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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을 가다] 한국식품연구원

세계 최대 산업의 과학화 선도하는 첨병

과학기술이 곧 국가의 미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람의 삶은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게 된다. 과학기술이 전제돼야만 더 좋은 성능의 휴대폰을 개발하고, 자동차도 만들 수 있다. 또한 우주도 가고, 유전자를 연구해 질병을 고칠 수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총괄했던 과학기술부가 지난해 폐지되고, 교육인적자원부와 합쳐져 교육과학기술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교육과 과학기술 부처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과학기술 부문의 추동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의 진단이다.

과거 과학기술부 산하에는 26개의 대표적인 이공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있었다. 지금 13개 연구기관은 기초과학을 다룬다는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 나머지 13개 연구기관은 돈 버는 기술을 연구한다는 명분으로 지식경제부에 편재돼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끌어 온 연구기관들은 이처럼 뿔뿔이 흩어져 주무부처의 변방에 머물고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는 위기국면에 처한 연구기관들의 확실한 자리매김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을 가다’라는 시리즈를 마련, 운영해 오고 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연구기관들의 목표, 전략, 활동, 그리고 성과를 알려 과학기술 입국의 꿈과 취지를 되살리고자 한다. -편집자 註

세계 최대 산업의 과학화 선도하는 첨병

의식주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그런데 이 중에서 단 한가지만을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아마도 거의 모 든 사람은 식(食), 바로 먹을거리를 택할 것이다. 옷이나 주거공간이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면 먹을거리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세계 식품산업 규모가 4조 달러, 국내시장도 100조 원을 웃도는 초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가전, 게임 산업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식품산업이야말로 세계 최대의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식품과학 기술의 본산

지난 1988년 설립된 한국식품연구원은 이처럼 인간과 떼어놓을 수 없는 식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식품이라는 영역 자체가 방대한 만큼 식품연구원의 연구 분야 역시 폭을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다.

식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농수산물과 임산물, 축산 물의 생산·가공기술은 물론 농수산물의 고부가가치화 기술, 식품 안전성 확보 기술, 유통 및 품질 관리기술 등 국내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건강한 국민 식 생활 확보를 위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한마디로 식품이 농장에서 길러져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연구하는 것. 현재 우리가 식탁에서 마주하는 많은 식품들이 식품연구원의 기술에 힘입은 결과물이다.

일례로 미곡종합처리장(RPC) 기술은 식품연구원의 가치를 입증하는 대표적 연구 성과로 꼽힌다. 미곡 종합처리장은 수확한 벼의 반입을 시작으로 이물질 제거, 선별, 계량, 품질검사, 건조, 보관, 도정공정을 거쳐 출하와 판매, 부산물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시설. 식품연구원이 지난 1989년 개발에 성공해 지금은 전국의 모든 농촌에 보급돼 있다.

식품연구원은 현재 이를 동남아 시장에 보급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며, 미곡종합처리장을 벤치마킹한 위생고춧가루 종합처리장의 실용화에도 매진하고 있는 상태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씻어 나온 쌀’이나 ‘옥수수 수염차’의 제조기술을 처음 개발한 곳 역시 식품연구원이다.

세계 일류 기관으로의 도약

지난 21년간 국내 식품과학 연구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한 식품연구원은 최근 들어 그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지고 있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고품질의 식품·몸에 좋은 식품·안전한 식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고, 그만큼 식품과학의 중요성도 새삼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연구원도 이 같은 트렌드에 부응하고 세계 일 류 식품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미래 식품산업 을 선도할 수 있는 선진화, 미래 핵심 원천기술의 개발 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선두에 있는 것이 바로 BINT 융합연구와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형 식품기술 개발이다. BINT 융합연구란 바이오(BT), 정보기술(IT), 나노 (NT) 등의 첨단기술을 식품에 접목시킨 것으로 고(高) 기능성 식품소재 및 나노 식품소재의 개발, 식품소재의 물성 제어와 개선, 기능성 성분의 전달 향상 기술을 포괄한다.

이미 혈당강하 쌀을 비롯해 성기능 장애·당뇨·비만·고지혈증에 효과적인 식품소재 및 제조기술이 개발돼 있으며, 오는 2011년까지 당뇨예방 효능을 원재료보다 20% 향상시킨 식품소재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상태다.

식품연구원은 이 당뇨예방 식품이 상용화되면 국민들의 당뇨병 발생을 저하시켜 연간 100억 원의 의료비 부담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하스형 식품은 환경과 건강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21세기의 친환경 웰빙 식품을 말한다. 즉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물론 환경과 사회정의 및 지속 가능한 소비에 높은 가치를 두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 타일에 맞춘 식품이라는 것.

식품연구원은 이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구현하는 식품분야의 그린 R&D를 실천하겠다는 목표다. 식품연구원은 또 한식과 전통식품의 세계화 및 명품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4년 전부터 김치, 고추장, 전통주, 한식, 녹차를 5대 전략식품으로 정하고 해외 현지화 기반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달 초에는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별도의 김치세계화전략단까지 신설했 다. 이를 통해 전통식품의 우수성과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것은 물론 새로운 공정기술을 통해 품질 개선을 이뤄내고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표준화된 제조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고품질의 식품·몸에 좋은 식품·안전한 식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고,
그만큼 식품과학의 중요성도 새삼 강조되고 있다.


식탁에서 농장으로의 逆전략

식품연구원은 제10대 이무하 원장의 취임 이후 국내 식품연구 분야의 선도자로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전 세계 식품연구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연구 개발의 초점을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옮기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와 관련해 식품연구원이 내건 기치가 바로 ‘식탁 에서 농장으로(From Table To Farm)’다. 기존의 국내 식품관련 연구개발이 생산자를 위한 ‘농장에서 식탁으로(From Farm To Table)’이었다면 이를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시키겠다는 것.

실제 선진국의 식품연구는 최종 소비단계인 먹는 방법에 대한 기술 비중이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과 유사하게 기르는 기술의 비중이 높다. 선진국이 소비자를 사로잡을 연구를 하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산출량 확대와 같은 생산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축산물 연구기관의 명칭을 미국은 식육연구소, 우리나라는 축산연구소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식품연구에서 소비자가 제외(?)될 경우 연구개발의 가치가 대폭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식품연구원의 판 단이다.

이에 따라 식품연구원은 앞으로 소비자가 원하 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적극 찾아내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서 소비자와 생산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모든 노력을 집대성해 식품연구원이 이루고자하는 궁극의 목표가 있다. 바로 개인 맞춤형 식품의 개발이다. 자신의 몸에 맞는 보양식이 따로 있듯 식품도 사람마다 작용하는 바가 다른 만큼 개인별로 맞춤화된 최고의 건강식품, 기능성 식품을 개발·보급하겠다는 것.

이를 위한 식품연구원의 땀과 열정이 결실을 맺게 된다면 식생활 개선만으로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국가 보건 문제와 수명 연장의 꿈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선진국의 식품연구는 최종 소비단계인 먹는 방법에 대한 기술 비중이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과 유사하게 기르는 기술의 비중이 높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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