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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익의 푸드 라이프] 고독한 미식가(美食家), 혼밥의 경제학

안병익 식신 대표

안병익 식신 대표




넥타이를 맨 한 중년 남성이 배고픈 배를 쓰다듬으며 오사카 뒷골목에서 맛집을 찾아 돌아 다닌다. 외관이 허름한 한 장어덮밥집을 발견한 그는 ‘오늘은 여기가 좋겠군’ 하면서 태연하게 들어가서 혼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한다. 그는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생맥주까지 한잔 시켜 음식을 탐미하며 오로지 자신만의 행복한 고독을 즐긴다.

만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고독한 미식가’의 한장면이다. 고독한 미식가는 2012년부터 방영된 일본의 인기 드라마로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홀로 맛집을 찾아 다니며 음식을 즐기고 일상에 지친 자신을 위로 받는다. 이 드라마는 혼자 식사를 탐미하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담담하게 묘사하며 일본에서 혼밥(혼자 밥먹기) 열풍을 일으켰다.

고독한 미식가의 소개글에는 “시간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배를 채울 때, 잠시 동안 그는 이기적이고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며 음식을 먹는 고독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힐링이라 할 수 있다”며 혼밥을 적극적으로 찬양한다.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는 혼밥의 절대 고수다. 대식가를 자칭하는 식신들이 나와 짜장면을 몇 그릇씩 해치우는 한국의 ‘먹방(먹는 방송)’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왠지 입맛이 까다로울 것 같은 야윈 외모를 지닌 채 담담하게 식사하며 진솔한 표현으로 시청자를 혼밥의 매력으로 끌어들인다.

일본에서는 이제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일본 직장인 10명중 7명은 나홀로 도시락을 먹고 웬만한 식당은 대부분 1인석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일본인들에게는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처럼 혼자 밥먹고 술먹고 고기를 구어 먹는 것은 이제 자신을 위로하는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혼밥러(혼자 밥을 먹는 사람)’, ‘혼술러(혼자 술을 먹는 사람)’는 이제 유행을 넘어서 하나의 음식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1인가구는 총 52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2%에 해당한다. 또한 2인 가구 비율도 26.1%로 1~2인가구를 합치면 전체의 약 53%나 차지한다.



1인가구의 증가로 혼밥, 혼술, 혼행(혼자 여행), 혼영(혼자 영화 보기) 등 ‘혼자’ 즐기는 나홀로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1코노미(1conomy)’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1코노미는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자신을 위해 소비를 하고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경제를 의미한다.

최근 ‘혼밥러’가 늘면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것보다 음식 배달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음식점까지 오가는 수고로움 대신 간편하게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으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새로운 외식 배달 시대를 열고 있다. 배달을 하지 않던 맛집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것은 일종의 공간적 혁명이다. 소비자는 공간을 뛰어넘어 편리함을 추구할 수 있고 맛집은 공간의 제약을 해소하면서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맛집 배달은 1인 가구의 증가와 현대인의 바쁜 생활 패턴에 따라 자연스럽게 등장한 신종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식신히어로’는 강남지역의 줄서는 유명 맛집 200여 곳의 음식을 가정으로 배달해 준다. 특히 1만여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있는 ‘생각대로’와 협업을 통하여 40분내 쾌속 배달 및 내년에는 서울 전역 및 전국으로 영역을 확산할 계획이다. 강남에서는 식신히어로 이외에도 배민라이더스, 푸드플라이, 띵동 같은 회사들도 배달되지 않는 맛집의 음식을 집으로 배달하며 성업하고 있다.

이런 맛집 배달 서비스는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새로운 ‘혼밥’ 시대가 배달 수요 증가를 이끌었으며, 외식업체들도 비싼 임대료를 내가며 매장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는 편이 더 실속 있고 매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자신을 위해 음식을 즐기는 고독한 미식가의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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