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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노동하는 로봇과 창조적 일 하는 인간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31> 노동의 변화, 일·놀이의 진화

로봇, 육체적·정신적 노동 도맡고

인간은 감성·창조적인 일에 집중

목적·수단 재통합되는 사회 열어

재미·의미 선순환되는 환경 구축을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인간은 개인 비서인 인공지능(AI) 로봇과 융합된 새로운 인간으로 진화한다는 미래 인류상을 10년 전 ‘호모 모빌리언스’라는 졸저에서 기술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일자리 문제를 노동과 일과 놀이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로봇에 쉬운 문제는 인간에게 어렵고 로봇에 어려운 문제는 인간에게 쉽다’는 한스 모라벡의 패러독스가 있다. 바둑 같은 영역은 AI가 강하나 축구 같은 영역은 인간이 더 잘한다. 반복되는 룰을 찾을 수 있는 효율은 로봇이, 반복되지 않는 혁신은 인간이 담당하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모라벡이 주창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상을 다시 살펴보려는 이유다.

지난 2015년 맥킨지는 미국 내 800개 직업을 대상으로 업무활동의 자동화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800개 중 5%만이 자동화 기술로 대체되고 2,000개의 업무활동 중 45%만이 AI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인간이 수행하는 업무 중 창의력을 요구하는 4%의 업무와 감정을 인지하는 29%의 업무는 AI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4차 산업혁명에서 일자리 전체가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일부만이 로봇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반복되는 일을 도와주는 AI 비서를 활용해 업무를 진화시킨다. 그렇다면 인간과 AI 아바타의 업무를 융합하는 수단으로 스마트폰 챗봇들이 중요해질 것이다.

노동(labor)과 일(work)과 놀이(play)는 다르다. 네덜란드 철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노동과 놀이의 차이는 수단과 목적의 분할과 통합에 있다고 말한다. 목적과 분리된 수단인 노동은 소위 ‘반복되는 삽질’이고 재미가 없다. 산업혁명 전에 노동과 놀이는 본질적으로 통합돼 있었으나 산업혁명에서 효율을 위한 분업으로 노동과 놀이는 분리됐다. 노동자들은 현재의 고통을 참는 대가로 임금을 받아 미래의 생활과 놀이에 소비하는 것이 1·2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자의 삶이었다. 그런데 3차 산업혁명에서 등장한 놀이가 노동화되는 프로화 현상이 4차 산업혁명에서 일반화될 것이다. 바로 개인 비서인 아바타 로봇과 융합하는 호모 모빌리언스라는 인류의 새로운 진화 형태다.

이제 노동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산업혁명으로 분리된 목적과 수단, 재미와 의미가 재결합하는 사회가 된다. 우선 반복되는 육체적·정신적 노동은 로봇과 AI로 대체돼 인간과 협업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지고 더 창조적이고 감성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분리된 생산과 소비가 자가생산(DIY)의 등장으로 통합된다. 결과적으로 목적과 수단이 재통합되는 사회가 등장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돈을 버는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은가.



그런데 노동과 놀이 사이에 중간 영역으로 일이 존재한다. 앙리 베르그송이 주창한 ‘호모 파베르’, 즉 만드는 인간이다. 뭔가 창조하고 만드는 일을 하는 인간상이다. 놀이가 현재 나의 재미를 추구한다면 일은 미래 모두의 의미를 추구한다. 그렇다고 반복되는 노동은 물론 아니다. 인간은 목적과 수단을 결합하는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와 의미를 통합하게 된다.

이제 인간의 역할은 의미를 추구하는 호모 파베르와 재미를 추구하는 호모 루덴스의 영역에서 다양하게 세분화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변화 전체를 ‘호모 파덴스’라는 신조어로 정의한 바 있다. 바로 현재의 고통을 즐기면서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이다.

노동과 일을 인간과 로봇이 나눠 공존하는 미래 사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더 적은 시간에 제공하는 역량을 갖춰 업무 시간을 단축하고 놀이 시간을 증가시킨다.

인간을 위해 재미와 의미가 선순환하는 사회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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