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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say 조국을 위한 마지막 선택 <새벽의 7인>

조휴정PD의 Cinessay 조국을 위한 마지막 선택 <새벽의 7인>

새벽의 7인 포스터




애국심은 본능같은 겁니다. 그렇지않고서야 남미의 작은 소도시 호텔방에서 마주한 한국산 텔레비전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우리 선수들의 자랑스런 승리 뒤에 울려퍼지는 애국가와 태극기에 눈물이 흐르고 목이 터져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우리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겠습니까. 우리끼리야 이런저런 아쉬움과 갈등이 있어도 위안부 할머니나 독도 문제에 이견이 있을 수 없고 이순신 장군, 안중근의사 등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분들에 대한 존경심도 한마음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해주고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이름, 조국! 그 조국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투쟁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남의 나라라도 감동을 받습니다. 영화 <새벽의 7인>(1975년작, 루이스 길버트 감독)의 얀과 요셉의 강렬한 최후도 이맘때쯤이면 문득 생각나곤 합니다.

1942년,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의 침략으로 나라를 잃은 체코. 영국 런던에 있던 체코 망명정부는 나치의 2인자이자 악명높은 사령관, 하이드리히를 암살할 계획을 세웁니다. 얀(티모시 보텀스)과 요셉(앤서니 앤드류스)를 비롯한 7명의 체코 출신 군인들은 프라하에 잠입, 한번의 실패 후, 마침내 5월27일, 하이드리히 암살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 작전에 대한 히틀러의 보복은 잔혹했습니다. 나치에 반항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이듯 리디체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고 반드시 암살자들을 생포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적은 언제나 내부에 있죠. 좁혀져오는 수사망과 독일군의 잔혹한 보복행위에 대원 중 한명인 쿠르다가 배반을 합니다. 결국, 1942년 6월 17일,중무장한 나치군이 이들이 숨어있던 성당으로 들이닥치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대원들은 하나둘씩 죽어갑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얀과 요셉. 반드시 생포하고 싶었던 독일군은 이들이 있는 지하실로 물을 퍼붓습니다. 점점 차오르는 물...체온은 내려가고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습니다. 마지막 촛불마저 물속으로 잠겨가는데 새벽의 찬란한 태양은 지하실까지 비춰옵니다. 희망은 없습니다. 두사람은 서로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머리에 총구를 겨눕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죽음을 바로 앞에 두고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을까요.

1942년 6월 18일 새벽,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얀과 요셉이 있던 성당 지하실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립니다.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몇 번을 다시봐도 이 영화의 마지막은 심장을 조여옵니다. 조국이라는 어쩌면 참 추상적인 존재에 대한 가장 강렬한 사랑 아니고서야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성당밖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프라하 시민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참담했을까요. 7인의 젊은이들을 숨겨줬던 신부님도 이들을 도왔던 어린 소녀도, 얀의 연인 안나도 모두 처형되거나 강제수용소로 보내져 죽음을 맞이했다고하니 조국을 사랑한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체코 독립 후 처형당한 배신자 쿠르다도 안타깝습니다.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어린 딸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진 쿠르다에게 돌을 던질만큼 나 자신은 그런 상황에서 용감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시 6월입니다. 역사가 기억하든, 잊어버렸든, 젊은 애국자들의 죽음 앞에 옷깃을 여며봅니다.

KBS1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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