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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강국 위한 도약의 무대

로봇산업은 반도체산업 또는 PC산업을 이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세계적인 리서치 기관들은 2020년 로봇시장 규모가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시장 규모를 능가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로봇생산 세계 5위, 사용대수 4위, 그리고 로봇밀도 2위로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산업용 로봇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지능형 로봇, 그 중에서도 서비스 로봇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 주최로 열리는 국내 최대의 로봇행사인 로보월드는 바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 삼성동 소재 코엑스(KOEX) 태평양홀. ‘로보티즈’와 ‘바이올로이드’ 등 5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댄스 팀을 이뤄 ‘로보월드 2008’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기존의 ‘휴보’보다 20kg 가벼워진 ‘휴보 2’는 마이크를 잡고 사회자로 나섰다. 로봇행사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기에 충분했다.

‘로보쓰리’와 ‘서비보이’ 등의 서빙 로봇들은 테이프 커팅을 위한 용품을 운반하는 등 행사를 거들었다. 특히 앙드레 김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은 휴머노이드 로봇 ‘마루-M’은 이제 로봇도 딱딱한 외장 케이스 대신 명품 옷을 입는 시대가 왔음을 알려 눈길을 끌었다.

지식경제부가 주최하는 로보월드는 로봇 관련 전시회, 경진대회, 그리고 학술대회 등 3개 행사를 통합한 국제 규모의 로봇 전문전이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로보월드는 국제적인 로봇 전문가들이 모여 신기술을 논의하는 행사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외형만 커진 것은 아니다. 로보월드는 우리나라의 로봇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도약의 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앞으로는 서비스 로봇의 시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지난해 1월 미국의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매거진에 게재한 기고를 통해 로봇산업의 미래를 예견했다.

게이츠 회장은 로봇산업이 PC산업과 비슷하며, 앞으로 급격한 성장을 통해 일상생활의 모든 분야에 존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원격제어가 가능해져 물리적 한계도 극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로봇생산 세계 5위, 사용대수 4위, 로봇밀도 2위로 로봇 선진국인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산업용 로봇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 로봇산업의 화두(話頭)로 부상하고 있는 지능형 로봇 분야에서는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

지능형 로봇은 주변 환경과 작업 성격을 스스로 판단, 인간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로봇을 일컫는다. 최근 시장의 높은 수요와 각국 정부의 전략적 투자, 그리고 고부가가치 지식집약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성장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

실제 지능형 로봇은 조만간 로봇산업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능형 로봇은 첨단 신기술의 복합체로서 신산업 창출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능형 로봇을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메카트로닉스, 인공지능, 컴퓨터, 첨단 IT기술이 융합된 것으로 이종(異種) 산업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능형 로봇 중에서도 어떤 분야가 각광을 받을까. 전문가들은 서비스 로봇을 꼽고 있다. 서비스 로봇은 로봇청소기로 대변되는 가정용을 포함해 수술에 투입되는 의료용, 군사용, 교육용, 극한작업용, 공공서비스용 등으로 잠재 수요처가 풍부하다.

최근에는 빌딩을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인식해 경비, 청소, 그리고 실내 환경 조정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서비스 로봇도 나왔다. 과거에는 이 같은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구동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로봇에 탑재해야 했다. 이 때문에 로봇의 크기가 커지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하지만 지금은 무선 인터넷을 포함한 통신 인프라의 발전으로 로봇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구동·제어·센서·인터페이스 등 기본적인 기능만 탑재한 채 통신망을 이용, 외부의 메인 서버에서 필요한 구동 프로그램을 전송받아 실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새로운 서비스 로봇의 등용문

이번 로보월드 2008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 로봇이 대거 선보였다는 점이다. 로봇 전문기업 유진로봇이 선보인 ‘카페로’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사람을 대신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음악, 사진촬영, 퀴즈풀기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 지루함을 없애주는 기능도 있다.

같은 회사의 ‘아이로비Q’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유아 교육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로봇이다. 음성인식이 가능한 아이로비Q는 아이들과 함께 대화할 수 있다. 또한 영어, 백과사전, 명작동화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학습효과를 높여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선보인 ‘H-ROBOT’은 얼굴 표정 및 제스처 표현이 가능한 감성 로봇이다.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보조할 목적으로 고안된 이 로봇은 대화체의 음성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어 노인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항 지능로봇연구소가 선보인 간호업무보조용 의료서비스 로봇은 병실을 돌아다니며 약과 X레이 필름을 운반한다. 또한 간호사의 명령에 따라 환자의 상태도 체크한다. 기존 병원에서 사용하던 카트 정도의 크기로 무선 체온측정, 혈압측정, 혈중산소량과 심전도 체크 같은 기능도 갖고 있다.



전남대 로봇연구소가 개발한 화초 가전로봇은 사람과의 교감작용으로 줄기나 꽃봉오리를 피우는 것은 물론 가습 및 산소발생 기능까지 있어 기존 가습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봇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연구기관, 로봇 전문기업, 그리고 대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며 “조만간 서비스 로봇이 반도체산업을 추월하는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방로봇 분야 도약 두드러져

무인항공기, 무인전차 같은 국방로봇은 미국이 단연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 분야에 대한 도약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 로템은 ‘전술로봇차량’과 ‘보행형 견마로봇’ 등 차세대 전투로봇을 선보였다. 감시 및 첨병 역할을 수행하는 전술로봇차량은 최고 시속 40km로 1시간 동안 작전운용이 가능하다. 특히 바퀴 내부에 전기구동 모터를 장착, 제자리 회전·급선회·게걸음 주행이 가능하다. 이 같은 기능은 협소한 지역에서의 임무 수행에 도움을 준다.

로템 기술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전술로봇차량은 제자리에서 360° 회전이 가능해 협소한 지역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면서 “앞으로 센서 융합기술을 보완해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보행형 견마로봇은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견마형 로봇 ‘빅독(Big Dog)’과 흡사한 외형을 갖추고 있다. 휴대형 원격조종장치로 운용되는 이 로봇은 전장에서의 장비운반은 물론 감시와 정찰임무도 수행한다. 특히 4개의 다리로 거친 산악지역에서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6개의 바퀴가 달린 국방과학연구소의 ‘차륜형 견마로봇’은 원격제어가 가능해 지뢰 탐색 및 공격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6개의 바퀴는 축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1m 이하의 장애물은 쉽게 지나갈 수 있다. 또한 차륜형 견마로봇은 와이브로를 통한 원격제어는 물론 무인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로봇에 내장된 자율주행 센서와 GPS를 통해 지휘통제 차량에서 로봇의 주행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도담 시스템이 선보인 ‘지능형 경계감시로봇’은 주둔지의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실시간 경계 및 감시임무를 수행한다. 기존 경계감시로봇과 달리 침입자를 제압할 수 있는 소총을 장착하고 있어 이동물체를 탐지한 후 제압할 수 있다.

■ 로봇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 늘려야

일본의 경우 혼다와 소니 등 대기업 중심으로 로봇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70여 개의 로봇개발 업체 중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전문가들은 로봇산업이 반도체산업에 이어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능형 로봇, 그 중에서도 서비스 로봇의 상용화에 무게가 실리려면 국내외 유통망을 갖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이 참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기업의 경우 미래 시장흐름을 읽고 선(先)투자한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며, 인터넷이 컴퓨터의 혁명을 불러왔듯 대규모 수요 창출을 위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로봇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 로봇특별법, 즉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상의 기업 지원 내용을 조속히 시행해야 하며, 공공기관에서 로봇을 적극 구매하는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 특히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로봇랜드 조성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

로봇랜드는 서울랜드 규모의 로봇 테마파크 조성사업으로 지난해 4월 사업공고가 났다. 현재 인천과 마산이 예비사업자로 선정돼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초 8월 완료하기로 한 최종 조사결과 발표가 계속 연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해당지역 국회의원들이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등 정치적 변수 때문에 최종 선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로봇랜드는 로봇에 대한 인식 제고는 물론 수요 창출의 기폭제가 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리에 의한 입지 선정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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