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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섣부른 내력벽 철거 방침이 부른 부동산 시장 혼란

아파트를 수직증축 리모델링할 때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겠다던 정부 방침이 반년 만에 뒤집혔다. 국토교통부는 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주택법시행령 개정안에서 내력벽 일부 철거 허용을 담은 내용을 제외했다. 건물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설계된 벽체를 허물면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2019년 전문가들의 추가 정밀검증 결과를 받은 후 의견수렴에 다시 나설 계획이다. 국토부의 내력벽 철거 허용 방침을 철석같이 믿고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전국 17개 단지 1만2,000여가구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안전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1995년 삼풍백화점 참사, 인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1년 서울 천호동 상가건물 붕괴사고는 모두 내력벽을 허물어 생긴 인재였다. 내력벽 철거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안전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건물 노후화 억제와 주거환경 개선’을 이유로 1월 일부 철거 허용을 밝혔다. ‘규제 완화와 맞바꾼 안전’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부동산 시장 활성화 의지에 묻혔다. 그러던 국토부가 갑자기 재검토로 입장을 바꿨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냐’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러잖아도 정부 부동산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리는 내리면서 대출심사는 강화했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는 연장하면서 집단대출은 규제했다.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이 팽배해진 게 당연하다. 여기에 내력벽 문제까지 뒤집혔으니 불신이 더 커질 수밖에. 애초부터 철거 허용 여부는 안전을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마땅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사고는 정부가 치고 책임은 국민에게 떠넘긴 꼴이다. 국민을 정책수단처럼 취급한다면 효과는 물론 지지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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