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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정밀한 과학적 트레이닝







미국의 철인3종경기 챔피언 앤디 포츠가 콜로라도 주 스프링스의 올림픽 훈련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에 있는 스크린에서는 수중 카메라로 찍은 포츠의 최근 수영 모습이 나오고 있다.

한사람이 수영, 사이클, 마라톤의 3개 종목을 치르는 철인3종경기는 인간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다. 미국 최고의 철인3종경기 선수인 앤디 포츠는 전통적인 훈련방식에서 벗어나 고도로 정밀한 과학적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과연 그는 미국 국가대표팀에 선발돼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을까?

지난 4월 19일. 올림픽 철인3종경기 선수권대회 출발선에 선 앤디 포츠의 표정에서는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그는 앨라배마 주 터스칼루사에 있는 블랙 워리어 강으로 달려들었다.

강에 뛰어든 그는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9명의 경쟁자를 신속하게 따돌렸다. 그의 뒤를 바짝 쫓던 헌터 켐퍼도 불과 몇 분 동안만 포츠를 따라잡다가 결국 다른 선수에게 추월당했다.

포츠는 순식간에 나머지 선수들을 10m 가까이 따돌리고 앞으로 나갔다. 그는 지난해 전국 챔피언 대회와 팬 아메리칸 게임에서 우승했던 것처럼 올림픽 규정(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이겨야 한다. 그는 미국 최고의 철인3종 경기 선수이니까 말이다.

불과 몇 분 사이에 그는 경쟁자들을 50~60m 가량 따돌리고 혼자서 맞은편 강가로 헤엄치고 있었다. 강가를 걷고 있던 포츠의 코치 마이크 도안은 “분당 심박수를 165회로 유지할 수 있다면 이번 경기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심박수가 165회를 넘으면 에너지를 너무 빨리, 그리고 많이 써버리게 된다. 하지만 165회 이하, 예를 들어 수영 중에 140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심장을 빨리 뛰게 할 만큼 템포를 낼 수 없다는 뜻이다.

포츠는 물 밖으로 뛰어나와 사이클로 달려갔다. 그는 사이클 코스에서 경쟁자인 켐퍼를 38초나 앞서갔다. 오른쪽 손목에 찬 마이크로컴퓨터 시계는 포츠의 분당 심박수를 알려주고 있었다. 분당 165회로 딱 알맞은 수준이다. 포츠가 스피드를 내자 도안이 45초 앞서간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 때 켐퍼와 다른 3명의 선수가 무리지어 달려오며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포츠는 두 바퀴째의 5km 코스를 돌기 위해 더욱 힘을 냈다. 30초의 차이가 난다는 도안의 말이 있은 후 세 바퀴째를 돌 때는 후발 주자들과의 차이가 25초로 좁혀졌다. 뒤따르는 선수들과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던 것.

포츠는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속도를 늦추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움직이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도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따라 포츠의 분당 심박수는 140으로 떨어졌다. 뒤에 따라오던 4명은 시속 50km의 속도로 곧 포츠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포츠와 켐퍼는 그 후 30km 가량을 닿을락말락한 거리를 유지하며 달렸다.

포츠의 분당 심박수는 127로 떨어졌지만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다. 도안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승리를 얻는 것이 중요했다. 현재 수치는 완벽해 보였다.

피드백 훈련기법의 창안

31세의 운동선수 앤디 포츠에게 수치야말로 모든 것이나 다름없다. 포츠와 그의 코치 마이크 도안은 전통적인 훈련방식에서 탈피해 3가지 변수, 와트량(몸에서 나오는 힘), 리듬(팔다리가 움직이는 템포), 심박수에 근거해 하루마다 훈련 프로그램을 새로 짜는 ‘피드백 훈련기법’을 창안했다. 시간제한은 물론 거리제한도 없다. 수개월간에 걸친 장기훈련 계획도 없다. 오직 생물학적 자료에만 의지해 훈련계획을 짜는 것이다.

포츠는 이렇게 말한다. “코치님과 저는 엔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동차 경주에서는 최소한의 연료 소모로 최대한의 힘을 내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심장과 폐는 인체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매일 밤 도안은 훈련에 따른 포츠의 신체적 반응을 분석했다. 그는 과다한 훈련을 시키지 않고도 포츠의 산소 소비량, 체력, 유산 임계점을 증대시킬 방법을 찾았다.
포츠가 410와트의 에너지를 내려는데 분당 심박수가 140 이하로 떨어지면 그것은 포츠가 이전의 훈련으로 기운이 빠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때는 훈련 강도를 줄여야 한다. 반대로 포츠가 165회 정도의 분당 심박수로 360~400와트 정도의 에너지를 낸다면 이전의 훈련에서 받은 피로가 회복돼 다시 뛸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도안은 “우리는 훈련에 적합한 피드백 구조를 창안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도안이 포츠에게 훈련량을 부과하면 포츠의 몸은 실험상의 데이터를 통해 그 훈련이 적합한지 아닌지를 알려오고, 그를 통해 차후의 훈련 내용을 정할 수 있다는 것.

과체중의 수영선수였던 앤디 포츠는 불과 5년도 못 돼 최고의 운동선수로 변모했다. 동료였던 움프노어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실력 향상이 가능한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포츠가 모니터링 기구를 사용해 훈련을 진행한 최초의 인물은 아니다. 랜스 암스트롱은 사이클링 파워 미터를 가장 먼저 사용했으며, 주말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가슴에 심박계를 달고 뛴다.

하지만 포츠는 이 같은 기기들에서 나온 수치대로 훈련하는 최초의 인물이다. 전직 철인3종경기 선수며 현재는 코치로 활동 중인 트로이 제이콥슨은 “1992년부터 운동을 해 왔지만 앤디처럼 훈련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터스칼루사에서 포츠와 경쟁했던 조 움프노어는 콜로라도 주 스프링스의 올림픽 훈련센터에서 포츠와 같이 훈련을 받았다. 그는 포츠의 훈련방식을 이렇게 말한다. “데이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체육을 정밀한 과학으로 바꿨습니다. 또한 이 같은 훈련방식은 실제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앤디라면 어떤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모든 훈련량과 휴식기간을 짜놓은 1년 단위의 계획표에 따라 훈련한다. 물론 그 중에는 포츠와 같은 장비를 사용하는 선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경기력 향상을 측정하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실제 제이콥슨은 “기준을 정하기 위해 20분간의 자전거 타기나 5km 달리기를 실시한다”면서 “여러 가지 장비를 사용해 실험상의 데이터를 얻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그런 걸 항상 달고 지내는 것은 사양한다”고 말한다.

시간표식 훈련방식은 여러 가지 기준을 이용해 훈련강도에 따른 신체반응을 예상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앞으로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콜로라도에 있는 보울더 스포츠치료센터의 수석스포츠과학자이자 철인3종경기의 올림픽 사이클 코치이기도 한 닐 헨더슨은 “지구력 증대를 위한 시간표식 훈련방식이 뛰어난 훈련성과를 낸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말한다.

코치는 선수의 상태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에 맞춰 훈련량을 계속 조절해야 선수가 받는 피로를 과학적으로 반영한 훈련계획을 세울 수 있다.

도안은 포츠에게 그런 훈련을 시키고 있다. 포츠가 사용하는 핀란드 썬토(Suunto)사의 T6 바디 모니터링 시스템은 매일같이 도안에게 최소 4,320개의 데이터를 보내준다. 심박수만 해도 6시간 동안 5초마다 한 번씩 체크된다. 그 데이터들은 차트에 압축시켜 그래프로 볼 수 있고, 10페이지 이상 늘여서 볼 수도 있다. 가끔씩 도안은 컴퓨트레이너(Computrainer)를 통해 포츠의 와트량과 신체 리듬 데이터를 추가하기도 한다.

철인3종경기 코치며 ‘철인3종경기 선수 훈련 바이블’의 저자인 조 프릴은 이렇게 말한다. “훈련에 대해서 말하자면 세상에 특별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떤 훈련을 얼마만한 양으로 어떻게 조합시키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하지만 앤디의 코치는 매일같이 선수의 상태를 모니터링 해 훈련계획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당초 과체중의 수영선수였던 포츠는 불과 5년도 못 돼 최고의 운동선수로 변모했다. 같은 팀 선수들은 그의 실력 향상을 보고 놀라워한다. 동료였던 움프노어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실력 향상이 가능한지 상상도 할 수 없다”면서 “도안은 정말 귀신같은 조련사”라고 말한다.

거실에서 이루어지는 훈련

포츠의 신기한 훈련 대부분은 별로 신기해 보이지 않는 가정집 거실에서 이루어진다. 콜로라도 주 스프링스에 있는 그의 집은 밖에서 볼 때 휘티즈(Wheaties)의 박스 앞면을 장식할 인물의 집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휘티즈는 미국의 시리얼인데, 운동선수를 박스 앞면에 등장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집 대문을 나서서 약 90m 정도 가면 세이프웨이 슈퍼마켓이 있다. 포츠는 이 상점에서 구입한 음식물로 매일 4,500칼로리의 영양을 보충한다. 집의 벽에는 포츠의 아내 리사, 아장아장 걷는 아들 보스턴의 사진이 줄지어 걸려 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이클 머신은 보이지 않는다. 리사는 집이 체육관처럼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집은 파트타임 체육관이다. 포츠는 아침식사를 하고 난 후 광에서 사이클 머신을 꺼낸 다음 커피 테이블 옆에 둔다. 그리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몸에 연결한 후 페달을 밟는다. 포츠는 “실내에서 하면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면서 “운동조건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훈련내용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참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터스칼루사 경기 6주 전에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던 아리안 코헨은 포츠의 6.4kg짜리 펠트 F1 하이브리드 탄소섬유제 사이클 머신 앞의 붉은 소파에 앉아서 그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전에 포츠는 적은 심박수로도 목표 와트량을 초과하는 등 좋은 훈련성과를 보였다. 그날은 시간당 400와트 이상의 에너지를 내는 고통스러운 상황 속으로 포츠를 몰고 가는 게 도안의 계획이었다.

포츠는 15분에 걸쳐 분당 84바퀴나 자전거 페달을 돌렸다. 사이클 머신의 뒷바퀴에 붙어 있는 전자식 부하 발생기는 400와트의 에너지로 투르 드 프랑스 경기의 오르막길을 달리는 것 같은 저항을 사이클 페달에 가하고 있었다.

거실 안은 포츠가 훈련하면서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후끈했다. 포츠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사이클 머신의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더니 분당 106바퀴의 속도로 페달을 밟아댔다.

그러자 갑자기 방이 어두워졌다. “이런 젠장”하며 중얼거리던 포츠는 사이클 머신에서 내려 송풍 팬의 플러그를 꽂을 곳을 찾았다. 지난해 410와트의 에너지로 운동을 하다가 전자식 부하 발생기를 태워먹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팬을 작동시키더라도 전자식 부하 발생기는 손대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다.

과체중의 수영선수였던 앤디 포츠는 불과 5년도 못 돼 최고의 운동선수로 변모했다. 동료였던 움프노어는 "오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실력 향상이 가능한지 상상할 수 없다" 고 말한다

갑작스런 정전의 원인을 확인한 결과 하나의 콘센트에 다수의 플러그를 꽂았던 게 문제가 됐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에 그는 콘센트에 연결된 전등 플러그를 빼버리고 퓨즈를 갈기 위해 두꺼비집을 찾아나섰다.

잠시 후 그는 사이클 머신에 다시 올라 컴퓨트레이너의 핸들 바 터치스크린을 조작해 전자식 부하 발생기를 재조정했다. 이어 가슴의 띠, 발 포드 등과 연결돼 신체 리듬, 심박수, 훈련량 등을 모니터하는 마이크로컴퓨터 시계도 재설정했다.

잠깐 생각에 잠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내는 힘을 전기로 바꾸어 축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집 전체가 쓸 전기를 저 혼자 생산할 수도 있을 텐데.”
훈련 중에 창밖을 보면 이웃인 헌터 켐퍼네 집 마당에 있는 나무가 보인다. 강철 같은 근육질 사나이인 32세의 켐퍼는 아내, 그리고 아이와 함께 산다. 신기하게도 터스칼루사 경기의 또 다른 경쟁자인 매트 리드도 이 근처에 아내, 그리고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둘 다 자아와 개성이 강한 탓에 포츠와 켐퍼는 서로 만나기를 꺼린다. 하지만 전직 운동선수였던 아내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논다.

포츠는 창밖을 보지 않는다. 훈련하는 중에 그의 눈은 거의 뒤집히기 일보직전이고, 방금이라도 토할 것만 같다. 그는 발에서 포드를 떼고 손목시계와 교신하는 GPS 발 포드를 그 자리에 끼운 다음 대문으로 달려 나갔다.

도안의 처방에서는 분당 150회의 심박수를 내도록 돼 있었다. 3km가 좀 넘는 길을 달려 그는 올림픽 훈련센터에 도착했다. 여기서 그는 오후의 3~5시간을 보낼 것이다. 과거 군사시설이던 올림픽 훈련센터는 27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대규모 단지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최첨단 훈련기구들이 있는 이곳은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미국 선수들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곳일 것이다.

‘올림픽 비트’, ‘올림피안’, ‘올림픽 리뷰’ 등이 단골로 취재하는 이곳에서는 미국 철인3종경기 팀의 세계 랭킹이 끝없이 방송된다. 미국 팀의 세계 랭킹은 보통 5~8위 사이인데, 8위 이하로 추락하는 때도 있다. 이 팀이 올림픽에 출전시킬 선수는 단 3명뿐이다.

속도면에서 제일 좋은 수영복은 LZR 레이서지만 통기성이 안 좋다. 통기성이 안 좋다는 것은 수영복을 입은 채로 사이클을 타야 하는 철인3종경기 선수들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지난해 9월 예상을 뒤집고 랭킹 4위였던 재로드 슈메이커가 올림픽 선수로 선발됐고, 남은 자리를 놓고 포츠, 켐퍼, 그 외 8명의 선수들이 터스칼루사에서 경쟁해야 했다. 이에 따르는 압박감은 정말 대단하다. 포츠가 집에서 사이클 머신을 타고 싶어 하는 것도 별로 이상할 것은 없는 셈이다.

그는 올림픽 훈련센터 체육관으로 뛰어 들어가 키는 그의 반밖에 안 되지만 어깨 넓이는 두 배인 역도선수들을 지나쳐갔다. 그는 1만6,000달러짜리 런닝 머신에 뛰어올라 10.5km를 달렸다. 2인용 소파만한 바벨을 머리 위로 들었다 놨다 하며 어슬렁거리는 역도 선수들을 보면서 말이다.

운동이 끝난 후 그는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었다. 카페테리아를 가득 메운 건강하게 그을린 사람들 속에서 그는 유독 창백해 보였다. 그는 50m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수영장의 천정과 바닥, 벽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선수들의 움직임을 모니터한다. 여기서 촬영한 영상은 13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오디오 비디오 룸으로 전송되며, 거기서는 코치들이 5,500m를 수영하는 선수들의 동작을 분석한다.

포츠는 스피도 FSII 수영복을 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이 수영복은 상어 피부를 닮은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가슴에 모니터를 부착할 수 있게끔 전신형으로 디자인됐다. 하지만 이 수영복도 세계에서 제일 높은 속도를 보증하는 제품은 아니다.

속도 면에서 제일 좋은 제품은 LZR 레이서지만 통기성이 안 좋다. 통기성이 안 좋다는 것은 수영복을 입은 채로 사이클을 타고 달려야 하는 철인3종경기 선수들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집에 돌아와 마이크로컴퓨터 시계를 랩톱 컴퓨터의 USB에 연결하고 그날의 수치를 도안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는 것으로 포츠의 하루 일과는 끝난다.

포츠가 실험용 쥐냐는 질문에 도안은 이렇게 말했다. “실험용 쥐라도 특별한 실험용 쥐이지요. 적어도 어떤 일이 있을지 알려는 주니까요. 우리는 그의 몸의 반응에 맞춰 훈련할 뿐입니다.”

포츠가 수영을 하는 동안 도안과 코헨은 수영장의 오디오 비디오 룸에서 지난 2004년 이래 포츠의 훈련기록을 적은 바인더를 보았다. 도안은 포츠가 두 번째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지난 2007년 6월 밴쿠버 월드컵 때였다고 코헨에게 말했다.

포츠는 경기 중 분당 심박수가 최저 120을 기록했으며, 평균 분당 심박수는 161이었다. 아주 이상적인 경기였다. 일정한 심박수를 유지한 덕에 경기 마지막 10분에 사용할 에너지를 비축해 둘 수 있었다. 도안은 그 경기 그래프 옆에 A++라고 적었다.

코헨은 알카트래즈에서 열린 2007년도 이스케이프 경기 기록도 보았다. 2시간의 경기 동안 포츠의 분당 심박수는 최고 172를 기록했으며, 항상 160 이상이었다. 그는 결국 우승했지만 상당한 무리가 따랐다. 그 경기의 차트에 도안은 “이렇게 뛰면 죽어!” 라고 갈겨 적었다. 최근의 훈련에서 포츠는 같은 노력을 들이고도 2년 전보다 11%의 힘을 더 냈는데, 도안은 터스칼루사 경기까지 이것이 12%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도안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바보짓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엇을 왜 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과학적으로 훈련할 뿐이지 결코 추측에 의존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실제 피드백 훈련기법 덕분에 포츠는 한계까지 몰아 붙이는 혹독한 훈련을 받고도 몸이 망가져 수개월동안 회복해야 하는 사태를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과도한 훈련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코치 부장이던 톰 크로포드는 “그런 훈련기법은 매우 까다롭고 큰 위험 부담이 있다”면서 “과도한 훈련에 가까운 강도 높은 훈련을 그렇게 오래 하다가는 몸이 망가질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도안과 코헨은 오디오 비디오 룸을 떠나 포츠가 매우 빠르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았다. 코헨은 도안에게 포츠가 실험용 쥐냐고 물어보았다. 도안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실험용 쥐라도 특별한 실험용 쥐이지요. 적어도 어떤 일이 있을지 알려는 주니까요. 우리는 어디까지나 그의 몸의 반응에 맞춰 훈련할 뿐입니다.”







과학에 건 선수 생명

도안과 포츠는 철인3종경기 경험이 전무하던 때부터 피드백 훈련기법에 의존해왔다. 지난 2000년 철인3종경기 금메달리스트인 사이몬 휫필드의 코치였던 랜스 왓슨은 이렇게 말한다.

“도안은 이전에 철인3종경기 선수를 지도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다른 사람이 해오던 훈련기법은 버리고, 앤디에게 최적화된 훈련기법을 구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완전히 새로운 훈련기법이 탄생된 것이다.

포츠는 속도 하나로만 승패가 갈리며 그리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 스포츠인 수영을 할 때부터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었다. 그는 1996년 올림픽 수영선수 선발전에서 400명 중 4위를 했지만 1999년에 선수생활을 그만두었다.

그는 목수 일을 했지만 생활의 중심을 찾지 못했다. 2002년 6월 포츠는 2주간 훈련한 후 콜로라도 주 스프링스에서 벌어진 아마추어 철인3종경기에 출전했다. 그의 성적은 28위에 불과했지만 국가대표팀 코치의 눈에 띄어 발탁된다. 2년 후 그는 요행히도 2004년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경쟁자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졸전을 벌이는 와중에 그는 예상치 못한 선전을 펼쳤다. 2004년 올림픽에서 거둔 그의 성적은 22위. 신참 치고는 뛰어났다.

2개월 후 그의 아내는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2005년 내내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며, 포츠는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해 아내에게서 25m 이상 떨어져 지내야 하기도 했다.

포츠는 이렇게 말했다. “그 덕분에 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어요. 폐에 종양이 4개나 퍼졌고 병세는 계속 악화되어만 갔어요. 달리면서도 나는 계속 생각에 잠겼지요. 그 때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살고 싶었어요. 외부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요. 그래서 나는 마이크 도안에게 철인3종경기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 경기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자 마이크는 그것을 도와주겠다고 했지요.”

리사는 과학에 목숨을 걸었고 결국 암에 맞서 이겼다. 그녀는 3년 이상이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포츠 역시 과학에 자신의 선수 생명을 걸었다.
도안과 함께 운동하는 것은 위험한 구석도 있었다. 도안은 올림픽 훈련센터에 상주하는 철인3종경기의 수영 코치였지만 육상 선수나 사이클선수에 대한 지도 경험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안은 지구력 훈련의 기본 원리를 알고 있었다. 훈련 강도를 증대시켜 신체의 산소 소비량, 체력, 유산 임계점을 증대시키는 것이 그 원리다. 게다가 훈련 중 선수가 받는 스트레스 강도를 측정할 수 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포츠는 훈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는 것에 못마땅해 했다. 하지만 도안은 포츠의 나이(당시 29세) 때에는 피드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게다가 4시간 동안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게임에 참가하는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시간이 갈수록 포츠는 모든 운동선수가 시간과 거리에 대해 공통적으로 갖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됐다. 포츠는 “이제는 손목시계에 나오는 데이터를 보고 내 몸 속의 생체 게이지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안이나 포츠 모두 자신들의 이 같은 훈련방식이 장차 지구력 훈련방식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 프릴은 이미 피드백 데이터를 가지고 훈련성과를 측정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도안이 매일 밤 하는 일을 자동화 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 유산 수치, 근육조직 검사 등 어떠한 데이터로도 피드백이 가능하기 때문에 포츠가 행하고 있는 훈련방식은 어떤 종류의 스포츠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의 스키 금메달리스트인 헤르만 마이어는 신경 내분비와 유산 수치로 근육의 피로 정도를 측정한다. 물론 이것을 알아내려면 끊임없이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방법은 너무 침습적이고 돈이 많이 들어가 대개의 운동선수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 년 안 있어 기술의 발전으로 피드백 방식의 훈련기법은 매우 쉽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보울더 스포츠치료센터의 수석스포츠과학자이자 철인3종경기의 올림픽 사이클 코치인 닐 헨더슨은 “앞으로 10년 내에 모니터 기기의 가격은 하락할 것이고 더 효율적으로 매일의 훈련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휴대형 혈액검사기도 언젠가는 신형 심박 측정기로 바뀔 것이다.

유력한 경쟁 상대

터스칼루사 올림픽 선수권대회 종료를 40분 남겨두고 포츠의 유력한 경쟁 상대는 켐퍼인 것으로 드러났다. 선두 그룹은 이제 앤디 포츠, 헌터 켐퍼, 매트 리드 등 3명으로 줄어들었다. 포츠가 사이클을 타고 마지막인 8번째 바퀴에 들어서자 도안은 포츠의 상태를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안은 측정을 멈추지 않았다. 포츠는 리드, 켐퍼와 함께 달리고 있었지만 분당 심박수는 부드럽게 165를 유지하고 있었다. 도안은 “이제 선두 그룹에 앤디와 헌터만 남게 되면 언제라도 앤디가 헌터를 따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 참가한 10명의 선수는 상대방의 강점과 전략을 잘 알고 있다. 거의 모든 선수가 콜로라도 주 스프링스에 살고 있고, 끊임없이 경쟁해왔다. 사이클을 타고 가야 할 거리가 1.6km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리드가 다른 둘을 따돌리고 앞으로 나갔다. 놀라는 선수는 없었다. 도안은 스쳐 지나가는 리드를 보았다. 포츠와 켐퍼는 20초 뒤쳐져 리드를 추격했다. 도안은 “리드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앤디는 마라톤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도로 정밀한 훈련을 받고, 뛰어난 유전자를 타고 났으며, 뜨거운 열정을 갖춘 최고의 선수라도 질 때가 있기 때문에 올림픽 대회는 드라마틱한 것이 아닐까.

얼마 후 선수들은 사이클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리드는 여전히 다른 선수들보다 20초 앞서갔다. 포츠는 켐퍼에게 밀리기 직전이었다. 도안이 자신 없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5km만 켐퍼와 함께 뛸 수 있다면 따돌릴 수 있어요.”

두 바퀴째 달리기에서 포츠는 계속 위치를 유지했지만 결승점이 5km 남았을 때 포츠는 3위로 처졌다. 이 경기를 보는 관중들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져갔다.
포츠가 간신히 켐퍼를 따돌렸을 때 리드는 너무 멀리서 달리고 있었다. 더욱이 두 선수가 분기점에 도달했을 때 자원봉사자가 포츠에게 결승점으로 가라고 잘못 지시했다. 아직 한 바퀴 더 달려야 했는데 말이다.

포츠는 그 방향으로 몇 걸음 가다가 잘못을 깨닫고 얼른 되돌아왔지만 1km를 3분에 뛰어야 하는 가혹한 경기에서 그 실수는 실로 치명적이었다. 켐퍼가 포츠보다 7초나 앞서나가 버리고 만 것이다. 리드는 이미 30초를 앞서갔다. 도안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시계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기분이 좋지 않군요.” 경주로에서 20m 떨어진 풀밭에 앉아 있던 리사도 이 광경은 차마 볼 수 없었다.

네 바퀴째 달리기에서 포츠의 분당 심박수는 180회가 됐다. 결승선을 400m 남겨놓고 포츠는 다시 힘을 얻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는 결승선 180m 앞에서 켐퍼를 앞질렀고, 켐퍼보다 4초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리드보다는 20초나 뒤졌다.
켐퍼는 결승선을 통과한 후 코스를 벗어나 달렸고, 불과 4개월 전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뉴질랜드 출신의 리드는 기쁨에 가득 차 TV 카메라에 대고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소감을 떠들어댔다. 하지만 미국 최고의 철인3종경기 선수인 앤디 포츠와 헌터 켐퍼는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할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기회

포츠는 그날 저녁 도안과 함께 경기 데이터를 연구했다. 수치는 예상대로 좋았다. 112분의 경기시간 중 110분간 보여준 성과는 완벽했다. 올림픽 코치 랜스 왓슨은 이렇게 말했다.

“앤디는 마치 디젤엔진 같은 힘을 발휘하는 선수예요. 앤디가 올림픽 팀에 갔어야 했지요. 하지만 앤디를 포함해서 모든 선수는 경기장 현지의 컨디션이나 돌발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포츠의 태도는 다소 철학적이었다. “가장 빠르게 헤엄치고 달리면 경기에서 이길 수 있지요. 저도 그랬어요. 다만 이번에는 필요한 동작을 취해야 할 때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제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상대 선수들이 제가 당해낼 수 없는 전술적 행동을 취했을 뿐이예요. 오늘 리드의 경기력은 최고였어요. 할 수 있는 한에서 저는 최선을 다 했어요.”

아마도 거기까지가 선수 능력의 한계일 것이다. 얼마나 꼼꼼히 훈련했는지, 경기 당일 승산이 얼마나 있는지. 날씨가 어떤지, 장비에 문제가 있는지, 자원봉사자가 실수를 저질렀는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철인3종경기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훈련을 하는 게임이며, 기회가 나타났을 때 온 힘을 다해 움켜쥐어야 이길 수 있다.

6월 22일 포츠와 켐퍼는 미국 올림픽 철인3종경기 팀에 마지막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디모인에서 또 한 번의 경기를 벌인다. 파퓰러사이언스 8월호가 발행될 시점에는 미국 철인3종경기 팀은 끊임없이 변하는 국제 랭킹에서 8위 이상을 차지해 3번째로 올림픽에 참가하게 될 것이다.

터스칼루사 경기 다음 날 포츠는 비행기를 타고 집에 와서 여러 가지 악조건 또는 호조건에 대비한 피드백 훈련을 재개했다. 고도로 정밀한 훈련을 받고, 뛰어난 유전자를 타고났으며, 뜨거운 열정을 갖춘 최고의 선수라도 질 때가 있기 때문에 올림픽 대회는 드라마틱한 것이 아닐까.

PS: 6월 22일 디모인에서 열린 하이비 국제 철인3종경기에서는 1, 2, 3위를 모두 외국인 선수가 차지했다. 미국 선수 중에는 헌터 켐퍼가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둬 마지막 남은 티켓 한 장을 거머쥐게 됐다. 앤디 포츠는 후보 명단에 올라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선수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대신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그에게는 실낱같은 기회가 남아있는 셈이다.

올림픽 선수: 톰 데일리, 14세, 영국 다이빙 선수

특징: 젊음
이 10m 플랫폼 다이빙 유럽 챔피언은 부지런히 노력하고, 재능이 많으며,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았다. 그의 코치인 앤디 뱅스는 앞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데일리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 역대 올림픽 선수 중 두 번째로 어린 그는 체력적으로 다이빙 선수들의 정점은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찾아온다는 통념을 바꾸고 있다. 그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다면 그 통념은 더욱 빨리 깨질 것이다.

올림픽 선수: 다라 토레스, 41세, 미국 수영선수

특징: 유연성
그녀는 올림픽에 4번이나 참가했고, 아이도 한 명 있다. 어지간한 수영 선수라면 벌써 은퇴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토레스는 자신이 세웠던 50m 자유형 미국 신기록을 갱신했다. 비결은 저항력 스트레칭이었다. 지난 18개월 동안 플로리다 주 스프링스의 이노베이티브 바디 솔루션의 트레이너 앤 티어니, 스티븐 시에라는 토레스의 근육이 길고 날씬해지며 많은 속근섬유를 갖추도록 훈련시켰다. 티어니는 자신 있게 말한다. “어떤 수영선수도 토레스처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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