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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뒤에 숨은 적도 격퇴한다

[대한민국 국방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비전] 지능형 소총 K-11

K-11 복합형소총은 기존 소총과 공중폭발탄 발사기의 두 가지 총열을 하나의 방아쇠로 선택 운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이중총열 구조 소총이다. 이처럼 새로운 개념의 소총체계를 국내에서 독자 개발함에 따라 앞으로 우리는 군 전력 향상은 물론 첨단 핵심기술 확보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2018년 육군 00부대. K-11 사수인 이명중 상병은 평화 유지군으로 파병을 앞두고 있다. 이에 얼마 전 미래병사 체계 전투복과 분대장과의 통신 및 전장정보 파악이 실시간으로 가능한 통합 헬멧을 처음 보급받았다.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다소 불편한 감이 있지만 구형 장비를 쓸때보다 확실히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파병 후 처음 나간 도시 야간 정찰에서 이 상병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도시에는 은폐할 수 있는 건물과 포격으로 부서진 건물 잔해들이 산재해 있어 언제 적들이 총을 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상병은 분대원 중 중간쯤에 위치해 600m 이상의 시야를 확보하며 분대원의 진로를 확인하는 중이다. 그때 갑자기 K-11의 야간투시 장비에 희미한 열상이 잡힌다. 이 상병은 사통장치로 돌무더기 뒤편에 몇 명의 사람들과 그들이 들고 있는 희미한 총의 형상을 확인했다.

즉시 분대장에게 사실을 알리고 통합헬멧으로 지휘소와 통신하여 주위에 아군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적과의 거리는 400m 정도로 2배율 이상의 야간 투시경 장착화기로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교전허가가 떨어진 후 이상병과 또다른 K-11 사수인 박상병이 교신을 통해 적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한 뒤 공중폭발 모드로 동시에 사격을 실시한다. 박상병과는 사거리 조절을 통해 4m 간격으로 폭발탄을 쏘아 그 주변을 제압했다. 그 즉시 동료 분대원들도 집중사격을 가해 인근 지역을 초토화했다. 그들은 그렇게 첫 정찰 임무를 끝내고 부대로 복귀한다."






소총과 공중폭발탄을 방아쇠 하나로

다소 소설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K-11은 미래의 분대급 전투에서 적들과의 교전상황이 발생했을 때 좀 더 높은 심리적인 위협감과 실질적인 타격능력을 가해 주야간 전투에서 소구경화기 분야의 강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향후 여러 외국 군대가 분대급 전투력 향상을 위해 소총수에게 광학조준경을 보급한다고 하더라도 K-11 복합형 소총만이 가지고 있는 주야 조준경 및 공중폭발기능의 위력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심리적 효과 때문이다. 훈련상황에서 높은 명중률을 보이는 병사라도 실제 전장에서는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조준사격을 할 수조차 없게 된다.

또한 병사는 자신의 몸을 최대한 은폐·엄폐한 후 소규모 전투를 수행하게 되는데 야간 투시경까지 장착된 소총을 보유한 아군 병사가 폭발탄을 운용한다고 했을 때 적군이 받는 심리적인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리 바로 위에서 수류탄이 갑자기 터진다면 앉거나 혹은 엎드리거나 하는 등의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 보병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K-11 복합형 소총이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 최근 전력화됐다. 이 미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K-11 소총은 구경 5.56㎜의 소총과 구경 20㎜의 공중폭발탄 발사기의 두 가지 총열을 하나의 방아쇠로 선택 운용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이중총 열 구조 소총이다.

K-11에 장착된 사격통제장치(조준경)는 열상 검출기에 의해 야간 표적 탐지 능력이 뛰어나고 레이저 거리측정과 탄도계산을 통한 조준점 자동 유도가 됨에 따라 주야간 전천후 환경 하에서 병사가 쉽게 적을 탐지하여 사격할 수 있다.

또한 K-11의 20㎜탄은 충격에 의한 폭발, 강화 유리창을 깨고 건물내부로 들어가서 터지는 충격 후 지연폭발, 숨어있는 적의 머리 위에서 폭발해 파편으로 제압하는 공중 폭발 모드가 하나의 탄종에 모두 포함돼 있어 전장에서의 전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K-11은 8년여에 걸친 연구개발의 결과로 탄생했다. 개발 성공의 바탕에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IT 기술을 바탕으로 전체시스템 설계, 전자보드 및 광학계설계, 효과적인 SW 프로그래밍이 기반이 됐다.

특히 저전력 회로설계, 소형화된 고신뢰성 전자보드, 소형광학설계기술, 비접촉 에너지 및 신호 전송기술이 집약된 사격통제시스템, 그리고 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이 융합된 20㎜탄의 소형신관 설계 기술 등이 미국에 비해 값싸고 신뢰성 높은 복합형 소총의 탄생을 불러왔다.




개발자가 표적이 되어 테스트

6·25전쟁 60주년에 즈음하여 최근 과거를 재조명하는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많은 참전용사들이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소총 한 자루에 의지해서 한국전쟁을 수행했다는 얘기도 듣는다. 당시 소총 하나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며 기술력이 떨어졌던 대한민국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기본화기 분야에서 세계 최초, 아니 세계 최고의 소총을 만들어낸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1990년대 말까지 대한민국은 외국의 무기체계와 동등한 수준의 유사무기체계 개발에 주력했다. 이렇듯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되어 존재하고 실증이 가능한 무기체계만 도전해 왔던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패러다임에서 외국에서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무기체계 개발을 선뜻 시작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다.

실제로 K-11 연구개발 초기는 개발이 실패했을 경우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비난과 함께 연구개발 실패로 인한 책임도 피할 수 없었던 것을 감안하고 연구를 시작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 하에서 국과연 연구원 몇 사람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 바로 명품무기 K-11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국과연 개발부서에서는 소총탄이나 40㎜ 유탄 같은 재래식 탄이 사용되는 발사기를 만들어본 경험은 있지만 탄도를 계산하고 수 밀리초 안에 탄에 비행정보를 넣어 정밀하게 적의 상공에서 폭발하게 하는 무기체계는 유도무기나 가능한 일로 치부됐었다.



하지만 각 분야 개발자들이 모여 기술 구현을 구체화해 나가면서, 그리고 K-11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초소형 회전수 측정센서, 울트라 커패시터를 응용한 저전력 사격 통제장치 회로, 경량 고강도 총열 및 총몸, 복합구조형 탄체 등의 개발이 하나하나 진행되면서 개발 성공에 대한 확신을 키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전차나 장갑차, 야포 등에서 적용되고 있는 거리측정, 주야 탐지, 탄도계산 기능 등을 소형화·경량화를 생명으로 하는 소총에 구현하는 일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개발 과정 중 주야간 인원탐지가 어느 정도 거리까지 가능한지 테스트하기 위해 개발자가 직접 총구 앞에서 표적이 되어 서 있었던 일도 있었다.

또한 K-11의 저온 운용테스트를 위해 시베리아보다 매서운 영하 50℃ 이하의 저온 챔버 내로 개발자가 들어가 극한 환경테스트를 받는 오싹한 체험을 하기도 했으며 내구성 확인을 위해 한정된 수량의 시제품을 콘크리트 바닥에 무참히 집어던지기도 했다.




미국도 구현 못한 혁신 기술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제일 먼저 나오는 질문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연구개발, 투자여건, 무기체계 사용수량 등 모든 것이 앞서있는 미국에서는 왜 이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는지 에 대한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도 XM29(OICW)라는 소총을 우리나라 보다 조금 앞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인화기로 쓰기에는 너무 높은 사양의 목표를 가지고 개발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개발과정 중 목표성능에 따른 중량, 가격, 탄위력 등 많은 부분에서 목표성능 달성에 실패한 것.

특히 야심차게 시제품 제작을 한 OICW는 개인이 가지고 다니기 힘들 정도의 중량과 큰 사이즈, K-11의 두 배가 넘는 가격으로 인해 개발에 실패하며 이중총열 화기개발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K-11 개발 성공에 강한 자극을 받은 미국은 현재 25㎜급 공중폭발탄만을 운용하는 XM25를 연구개발 중이다. 하지만 미국은 XM25가 K-11과 같은 이중총열이 아닌 단일총열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목표성능을 달성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소총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도입된 정밀 공중 폭발탄의 개념은 차기 중기관총 연구 등 여러 가지 전술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무기체계 등으로 다양한 기술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또한 우리나라만이 시험평가를 통해 확보한 정밀 공중 폭발 기술은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수출에 의한 국가 경제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국내 소총 분야 방산업체들은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기본병기의 국산화 및 한국형 소총 개발 등을 통해 생산이 활발히 이뤄졌지만 국내 수요의 급격한 감소로 침체국면을 면치 못했다. 이에 이번 무기체계개발을 계기로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술적으로는 우리 군의 분대급 전투력의 향상이 예견되고 있다. 현재 야전에서 사용하는 40㎜ 기존 유탄은 사거리가 짧고 지면에서 폭파되어 엄폐 및 은폐 표적에 대한 효과가 극히 저조했지만 K-11의 폭발탄은 정밀 공중폭발이 가능해 표적 살상력을 수배 이상 증대시킬 수 있다.

덧붙여 기존 유탄은 야간투시 장비를 통한 조준사격이 곤란해 야간 전투가 불가능했지만 K-11은 열상장비가 내장된 사격통제 장치를 통해 정밀사격이 가능하므로 K-11 사수 본인은 물론 분대원들의 화력을 유도할 수도 있다.




수십 년간 외화획득 가능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의 의미는 매우 크다. 관련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출의 가능성도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실제로 미국은 K-11 개발 직후 펜타곤의 해외장비 구매단을 국과연에 파견, K-11의 우수한 성능을 확인했으며 국내 정세가 불안한 아프리카, 중남미, 오세아니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K-11의 전술적 효용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K-11 구매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UAE의 경우 원전수출을 계기로 한국과 국방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UAE의 고위층까지 K-11에 관심을 보여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총 한 자루에 얼마나 한다고'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K-11의 수출은 소총 그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례로 소총은 지속적인 탄약 공급이 필요해 한 번 수출이 성사되면 수십 년간 외화 획득이 가능하다. 그리고 K-11 이 전차나 T-50 고등훈련기와 같은 고가 방산품의 수출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최근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해 용산 전쟁기념관에 K-11을 전시한 바 있다. 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방개발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소총 개발이 더 이상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자적인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는 6·25 전쟁을 통해 너무나도 많은 희생을 치렀던 순국선열들과 해외원조 파병국의 군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6·25전쟁 60주년, 그리고 국과연 창설 40주년을 기점으로 K-11과 같은 무기체계를 연구 개발하여 국방을 튼튼히 하고 우리도 이제 '빠른 추격자'에서 '선도자'로서 세계 무기체계 연구개발을 선도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글_최의중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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