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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빛이 사라지면 지구의 생명체는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나?

뜨거운 커피를 머그컵에 담아 냉장고에 넣더라도 커피가 곧바로 차가워지지는 않는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태양이 단번에 식어버린다고 해도 즉각 지구의 온도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적어도 우주의 온도보다는 높은 상태를 수 백 만년 동안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에게 이 ‘따뜻한 상태’의 지구는 살아가기에 너무 차가운 온도다. 태양빛이 사라진지 몇 주 내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영하 18℃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1년 후에는 영하 73℃라는 빙하기 수준의 한파가 찾아온다.

이 정도면 바다 표면이 모두 얼어붙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얼음 층이 냉기를 차단해주는 덕분에 심해수는 수백 년간 얼지 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인류의 먹거리 중 상당부분을 공급하고 있는 어업이 완전히 붕괴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행성과학자인 데이비드 스티븐슨 박사는 “태양이 사라지고 수 백 만년이 지나면 지구 핵의 열과 지구 표면에서 우주로 복사하는 열 사이에 평형이 이뤄진다”며 “이 때 지표면의 온도는 영하 240℃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지각에 서식하는 일부 미생물들은 이 같은 온도에서도 살아남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생명체는 태양빛이 없어지는 순간 오래살기는 틀렸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일단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된 식물들이 몇 주 내로 죽어버릴 것이다. 물질대사 속도가 느리고 충분한 당분을 비축해 놓은 아름드리나무들도 수십 년 이상 버텨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먹이사슬의 최하층인 식물이 전멸하게 돼 사람을 포함한 대다수 동물들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아마도 시체를 먹고 사는 청소동물들이 끝까지 살아남겠지만 이들도 기온이 너무 떨어지면 생명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깊은 바다 속에 머물고 있던 잠수함 승무원들은 이보다 더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보다는 원자력발전소나 지열발전소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 가정의 거주자들이 생존일이 더 길 개연성이 높다.

이 관점에서 전체 가구의 87%가 지열에너지의 혜택을 받고 있을 만큼 풍부한 지열에너지를 자랑하는 아이슬란드는 인간이 살아남기에 최적의 장소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천문학과 교수인 에릭 블랙먼은 “화산의 열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인류는 태양이 없어져도 수백 년 간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혹시 태양빛이 아니라 아예 태양 자체가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 역시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가정이지만 이 상황이 실제로 전개된다면 지구는 야구공에 끈을 매달아 놓고 빙빙 돌리다가 끈을 놓아버렸을 때처럼 우주 저편으로 멀리 날아가 버리게 된다.

태양은 지구에 열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인력(引力)으로 지구가 안정된 궤도를 그리며 태양계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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