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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의 소망 담은 '광화문 산대희' 열린다

中 사신 영접·나라 경사때 잔치

'조선판 버라이어티쇼' 재연

광대놀이·무희들 장구춤 등

국립국악원 29일부터 공연

영조 1년(1725) 중국사신 아극돈(阿克敦)이 조선에 다녀가면서 각종 행사 등을 담아 그린 화첩 ‘봉사도(奉使圖])’에 담긴 산대희




거대한 산 모양의 무대. 그 안을 들여다보면 초목과 정자, 사찰, 너럭바위, 그리고 그 사이를 뛰노는 동물들이 가득하다. 무대 위, 아래에선 온갖 광대놀이가 관중의 눈을 희롱한다. 어름사니(줄타기꾼)가 공중을 날고 버나(접시돌리기), 덜미(꼭두각시 놀음), 토화(불 토하기), 탄도(칼 삼키기) 등 재주꾼들의 향연이 광장 위에 펼쳐진다. 이뿐이 아니다. 조선의 내로라하는 기생이 고운 선을 뽐내고 처용으로 분한 무용수들이 군무를 춘다.

중국의 사신을 영접할 때, 국가의 경사가 있을 때면 국가 주도로 경기도 일대의 광대를 동원해 펼쳤던 ‘축제의 대명사’ 산대희의 모습이다. ‘산대’란 산 모양으로 만든 거대한 야외무대이며 산대희는 산대를 배경으로 펼쳐진 연희를 말한다. 가면극 등 지금까지 내려오는 상당수 전통 연희의 기원을 산대희에서 찾을 정도로 산대희는 가무백희를 집대성한 ‘조선판 버라이어티쇼’다.

처용무


국립국악원은 올해 첫 대표 공연으로 29일부터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산대희’를 재연한다.

‘산대희’의 의미를 살펴보면 이번 공연의 의미가 남다르다. 산대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삼신산(三神山, 봉래·방장·영주산)으로 산속에 사는 온갖 동식물이 평화롭게 살듯 백성들이 조화를 이루고 사는 세상을 형상화, 화합과 상생을 상징한다. 특히 동해 바다에 세 마리의 큰 거북들이 삼신산을 떠받치고 있는데, 나라가 태평하면 거북이들이 춤을 췄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산대희는 바로 삼신산을 떠받치고 있는 거북이들이 춤추는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산대희를 벌인다는 것은 ‘나라가 태평하다’는 의미였고 왕실에서는 태평성대를 과시하기 위해 잔치를 벌였다는 것이다.

줄타기




그 규모가 얼마나 크고 막대한 비용이 들었던지 신라 진흥왕 때(6세기) 시작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이 축제를 조선 정조대인 1784년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행사”라는 이유로 중단했고 그 뒤엔 맥이 끊겼다고 한다. 축제가 점차 화려해지자 세종실록(8년 2월 임진)에는 “지금부터는 산대의 기둥이 땅에서부터 60척 이상을 더 올리지 못하게 하고”라는 대목이 나오고 연산군일기(11년12월 무진)에는 까마귀, 까치, 수리부엉이, 매, 따오기 등 온갖 새들을 잡았다가 실제로 공연 중에 날렸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산대희가 벌어진 장소가 광화문이라는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선조 때 기록(1582년)을 보면 중국 사신이 찾아왔을 때 이들을 영접하기 위해 경복궁 문(광화문) 좌우편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상징하는 산대를 세웠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현재 시대를 사는 이들이 겨우내 촛불을 밝혔던 광화문이 400~500년 전에도 화합과 상생을 기원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했던 셈이다. 국립국악원 역시 국민의 화합과 상생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올 시즌 산대희의 부제를 ‘만화방창(따뜻한 봄날에 만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짐) 광화문’으로 정했다.

장구춤


국립국악원이 2008, 2009년 작품을 새롭게 구성해 선보이는 이번 산대희는 액운과 역신을 걷어내는 전반부와 화려한 축제 속에 화합을 기원하는 후반부로 구성됐다. 마지막 4막에서는 “봄이 왔네 새봄이 왔어 만화방창 광화문에 조화와 상생의 봄이 왔네”라고 합창하며 막을 내린다. 연출을 맡은 김학수 극단 사니너머 대표는 “산대희는 고유의 전통 연희를 중심으로 화해와 상생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백성들의 바람을 담은 연희였다”며 “광화문 광장이 화려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번 공연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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