메탄이 고대의 화산활동과 유기물의 부식, 박테리아에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뒤섞이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키부호에는 약 550억㎥의 메탄이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로 환산하면 4,000만 톤에 해당된다. 키부호에서 메탄이 발견된 것은 지난 1953년이다.
아직까지는 메탄을 추출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효과적인지, 그리고 경제적인지 분명치 않다.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Kigali)에 위치한 과학기술원 화학과 교수 테레사 아켄자는 “메탄을 취급할 때, 특히 메탄을 다른 것으로 바꿀 때는 상당 수준의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면서 “메탄을 연소시킬 때 나오는 에너지는 유사한 가스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르완다 정부 관계자는 초기 실패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신 기술의 뒷받침을 받고 있는데다 사업성공에 따른 경제적인 보상도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르완다에 있어 이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공한다면 향후 몇 년 안에 전력자급을 실현할 수 있고 인접국에 전기를 수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키부호에 대한 르완다의 영향력도 커지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위험을 키울 뿐이다.

컨투어글로벌의 리차드 무기샤도 “이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행된 적은 없지만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옆에 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한다. 르완다는 키부호 메탄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지 않다. 호수가 주는 선물을 이웃 나라인 콩고와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르완다는 내전 끝에 지난 14년간 정치 안정을 이뤘지만 콩고는 아직도 반군과의 전쟁에 전력을 기울이는 등 정정이 불안한 상황이다.

문병도 서울경제 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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