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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업을 키우자] "창업자 리스크 부담 너무 커...'유니콘' 탄생 기대 어렵다"

<1>머나먼 자금조달

벤처캐피털 투자 최대 불구

검증된 스타트업에만 몰려

증자땐 지분 빼앗기기 쉽고

은행서 대출땐 신불자 위험

효율적 예산 관리·집행으로

'지원금 헌터들' 걸러내고

합리적인 재도전 기회 줘야

2015A09 창업 수정1




“창업자들은 열심히 사업을 키워도 항상 자금이 부족한데 창업투자자나 벤처캐피털(VC)에서 지분 투자를 받으면 너무 많은 부분을 빼앗기기 쉽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이 너무 큽니다. 창업자만 리스크를 전부 뒤집어쓰는 창업생태계에서 후배들에게 창업하라고 이야기하기가 민망할 정도예요.”

최근 만난 20년차 창업 기업인이 현재의 창업생태계에 대해 내놓은 진단이다. 그는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에서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태어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골자는 이렇다. 그가 보기에 현재 국내 벤처시장에는 ‘주(主)’가 없고 ‘객(客)’만 남았다.

만약 1억원의 자본금을 들여 회사를 창업했다고 치자. 기업가치를 자본금의 10배인 10억원으로 평가받고 5억원의 유상증자를 받는다. 이때 창업자가 지분을 유지하려면 최소 2억5,000만원을 넣어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 투자자들은 증자시 전환사채(CB)만 선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CB는 꽃놀이패나 다름없다. 기업가치가 훼손되면 투자금을 회수하고 반대로 기업가치가 뛰면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VC의 신규 투자 규모와 신설법인 수 등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창업자들이 사업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필요자금을 충당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다른 창업 기업인은 “우리나라 창업투자회사는 말 그대로 창업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재무제표로 성과가 검증된 기업에만 투자하려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 창업생태계에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업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일까. 단연 자금조달 문제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24만9,774개 1인 창조기업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창업자들이 꼽은 애로사항 1순위는 자금조달(68.5%)이다. 사무실 확보(39.9%)와 사업타당성 분석(25.3%), 행정절차(14%), 기술개발(13%) 등이 뒤를 이었다. 사업 아이템 발굴과 독자적 기술개발은 겁내지 않지만 사업을 하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유동성 위기는 상당히 두려워하는 것이다.

초기 자금조달에도 문제가 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창업자들은 사업의 종잣돈으로 평균 4,660만원을 사용했는데 이 자금의 대부분은 스스로(74.3%) 조달했다. 반면 민간금융 융자(9.7%), 친구와 친인척 자금(8.1%), 정책자금(3.2%) 등 외부 투자와 부채, 정부 지원을 통한 자금조달은 여전히 어려웠다. 창업 이후 첫 수익을 내기까지의 기간은 평균 4개월. 결국 이 기간 창업자들은 자신의 돈만 가지고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고 이는 스타트업의 초기 실패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젊은 층의 창업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의 ‘창업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창업에 관심 있다’고 응답한 20대와 30대는 각각 38.4%, 28.6%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또 응답자의 75%가량이 우리나라를 ‘실패할 경우 재기하기가 어려운 사회’라고 응답했다. 한마디로 창업시장에 퇴로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올바른 창업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창업에서 성장 그리고 회수와 재투자 순으로 기업의 수명이 이어져야 한다. 만약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도 전에 자금부족으로 사업을 접는 일이 통용되기 시작하면 여러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한다. 창업은 곧 인생의 실패라는 부정적 공식이 일상화되며 창업을 통한 부가가치 제고와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은 기대할 수조차 없다. 결국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민간 벤처투자가 확대되고 초기 창업자들의 금융권 접근을 쉽게 해야 한다.

예산집행의 비효율성도 건강한 창업생태계 조성을 저해하는 요소다.

정부는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지식 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이 탄생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정작 창업지원금을 집행하는 기관들은 실체 확인이 쉬운 제조업을 선호한다.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떠안는 창업지원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창업전선 앞단에서 예산을 관리하는 주체들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다 보니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지원금 헌터’들이다. 이들은 창업 의지가 약하거나 창업 아이디어가 부실한데 지원금만을 목표로 달려들어 결과적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된다. 또 아이디어만 가진 대학생들에게 창업지원금을 남발하고 사후관리는 등한시해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관행도 문제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창조경제 정책의 대부분이 창업 인프라 지원에 집중돼 창업생태계의 초기 단계가 취약한 상태”라며 “스타트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재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등 창업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해욱· 강광우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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