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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원자로로 원전 수출 가속화

최근 이산화탄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도 대형 원자로는 물론 중소형과 연구용 원자로의 증설에 나서며 관련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요르단과의 원자로 수출을 성사시키는 등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이 된 우리나라에게 이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스마트 원자로가 이 같은 원전 수출 열기를 가속화시키는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력과 담수를 한 번에
스마트(SMART) 원자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다.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인구 10만 명 규모의 도시에 전기와 물을 함께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

원자로 외부에 증기 터빈과 발전기를 부착하면 하루 약 9만㎾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며, 해수 담수화 플랜트와 일체화시킬 경우 하루 약 4만 톤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 섬나라 등 대형 원전의 설치가 불필요하면서도 물 부족으로 인해 바닷물의 담수화가 요구되는 지역에 탁월한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스마트 원자로는 또 가압기, 냉각펌프, 증기발생기 등이 원자로 외부에 배관으로 연결된 대형 원전과 달리 한 개의 압력용기 안에 주요 장치들을 내장한 일체형으로 설계됐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원자력연구원은 주요 계통을 단순화시키고, 핵심기기를 표준화, 모듈화 했다. 이에 따라 각종 안전사고의 발생에 의한 방사능 물질의 외부 누출 개연성을 사전 차단할 수 있다. 스마트 원자로가 기존 원전 보다 안전성 측면에서 대폭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체형이기 때문에 스마트 원자로는 공장에서 완제품을 제작, 현장으로 가져가 곧바로 설치할 수 있다는 메리트도 제공한다. 이는 품질 향상과 건설공기 단축으로 이어져 경제성을 배가하는 요인이 된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스마트는 일반 대형 원전과 비교해 약 30%의 면적에서 20%의 비용만으로 건설이 가능하다.

이처럼 스마트 원자로는 다방면에서 우수성을 갖는다. 하지만 국가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궁극적 배경은 따로 있다. 여타 원전과 달리 우리나라가 모든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실제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의 설계에서 전산코드에 이르는 원천 기술을 독자 개발해 50여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또한 증기발생기, 냉각펌프, 제어봉 구동장치 등 핵심기기의 축소 시제품 제작 및 성능 시험을 완료한 상태다.

양명승 원자력연구원장은 "스마트 원자로는 아직까지 원천기술의 자립화를 이루지 못한 대형 원전과 달리 순수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 한 모델"이라며 "스마트 원자로를 필두로 본격적인 원자력 기술 자립화를 이뤄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등 해외 공략 박차
미국 에너지부는 2050년까지 스마트 원자로가 속한 중소형 원자로 시장 규모가 최대 1,000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원자력기구 역시 향후 해수 담수화용 1,000억 달러, 소규모 전력생산용 2,500억 달러 등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중소형 원자로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만일 스마트 원자로가 이 가운데 10%의 시장만 점령하더라도 2012 년 10기, 2030년 80기의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할 수 있다. 더욱이 스마트 원자로 수출에 성공하면 원전 수출로 발생하는 이득뿐만 아니라 기술 및 핵연료 수출, 산업체 동반 진출 등 부가가치 창출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스마트 원자로의 집중 공략 대상은 신규 원전을 도입하려는 개발도상국들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수요는 크지 않으면서 담수가 필요해 스마트 원자로가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카자흐스탄, 칠레 등 국토는 넓지만 인구밀도가 낮은 국가들도 주요 타깃이다. 이들은 국토 크기에 비해 전력수요가 적어 대형 원전을 설치하면 설비운송과 운용비 부담이 불필요하게 증가하는 탓이다. 김학노 원자력연구원 스마트 원자로 개발본부장도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의 개발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며 "개발도상국에게는 1000㎿급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이 확보된 일체형 원자로가 효율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점에서 스마트 원자로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현재 중소형 원자로 분야는 우리나라와 미국,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 4개국이 주축이 돼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가운데 러시아의 KLT-40S와 스마트 원자로를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모델로 꼽고 있다.

아직 건설된 사례가 없는 스마트 원자로에 필리핀,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리비아, 칠레 등이 벌써부터 적극적 도입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호평에 기인하는 것이다.

2017년 스마트 1호기 완공
원자력연구원은 스마트 원자로에 대한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내 원자로의 노심과 원자로 냉각계통 및 안전계통의 표준설계를 마치고 모든 개별효과 검증시험을 완료하는 등 기술 검증을 수행할 계획이다. 스마트 원자로에 투입되는 핵연료는 한국원자력연료, 설비는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기술이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원자력연구원은 오는 2011년까지 정부자금 700억 원, 민간자금 1,000억 원 등 모두 1,7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표준설계 인가는 원자로에 대한 종합적인 설계를 문서화하는 작업으로 원자력 관련 인증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검증을 맡게 된다. 이렇게 기술 검증이 완료되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원자로 용량의 축소 및 증대를 통해 다양한 규모의 스마트 원자로 개발이 가능해진다.

스마트 원자로 수출의 첫 단계가 될 1호기 실증로의 건설도 조만간 개최될 차기 원자력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최종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등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2011년 표준설계 인가 획득, 2012년 부지 선정, 2017년 1호기 완공이라는 밑그림을 그려둔 상태다. 건설 부지는 현재 건설이 추진 중인 제2 원자력연구원이 될 공산이 크다. 김학노 본부장은 "스마트 원자로 1호기 건설에는 약 7,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건설이 완료되면 향후 세계 중소형 원자로 시장의 약 10%를 점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증로 사업에는 한국전력공사, 포스코, STX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7개의 민간 기업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초기 비용을 투자하는 대신 원자로 운용에 따라 생산되는 전력을 적정한 가격에 구매해 줄 것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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