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원자력공학과는 공대 내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에다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지원하는 학생이 줄어들어 정원을 채우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교육계에서는 올해 입시에서 원자력공학과의 입학 경쟁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건설 사업을 수주하면서 원자력 산업이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한 데 따른 결과다.
원자력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신규 채용을 크게 늘리면서 원자력 전공자들의 몸값도 크게 올랐다. 원자력 전공이 개설된 대학에는 구인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데려다 쓸 만한 우수 인재는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정보기술(IT), 신소재, 바이오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자력 인력 양성에 관심을 덜 기울이고 투자를 소홀히 한 탓이다. 원자력 인재 양성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2020년까지 공공기관에서만 1만여 명 충원 필요=우리나라의 원자력분야 종사 인력은 지난 2008년을 기준으로 2만 1,460명이다. 원자력계는 앞으로 10년간 1만 8,000여명의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공기관에서만약 1만여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신고리 1~4호기 등 8기의 원전이 현재 건설되고 있는데다 10기가 더 지어질 예정이 기 때문이다. 특히 UAE, 요르단에 이 110 POPULARSCIENCe POPSCI.co.kr 어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네덜란드 등 해외 원전사업 수주도 추진 중이라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해외 원전을 수주하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원자력발전 인력 양성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올해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사업 중 1개를 원자력 분야에 새로 배정하고 앞으로 5년간 1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대·포스텍·울산과 기대가 경쟁하고 있다. 선정된 대학의 경우 새로운 원자력 관련 융합전공이 개설되고 해외 석학 유치도 추진된다.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과 교재를 개발, 대학에 보급하고 현장 수요와 대학교육과의 불일치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에는 원자력분야 설치학과의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수요자 관점의 평가를 실시해 교육 전반에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에너지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돼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 분야에서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 는 수도전기공고처럼 고교 단계에서부터 원자력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최종배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정책과장은 "원자력 인력양성 기반 조성을 위해 대학생 논문연구 등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확대할 것" 이라면서 "우 주소년단처럼 원자력소년단 같은 조직을 만들어 어릴 때부터 원자력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R&D 강화 위해 원자력 관련 학과 지원 늘려야= 원자력계는 원자력산업이 설계에서 건설, 운영·보수 등 분야가 다양해 기계·전기·건축 등 비원자력학과 출신자가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경쟁력의 원천인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R & D 인력을 양성하는 원자력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리고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자력 R&D 분야와 안전·규제 분야는 건설, 운영·보수 등 다른 분야에 비해 그동안 신규 인력의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한국원자력 연구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의 평균 연령은 46.4세다. 당장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신규 채용이 꾸준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50대 이상의 직원이 퇴직하는 향후 5~10년 내에 업무 공백과 기술력 저하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원자력 관련 학과 설치 대학은 서울대를 비롯해 한양대, 경희대, 조선 대, 제주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동국대 등 7개다. 이들 대학에서 연간 배출되는 전공자는 250명(석·박사 포함) 안팎이다. 그리고 이들 중 160명 정 도가 관련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김종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 계산대로라면 앞으로 매년 발생할 신규 인력 수요 가운데 순수 원자력 인력은 10%인 180명 정도인데 현재 연간 250명 가량이 배출되고 있어 적당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타분야로 진출하는 경우를 감안할 때 현재 정원은 부족하다" 고 밝혔다.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하면서 관련 학과를 신설하려는 대학이 늘고 있기는 하다. 부산대는 내년부터 원자력 관련 전공을 학부과정에 신설하고 전문대학원도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경북대와 울산과 기대도 기존 에너지공학부를 확대해 원자력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정범진 제주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R&D 분야의 경우 전문인력 양성에 최소 3~5년이 걸리는 만큼 선제적이면서도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인력 수급 계획을 짜야 한다" 면서 "원자력 산업계에서도 대학이 고급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늘리기를 기대한다" 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성행경기자 saint@sed.co.kr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거의 중단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원전을 지었다. 이 과정에서 현장경험과 전문지식을 지닌 고급인력을 많이 확보했다. 이들의 능력은 미국ㆍ프랑스ㆍ일본 등 원전 강대국들이 눈독을 들일 정도다. 실제로 국내 원자력 공기업에서 30년 이상 일하다 퇴직한 인사가 아랍에미리트(UAE)에 거액을 받고 스카우트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원자력 고급인력에 대한 국제적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실무형 원자력 전문가를 집중 양성하는 대학이 국내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전력이 원자력 르네상스에 대비해 지도자급 실무형 원자력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말 학교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이 대학은 지난달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소재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교육원 내에서 캠퍼스 신축공사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개교 예정일은 오는 2012년 3월이다.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은 향후 전문석사와 기술박사 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2년 과정을 마치면 전문석사를 받고 이후 2~3년 동안 강의를 들으면서 논문을 쓰면 기술박사 학위도 수여된다. 또한 정원 100명 중 절반가량은 미국ㆍUAEㆍ터키 등 동맹국과 원전 수출국가의 실무자들로 뽑을 계획이다. UAE에서는 이미 10명을 보내기로 확정해놓은 상태다. 정근모 설립추진위원장은 "설계와 건설, 운ㆍ보수 등 원전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실무 중심으로 가르칠 예정" 이라며 "교수도 전문교수와 실무교수로 구분해 임용하고 있다" 고 밝혔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이 대학의 모든 교육과정은 영어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1학년 여름방학 때 미국 조지메이슨대학에서 2개월간 공부하게 된다. 개인보다는 팀워크를 위주로 교육하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학생도 팀별로 선발할 계획이다. 원자력 분야에서 실무경험을 5년 이상 쌓은 공학사 이상 학력 소지자로 40대 미만이어야 입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대학 설립에는 로저 스트로 조지메이슨대 교수 등 해외 원자력 전문가 4명이 국제자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원자력 전문대학 설립은 세계 최초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며 "재학 과정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 졸업생들은 전세계 원자력 산업계를 이끌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과거에는 대학 졸업 후 원자력 관련 기업이나 기관에 입사해 일정한 교육을 받으면 일을 할 수 있었지만 해외 원전 수출로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다" 면서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력양성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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