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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덩치 쪼그라든 국내 대기업 혁신 외면한 탓 아닌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30대그룹의 시가총액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글로벌 시총 1,0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 16곳 중 삼성전자 등 6곳은 순위가 상승했거나 새로 진입했지만 9곳은 하락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은 시총 절대액까지 줄었다. 성장성 둔화는 더 심각해 2011년 15%에 육박했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지난해 1.1%까지 곤두박질쳤다. 사실상 기업의 성장판이 닫혔다는 뜻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기업 생존은 물론 한국 경제의 사활마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몇년째 계속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대기업 성장둔화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불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는데 무턱대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할 정치권이 노동개혁 등 경제 관련 법안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늘어난 것도 걸림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환경 탓만 할 건 아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힘들이지 않고 성장의 길을 걸어왔다. 상대적으로 높은 환율 덕에 수출은 급증했고 중국의 값싼 노동력은 원가부담을 덜어줬다. 돈이 넘쳐났지만 기업들은 미래를 위한 재원으로 쓴다는 생각보다 금고에 쌓아두기 바빴다. 30대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에만도 44조원이나 불었지만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오히려 5,000억원 뒷걸음질쳤다. 도전과 혁신은 빠지고 안정만 택하다 보니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과 스마트카 등 미래산업 경쟁력에서 미국의 60~70% 수준에 머무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국내 대기업들은 미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해왔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답해야 할 때다. 구글·IBM·테슬라 등 해외 기업들이 미래산업 분야에서 날아오르는 모습을 더 이상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금고 속에 있는 유보금을 R&D 자금으로 끌어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당장의 실적에 급급하기보다 부담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혁신 DNA를 기업 곳곳에 심어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 대기업에 꼭 필요한 것은 식어가는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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