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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스터’ 사건은 모니터 속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나야 한다

일본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아오시마(오다 유지 분)는 전화기를 붙들고 “사건은 회의실에서 일어나지 않아요. 현장에서 일어나는 거죠”라는 대사를 통해 관료제의 병폐에 찌들은 일본사회를 풍자한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이 대사는 영화 ‘마스터’를 보고 난 이후 해주고 싶은 대사이기도 하다. “사건은 모니터 속에서 일어나지 않아요. 현장에서 일어나는 거죠.”

12월 21일 개봉을 앞둔 조의석 감독의 영화 ‘마스터’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사기극’이라는 말로 화려하게 시작한다. 사기꾼 진현필 회장(이병헌 분)은 일명 ‘다단계’로 불리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설립한 후, 제2금융권의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사람들의 신뢰를 얻은 후 그 돈을 들고 튄다는 조 단위의 사기극을 계획한다.

영화 ‘마스터’ 이병헌 / 사진제공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마스터’ 강동원, 김우빈 / 사진제공 = CJ 엔터테인먼트


반년 동안 진현필을 추적해온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분)은 진현필의 최측근이자 브레인인 박장군(김우빈 분)을 압박해 진현필의 계획을 절반의 성공에 그치게 만든다. 그러자 진현필은 신분을 세탁하고 필리핀으로 건너가 필리핀 정부의 돈 3 조원을 빼돌리려는 조 단위의 사기극을 다시 계획한다.

비록 현실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근간을 뒤흔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빛이 바래긴 했지만, ‘마스터’에서 그려지는 사기극의 스케일은 ‘건국 이래 최악의 게이트’라는 영화 속 대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다.

영화 ‘마스터’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사기꾼 ‘진현필 회장’의 캐릭터는 ‘의료기 역렌탈 계약 사기’로 물경 4~5조 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에게서 가져왔다. 영화에서 언급되는 ‘3조’라는 피해액이 실제 사기꾼인 ‘조희팔’이 만든 피해액 수준이니 ‘건국 이래 최악’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영화에 등장한 사기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의석 감독은 거친 몸싸움을 배제하고 추격전을 스마트한 두뇌전으로 이끌며 호평을 받았던 ‘감시자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 속에서는 수 조원의 돈이 언급되지만, ‘마스터’는 수 조원의 돈이 오가는 이 현장을 대부분 컴퓨터 모니터 상의 이미지로 처리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키보드만 두들기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능 해커의 클리셰도 당연하게 따라붙는다. 금액은 너무나 거액인데 사건은 모니터 속에서 진행되다 보니 긴장감의 강도는 당연히 떨어진다.

이처럼 떨어지는 긴장감을 ‘감시자들’과 같은 추격 액션으로 메워준다면 모르지만, ‘마스터’는 그런 방면에서도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터널에서 벌어지는 강동원과 킬러의 격투신이나 추격전, 필리핀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모두 100억 대의 막대한 제작비에 응당 기대하기 마련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영화 ‘마스터’ 이병헌 / 사진제공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마스터’ 강동원 / 사진제공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마스터’ 김우빈 / 사진제공 = CJ 엔터테인먼트


‘마스터’가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에 진경, 오달수, 엄지원 등 등장하는 배우들만으로도 그림이 만들어지는 캐스팅에 그림 같은 필리핀 로케이션, 천문학적 단위의 사기극 등 매력적인 요소를 지니고도 이처럼 장점이 부각되지 않는 밋밋한 영화가 된 것은 과감한 패기 없이 지나치게 안전한 공식만 답습하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주인공(강동원)이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김우빈)의 도움을 받아 절대 악(이병헌)을 단죄한다는 이야기도 새롭지 않고, 그렇다고 ‘감시자들’처럼 색다른 스타일로 긴장감을 만들어내지도 못하며 액션연출이 신선하지도 못하다. 그저 액션과 추격전, 스릴러를 모두 적당한 수준에서 버무려냈을 뿐이다.

매력적인 배우들 역시 하나같이 아쉬움이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감시자들’에서 천재적인 기억력을 보유한 신참 한효주와 침착하고 노련한 베테랑 설경구, 그리고 세련된 카리스마의 악당 정우성으로 이어지는 매력적인 캐릭터 라인을 그려낸 조의석 감독은 ‘마스터’에서는 모든 캐릭터들을 전형성의 틀에 가둬버린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좋은 배우들이라고 해도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를 연기해내는 것이 고작이다.

언론시사회를 마친 후 조의석 감독은 ‘마스터’의 소재를 금융범죄로 한 것에 대해 “모니터 이미지를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모니터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감시자들’의 성공이 ‘마스터’라는 대작을 가능하게 했겠지만, 조의석 감독은 ‘감시자들’이 흥행에 성공한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한 것 같다. 12월 21일 개봉.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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