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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우진 ② 너무나도 우직한, ‘도깨비’의 ‘김비서’를 닮은 배우

‘내부자들’의 ‘조상무’를 통해 조우진이라는 배우의 존재가 눈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조우진이 이제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정도의 배우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조우진은 1978년생, 벌써 올해 40대의 문턱에 접어든 배우로 상당히 원숙한 나이였다. ‘내부자들’이 2015년에 개봉했으니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빛을 본 셈이다.

조우진은 지금 충무로에서 가장 많이 찾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이는 단지 ‘내부자들’의 ‘조상무’ 캐릭터 하나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내부자들’ 이후 OCN 드라마 ‘38사기동대’의 ‘안태욱’, 그리고 ‘도깨비’의 ‘김비서’ 등 드라마를 통해 ‘조상무’와는 또 다른 캐릭터의 연기를 선보였고, 그보다 앞서 오랜 무명생활을 통해 다져진 연기실력과 내공, 그리고 진중한 삶의 자세가 통한 결과다.

배우 조우진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내부자들’의 ‘조상무’를 통해서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기 전에는 너무 평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평범해서 배우 얼굴이 아닌 것 같다고. 위안을 삼는다고 하면 평범하기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무표정하게 이병헌의 손목을 썰던 ‘내부자들’의 ‘조상무’ 캐릭터가 워낙 강력해서 그렇지, 사실 조우진이라는 배우는 그의 말처럼 그다지 배우라는 티가 나지 않는 평범하고 수수한 얼굴이다. 사실 ‘내부자들’로 주목받기 이전에도 조우진은 ‘메디컬 탑팀’, ‘기황후’, ‘구암 허준’, ‘별에서 온 그대’, ‘비밀의 문’ 등의 드라마와 ‘관능의 법칙’, ‘원더풀 라디오’, ‘최종병기 활’ 등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다지 깊은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배우라는 일에 대한 조우진의 신념은 오랜 무명시절에도 언제나 확고했다. 그 신념은 언젠가는 내가 빛나는 스타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좋아하는 연기를 하며 살아간다는 것. 이것이 10년을 훌쩍 넘는 조우진의 긴 무명시절을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저는 힘들다는 표현은 잘 안 써요. 연극을 할 때도 주머니 사정이 힘들어지면 잠시 연기를 쉬고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하다 돌아오곤 했어요. 배우가 배우라는 직업을 접고 다른 일을 해야하는 순간이 힘들긴 했지만, 힘들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 모든 일이 다 힘들잖아요. 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쉽고 재미나게 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힘들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수없이 다짐을 했어요.”

tvN ‘도깨비’에서 ‘김비서’를 연기한 조우진과,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상무’를 연기한 조우진 / 사진 = tvN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그래도 힘이 들면 제 꿈을 떠올리며 버텼어요.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언젠가는 다양한 작품,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그런 경험들을 통해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으며 배우라는 직업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앞으로 그렇게 되야겠다는 꿈.”

‘내부자들’의 ‘조상무’, ‘도깨비’의 ‘김비서’ 이후 조우진은 배우로서 항상 바라던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2017년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 중 조우진이 출연한 작품만 해도 한 손에 꼽기 힘들 정도인 것.



더욱 고무적인 것은 조우진이 영화에서 연기할 캐릭터들이 ‘조상무’나 ‘김비서’의 판박이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마동석과 이동휘가 출연한 ‘형제는 용감했다’에서는 순박한 시골청년으로, 김훈의 소설을 영화화한 ‘남한산성’에서는 청나의 앞잡이인 역관으로, 이성민과 조진웅, 김성균이 캐스팅된 영화 ‘보안관’에서는 혼자 똑똑한 척 하는 동네 아저씨, 김수현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리얼’에서는 변호사를 연기한다.

검사 연기도 두 편이나 하지만 이 역시 캐릭터가 정반대다.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신작 ‘V.I.P.’에서는 북한에서 월남한 V.I.P가 저지른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검사로, 임시완이 출연하는 대형 범죄영화 ‘원라인’에서는 근본까지 썩은 비리검사로 등장한다. 이제 곧 촬영에 들어갈 정우성, 곽도원 주연의 영화 ‘강철비’에서는 북한군으로 등장한다. 그야말로 법조계부터 동네 아저씨, 북한군, 사극까지 종횡무진 맹활약이다.

배우 조우진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이제 조우진은 조금도 의심의 여지 없이 충무로 명품조연의 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내부자들’의 ‘조상무’가 불러온 기적이다. 하지만 조우진은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일수록 배우로서 더욱 신중해지려고 한다. 이런 조우진의 삶의 자세야말로 항상 한 걸음 뒤에서 충직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책무를 다하던 ‘도깨비’의 ‘김비서’와도 닮아있었다.

“배우로서 욕심은 없어요. 아니 혹시 욕심이 생길까봐 두려워요. 그래서 항상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의 초심을 상기하려고 노력해요. 새로운 각오가 생긴다고 해도 처음 가졌던 초심 위에 올려야지, 초심을 뒤집어 엎는 그런 각오나 생각은 싫어요. 초심은 언제나 가지고 가고 싶어요.”

“‘도깨비’ 종영 이후 인터뷰를 하다가 문득 1년 전 ‘내부자들’의 ‘조상무’로 주목받으면서 처음 인터뷰를 해봤을 때 생각이 났어요. 혹시 지금 내가 가진 각오가 그 때와 달라진 것은 아닐까? 다행히 아직까지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좀 더 많은 작품이 들어온다고 해서 저는 달라지지 않아요. 어떤 작품이든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어떤 장르가 됐든 저는 언제나 제게 주어진대로, 열심히, 한결같이 제게 주어진 길을 걸어나갈거에요.”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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