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실물을 알 수 없는 생명체 가운데 인간과 가장 친근한 존재다. 각종 책이나 만화, 그리고 영화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어서인지 마치 가까운 곳에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인간이 공룡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인간들이 아는 공룡의 모습은 그저 뼈 화석을 발굴한 뒤 퍼즐 맞추듯 짜 맞춘 것에 불과하다. 공룡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공룡은 알려진 것보다 몸무게가 적게 나가며, 크기도 작다.
특히 공룡의 발자국과 인간의 발자국이 함께 발견되면서 공룡과 인간이 공존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룡이 언제, 어떻게 생존했는지는 물론 언제 멸종됐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것은 없다. 단지 공룡의 뼈 화석이 존재한다는 것만이 명백한 진실일 뿐이다.
공룡(dinosaur)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에 시작해 백악기 말까지 번성했던 육상 파충류의 한 집단이다. 약 2억3,000만 년 전에 출현해 6,500만 년 전까지 생존 했다는 게 공룡학자들의 추정이다. 그렇다면 공룡이 번성했던 기간은 무려 1억6,000만 년에 달한다. 45억~46억년으로 추정되는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짧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과 비교하면 공룡의 지구 지배는 엄청나게 긴 셈이다. 실제 최초의 인류로 볼 수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300만 년 전에 출현했고, 현생인류로 불리는 크로 마뇽인이 나타난 것은 불과 4만~5만 년 전이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한 것은 길게 잡아도 300만 년 전, 현생 인류 기준으로는 4만~5만 년 전에 불과한 것이다.
화석을 토대로 한 공룡의 모습
공룡이 책이나 만화, 그리고 영화의 소재로 자주 사용 되면서 티라노사우르스, 랩터, 트라이켑트롭스 등의 이름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고 있다. 더욱이 공룡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만들어 진 모습이나 생태는 마치 공룡이 인류와 동시대를 살았던 것처럼 생각되게 한다.
하지만 각종 공룡의 분류나 모습은 모두 발굴된 화석을 토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공룡 뼈 화석은 공룡이 죽은 뒤 사체가 퇴적층이나 화산재 등에 덮이면서 뼈 부분이 돌처럼 암석화된 것을 말한다.
공룡학자들은 지층에 묻혀있는 공룡 뼈 화석을 발굴한 뒤 이를 퍼즐 맞추듯 짜맞춰 전체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일부 빠진 부분은 추정을 통해 가장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 포함시킨다. 이 때문에 박물관 등에 전시 된 공룡 뼈 화석의 설명서에는 이 화석 가운데 얼마가 진짜 화석인지를 퍼센트로 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공룡 뼈 화석에 80%라고 표기돼 있다면 80%는 지층에서 발견한 진짜 공룡의 뼈 화석이고 나머지 20%는 전체적인 공룡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인 공적으로 만들어 넣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공룡에 대한 연구 초기에는 서로 다른 공룡의 뼈를 하나로 짜 맞추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으며, 새로운 공룡 뼈 화석이 발견된 것이 아니라 두 마리의 서로 다른 공룡 뼈가 조합된 것으로 판명 난 경우도 있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실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뼈 화석만 가지고 생존 당시의 모습을 추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도 하지만 부정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공룡은 인류가 출현하기 6,000만 년 전에 멸종해 외관이나 생태가 어떠했는지 알기 어렵다. 현재 우리가 책이나 만화, 그리고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공룡의 모습이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인류의 출현과 시간적으로 큰 격차를 가지고 있는 공룡에 대한 미스터리는 무척이나 많은 상태다. 공룡의 무게와 크기를 둘러싼 논쟁 공룡의 실제 무게에 대한 논쟁은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현재 공룡학자들의 뼈 화석연구를 통해 알려진 가장 거대한 공룡은 무게가 수백 톤에 달한다.
실제 아르헨티나에서 발굴된 초식공룡 아르젠티 노사우루스 휴엔쿠엔시스의 경우 몸길이 약 36.6m에 무게는 80톤에 달한다. 또한 인도에서 발굴된 부르 하스카요사우루스 마텔리이는 몸길이 40m에 무게는 100~200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공룡들이 지구 중력의 부담 없이 정상적으로 보행하기 위해서 얼마 만큼의 근육양이 필요했고, 이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 마나 먹어야 했느냐의 문제는 항상 논쟁의 대상이었다.
영국의 동물사회학 연구팀은 최근 연구를 통해 몸집이 큰 공룡 중 하나인 아파토사우루스 루이재의 몸 무게는 그동안 알려진 것의 절반 이하라고 발표했다. 즉 38톤이 아니라 18톤 정도라는 것. 또한 비교적 큰 공룡에 속하는 디플로도쿠스의 몸무게도 6.1톤이 아닌 4.4 톤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를 주도한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게리 패커드 박사는 "공룡들의 먹이사슬과 실제 운동량 등의 정보로 재조사한 결과 실제 공룡의 몸무게와 크기는 우리 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작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구발표 이전에는 통계자료에 근거해 거대 공룡의 무게와 크기를 추측해왔다. 즉 25년간에 걸쳐 발굴된 각종 공룡 뼈 화석을 토대로 공룡의 무게와 크 기를 통계자료로 만든 뒤 이것을 근거로 무게와 크기를 산출한 것. 하지만 공룡의 뼈 화석이나 발자국 흔적만 을 토대로 공룡의 무게와 크기를 추정하는 것은 많은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현재 육상에서 생존하고 있는 가장 큰 동물은 코끼리다. 아프리카 코끼리의 경우 무게가 5~7톤 정도며, 중력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바다에서 생존하는 흰 수염고래의 경우 몸길이 24~33m에 무게는 18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육상에서 생존했던 공룡이 수백 톤에 달할 가능성은 매우 적으며, 이들 대부분은 10톤 이하였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룡과 인간이 공존했을 가능성 공룡과 관련된 또 다른 미스터리는 공룡의 생존기간이다. 공룡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한다면 공룡과 인간이 공존한 시간은 존재할 수 없다.
이미 공룡이 멸종 한 뒤 인류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의 유물 중에는 공룡과 인간이 공존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있으며, 공룡시대의 화석에 인 간의 발자국이 함께 찍혀 있는 경우도 있다.
공룡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하는 가장 대표적 유물은 잉카 유적에서 발굴된 부장석(副葬石)이 다. 여기에는 당시의 사냥의식이나 제사 의식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새겨져 있는데, 특히 이중 일부에는 공룡과 사람이 싸우거나 사람이 공룡을 타고 있는 것 같은 그림들이 있는 것.
페루 리마 대학교의 의학교수인 자비에 카브레라 박 사는 출토된 부장석 가운데 공룡이 포함된 것만을 수집해 왔는데, 그 수가 무려 300개에 이른다.
진화론을 전제로 한다면 부장석에 새겨진 공룡 그림들은 단순한 상상력의 결과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일부 부장석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전에 인공 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의심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일반적 평가를 뒤집는 증거가 나왔다.
부장석에 새겨진 공룡의 그림 중에는 몸의 일부에 주름이 있거나 장미 모양의 피부 무늬가 표현돼 있었던 것.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공룡학자들은 공룡의 몸에 주름이 있거나 장미 모양의 피부 무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룡의 피부에는 장미 모양의 피부 무늬가 존재했고, 일부 공룡은 몸에 주름이 있었다는 사실이 화석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이처럼 부장석에 새겨진 자세한 묘사는 실제 살아 있는 공룡의 모습을 보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일부 부장석은 수백 년 전에 만들어졌을 수도 있지만 잉카 문명의 조상 중 누군가는 살아있는 공룡을 봤고, 이를 부장석에 새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이 같은 조각 형태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을 공산이 크다.
고대 아스텍 유적에서는 공룡과 인간이 함께 생활 하는 모습의 토우(土偶)들도 대량으로 발견됐다. 장소는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북서쪽으로 280km 떨어진 아캄바로와 엘토로 산. 토우는 흙으로 빚어 만든 단순한 인형이나 생활용 품으로 세계 모든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멕시코 지역에서 발굴된 토우 중 일부는 사람이 공룡을 타고 있거나 애완동물처럼 함께 노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심지어는 먹이를 주고, 외양간을 만들어 기르는 모습도 있다.
더욱이 이 토우에서 묘사된 공룡들은 티라노사우 르스, 프레시오사우르스, 스테고사우르스, 프테라노돈과 같이 실제 화석 연구를 통해 밝혀진 공룡들의 특징을 비교적 자세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상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실제 공룡의 모습을 본 사람이 만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도 있다. 미국 텍사스 주 폴럭시 강에 1908년 기록적인 대홍수가 발생한 후 암반에 새겨진 공룡 발자국 흔적이 발견됐다. 문제는 이 공룡 발자 국과 인간의 발자국이 함께 찍혀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공룡과 동시대에 인간의 발자국이 찍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후 두개의 발자국이 화석으로 남게 된 것이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이 공룡을 추적했든, 또는 공룡이 인간을 추적하는 상황이었든 공룡과 인간이 같은 시간대를 살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진화론을 전제로 하면 이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현생인류 이전의 초기 인류라고 해도 300만 년 전 에야 출현했기 때문이다. 반면 화석 연구를 통해 드러 난 공룡의 멸종 시기는 6,500만 년 전이다.
깃털과 고기 맛으로 본 공룡의 후손
또 다른 미스터리는 공룡의 후손이 현재의 조류라는 주장이다. 공룡이 멸종되는 과정에서 일부 공룡이 진화를 통해 생존했으며, 그 후손이 바로 조류라는 것.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지난 2000년 이후 발굴된 다수의 공룡 화석에서 깃털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랴오닝 성에서는 지난 2000년 시노사우롭테릭스가 발견됐고, 2002년에는 신오르니토사우루스와 베이파오사우루스가 발견됐다. 그런데 이들 공룡은 모두 깃털이 있었다. 비록 비행보다는 체온 유지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류로 진화하는 초기단계의 공룡인 것만은 분명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 2000년 랴오닝 성 차오양의 한 암반층에서 발견된 미크로랩터 자오이아누스의 경우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약 38cm로 까마귀 정도의 크기였다. 이 공룡 화석의 가장 큰 특징은 깃털이 온몸을 뒤덮고 있고, 발의 관절과 발톱은 새처럼 구부러져 나뭇 가지를 잡고 앉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발굴 팀은 지상을 보행하는 육식성 공룡인 미크로랩터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곤충 등을 잡아먹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1억 2,400만 년 전에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크로랩터에 대한 연구결과는 같은 해 네이처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 2004년에는 중국과학원 소속의 쉬싱 박사가 미크로랩터 화석에 대한 정밀분석을 통해 이 공룡의 깃털은 보온용이 아닌 비행용이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즉 미크로랩터는 앞다리 깃털은 물론 뒷다리와 꼬리에 붙은 깃털을 동시에 펼쳐 비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앞다리 부분의 깃털은 지속적으로 진화한 반면 뒷다리 부분의 깃털은 퇴화를 거듭해 오늘날의 새와 같은 모습이 됐을 것이라는 게 쉬싱 박사의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익룡의 경우 비행은 가능했지만 박쥐처럼 깃털 없이 팔다리와 몸체 사이의 피부막을 이용했다. 반면 이들 깃털 달린 공룡들의 경우 비행은 다소 어려웠을 수 있지만 조류가 가지는 일반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 새의 조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공룡의 살코기 맛이 치킨 맛과 비슷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 200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고고학자 메리 슈바이처박사는 대표적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의 대퇴부 뼈 안쪽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몬태나 주에 있는 로키 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티라노사우루스의 뼈 조각에서 콜라겐 단백질을 추출한 것. 그리고 하버드 대학의 존 아사라 박사는 질량분석기를 이용해 이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티라노사우루스의 콜라겐 alpha 1-t1 단백질은 닭고기의 단백질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이 같은 연구결과는 사이언스지를 통해 발표됐다. 조류가 공룡의 후손이라는 주장은 아직도 논쟁의 대상이다. 하지만 공룡의 고기 맛만을 놓고 본다면 조류의 조상이 공룡이었을 가능성은 크다.
물론 깃털 공룡과 조류의 조상이 같았을 수는 있지만 깃털 공룡의 화석만으로 공룡이 조류로 진화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공룡이 멸종하기 이전인 중생대 백악기에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조류가 존재했기 때문에 조류의 조상이 공룡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다.
공룡 멸종은 가장 논쟁적 미스터리
공룡에 관한 미스터리 가운데 가장 큰 논쟁거리는 바로 공룡의 멸종이다. 약 1억6,500만년 동안 번성하며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아주 짧은 기간에 멸종한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
현재 주장되고 있는 공룡 멸종의 원인으로는 소행성 충돌을 비롯해 대규모 화산폭발, 알도난, 전염병 창궐, 알칼로이드 중독 등 매우 다양한 설이 나오고 있다. 소행성 충돌의 경우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엄청난 양의 먼지구름이 발생했고, 이 먼지구름이 지구를 뒤덮어 태양을 가리게 했다는 것.
그리고 이로 인해 기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식물들이 죽게 되자 초식공룡, 육식공룡 순으로 멸종했다는 것. 현재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 남아있는 지름 약 300km 크기의 운석 구덩이가 바로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의 흔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산폭발설의 경우 중생대 말기에 전 세계적으로 화산폭발이 이어졌으며, 용암과 화산재 등으로 인해 식물이나 공룡 등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가설의 골자다.
이밖에 포유류가 번성하면서 이들이 공룡의 알을 훔쳐가거나 알 수 없는 전염병 및 질병으로 공룡이 멸종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중생대 말에 나타난 새로운 종류의 식물들이 유독물질인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었으며, 이 유독물질을 먹게 된 공룡들이 멸종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지구를 지배하다가 한 순간에 사라진 공룡의 멸종 원인이 명확하게 분석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다양한 음모론들도 잇따르고 있다. 지구의 깊은 바다 속이나 호수 속에 여전히 공룡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얘기나 지구 내부의 지하세계에 지능을 갖춘 공룡의 후손들이 문명을 이루어 살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책이나 만화,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공룡과 박물관에 전시된 각종 화석을 보면 인류가 공룡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공룡에 대해 명확하게 연구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언제, 어떻게 생존했고 어떻게 멸종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얘기다. 단지 공룡의 뼈 화석이 존재한다는 것만이 명확한 진실일 뿐인 것이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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