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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한민국 줄기세포 연구의 새로운 메카

과학기술이 곧 국가의 미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람의 삶은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게 된다. 과학기술이 전제돼야만 더 좋은 성능의휴대폰을 개발하고, 자동차도 만들 수 있다. 또한 우주도 가고, 유전자를 연구해 질병을 고칠 수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총괄했던 과학기술부가 지난해 폐지되고, 교육인적자원부와 합쳐져 교육과학기술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교육과 과학기술 부처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과학기술 부문의 추동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의 진단이다.

과거 과학기술부 산하에는 26개의 대표적인 이공계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있었다. 지금 13개 연구기관은 기초과학을 다룬다는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 나머지 13개 연구기관은 돈 버는 기술을 연구한다는 명분으로 지식경제부에 편재돼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끌어 온 연구기관들은 이처럼 뿔뿔이 흩어져 주무부처의 변방에 머물고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는위기국면에 처한 연구기관들의 확실한 자리매김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을 가다'라는 시리즈를 마련, 운영해오고 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연구기관들의 목표, 전략, 활동, 그리고 성과를 알려 과학기술 입국의 꿈과 취지를 되살리고자 한다. -편집자 註


줄기세포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각종 세포와 조직을 만들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세포를 말한다. 세포와 조직을 재생시키는 역할도 한다.

기존 의학은 대부분 질병의 증상만을 치료하는 대증요법에 머물러 질병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치료제가 만들어지면 손상된 세포나 조직을 대체하거나 복원하는 등 질병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개개인의 몸에서 줄기세포를 채취, 개인별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등 맞춤형 치료도 본격화시킬 수 있다.

줄기세포 연구는 메이저 제약사가 좌지우지하는 세계 제약업계의 판도 역시 재편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는 대규모 생산설비나 글로벌 유통망의 필요성이 낮다. 소량의 줄기세포를 시술 직전에 배양해 사용하거나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 증식한 후 환자에 재(再)투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줄기세포 치료제가 일반화되면 대규모 생산설비나 글로벌 유통망이 없는 국내 제약업체도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생긴다. 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의 열쇠이자 의료산업의 금맥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생명공학 연구기관인 한국생명 공학연구원도 이 같은 추세를 감안, 본격적인 줄기세포 연구에 나섰다. 생명공학연구원은 이를 위해 줄기세포 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 줄기세포 연구의 새로운 메카를 향해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줄기세포에는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그리고 역(逆) 분화 만능 줄기세포 등 4가지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배아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는 체내에 존재하는 세포를 채취해 배양하는 방식으로 얻는다.

배아줄기세포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생성된 배아, 즉 하나의 생명체를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도덕적, 윤리적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혈액·골수·지방 등에 있는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이를 이용해 백혈병이나 암 등의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형태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와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 는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즉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는 핵을 제거한 난자와 체세포의 핵을 융합한 것이며,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는 피부세포 같은 일반 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가해 줄기세포로 바꾼 것이다.

생명공학연구원은 이 같은 4가지 종류의 줄기세포 가운데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에 중점을 둬 연구를 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줄기세포 연구는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의 비중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만일 인체 내의 호르몬 계통에 문제가 있을 경우 환자의 체세포를 역분화시켜 필요로 하는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인체의 장기나 팔다리 등 신체 일부가 손상됐다면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를 통해 동일한 부분을 만들어내고, 이를 이식하는 것이 가능하다.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생명공학연구원의 기반은 탄탄하다.생명공학연구원은 이미 자연살해(NK; Natural Killer)세포를 이용한 항암 면역치료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치료제연구센터의 최인표 박사 연구팀이 연구 중인 이 기술은 환자의 혈액에서 NK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NK세포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세포로 인체 내에 잘못된 세포가 생성되거나 노화된 세포를 찾아내 죽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세포는 외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인체 내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정상적인 세포처럼 위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NK세포의 공격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최 박사 연구팀은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NK세포가 암세포를 죽이도록 변형시킨 후 다시 환자의 몸에 투여하는 형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NK세포는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것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세포치료제와 달리 면역거부반응이 없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최근 삼성·LG·한화·SK 등의 대기업이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국내 바이오산업과 연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패러다임이 소규모 벤처기업 중심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 그동안 국내 바이오산업은 지속적이고도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함에도 소규모 벤처기업 중심으로 체제가 구축됨에 따라 빠른 사업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대기업들이 진출을 선언한 바이오시밀러는 일종의 바이오 복제약으로 바이오신약의 특허권 제약이 풀리는 것이 계기가 됐다. 업계에서는 오는 2012년부터 바이오신약의 특허권이 잇달아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바이오신약은 종류가 많지 않지만 시장에서 성공한 바이오신약의 경우 약품 1종당 매출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박영훈 생명공학연구원장은 "대기업의 바이오신약 진출은 국내 바이오 연구에 대한 투자 증가는 물론 산업규모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생명공학연구원은 국내 바이오 연구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 일환으로 생명공학연구원은 국내 바이오신약 연구개발을 위한 공공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생명공학연구원은 이미 국가영장류센터를 오창으로 옮기면서 오창 분원을 설립했고, 동시에 바이오신약 평가센터를 세웠다. 최근에는 바이오의약연구소도 신설했다.

바이오신약평가센터는 새로 개발된 바이오신약에 대한 성능평가와 함께 안전성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또한 바이오의약연구소는 바이오신약의 작용점 탐색과 검증, 약효 검증, 선도물질 발굴, 안전성 평가, 비(非) 임상시험 등 바이오신약 개발을 위한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국내 바이오신약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 인프라 구축은 어느 정도 완성된 셈이다.

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바이오신약실용화 센터가 바로 그것. 바이오신약실용화센터는 바이오신약 개발이 이뤄진 이후 샘플생산을 통해 전(前)임상 또는 임상에 필요한 약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바이오신약 실용화센터까지 설립되면 바이오신약 개발에서 평가, 그리고 샘플생산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공공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다.

사실 이 같은 시설은 개별기업 차원에서 구축하기가 어렵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규모가 너무 작고,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신약실용화센터 설립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대덕=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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