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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소은, “‘연기가 여우주연상 감이네’...중독노래방이 안겨 준 선물”

배소은은 ‘소은 소은’ 스럽다. ‘꺄르르’ 웃음과 함께 활기차게 등장한 그는 은근히 조용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본인의 성격을 “완전 쿨하기 보다는 밋밋한 듯 쿨하다’며 ‘결정 장애는 없는 성격이다”고 설명했다. “조용히 다닌다고 생각하는데, 멀리서도 ‘배소은 온다’고 느껴진다고 말하는 걸 보면 에너지를 표출하는 스타일인가 봐요. 호호”

그의 쿨한 성격은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호불호가 정확한 어머니는 ‘아니면 말고’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안 된다’고 하면 아무리 졸라도 바뀌지 않았고. 반면 ‘된다’고 하면 주변에서 뭐라 해도 끝까지 지원해줬다고 한다. 교육관도 평균의 상식으로 보면 특별했다. ‘8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직업 빼고 다 해’라는 한마디를 남긴 어머니였다.

배우 배소은/사진=조은정 기자




“제가 학창시절 공부를 특출나게 잘 하는 학생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노는 애도 아니었어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지도 않았어요. 완전 중간인 평범한 여자애였어요. 어머니가 예술 쪽에서 일하시거나 하진 않아요. 식당 일을 하세요. 제 성향이 회사에 들어가면 힘들겠다는 걸 아셨을까요. 엄마는 자기 일을 해야 행복하다고 말해주셨어요. 배우 일도 처음엔 대단한 꿈이 있어서 도전했다기 보다는 우연히 하게 된 연기가 재미있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적극 지원하에 선택한 ‘배우’라는 직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2003년 영화 ‘닥터’로 데뷔한 신인 배우였지만 연기보다는 노출 연기로 누리꾼의 관심을 받았다. 게다가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금빛 드레스를 입고 나와 ‘제2의 오인혜’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잠시 연극으로 무대를 옮긴 배소은은 ‘최고의 사랑’에도 도전했다. 배우 길을 앞에 두고 잠시 고민의 시기도 겪은 그는 2016년 ‘사돈의 팔촌’이란 영화로 다시 돌아왔다. 싱그럽게 통통 튀는 인물 아리를 맡아 이전의 이미지를 말끔하게 지웠다.

배소은은 2017년 ‘중독노래방’에서 범상치 않은 초보 노래방 도우미로 돌아왔다. 지난해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판타스틱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이기도 하다. ‘태어나서 처음’ 상을 받아본 배소은은 기쁨 보다도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측에 미안하던걸요”라고 말문을 연 그는 “특별한 필모도 없고 유명하지도 않은 배우인데 이 상을 주셔도 되나. 걱정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당시 경쟁작 중에 유명한 작품, 유명한 배우들이 많았어요. 태어나서 처음 받은 상인데 기쁘기 보다 낯설었어요. 소식을 들었을 때까진 실감이 안 났는데, 시상식 날 심사위원들이 직접 나오셔서 왜 제가 이상을 받아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시는데 눈물이 났어요. 수상 평이 나온 보도자료도 캡처해서 매일 매일 읽었어요. 너무 너무 부담스럽고 영광스러운 말을 써주셔 몸둘바를 모를 정도였는데 칭찬이 너무 좋았어요.”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여우주연상은 단순히 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배우에게 계속 연기를 해도 좋다고 격려하는 인증마크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배우 김소은은 ‘연기를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며 눈빛을 빛냈다.

“지금도 과연 내가 배우를 해도 되나? 의심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덜컥 상을 주시니 내가 조금은 더 연기를 해봐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미안하고 고맙죠. 상을 받으면서 김나미 언니한테 고마운 마음도 들었어요. 영화 속 대사 중에, 언니가 저에게 ‘연기가 여우주연상 감이네’란 애드리브를 했어요. 촬영 끝나고 ‘너 내가 이렇게 말했으니까 진짜 여우주연상 탈거다. 언젠가 고마워할 날이 있을거야’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말이 씨가 됐네요. 정말 고마운 언니죠.”

‘사돈의 팔촌’부터 ‘중독노래방’까지 함께하며 그는 점점 연기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 옆엔 늘 그를 응원해주는 의리의 팬들이 있었다.

“‘사돈의 팔촌’ 때 GV(관객과의 대화)를 가서 칭찬을 받았던 기억도 너무 소중한 추억입니다. 한 관객분이 ‘아리가 루비처럼 빛났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내 연기를 보고 행복하게 느껴주시는 관객 분들이 있어 힘이 났어요. 그때가 5월이었는데 행복해서 매일 웃고 다녔어요. 관객들이랑 연애하는 기분이랄까요. GV 간다고 혼자 지방에도 가고 그랬어요. ‘사돈의 팔촌’ 이후에 팬이 생겼어요. 많지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가 내 작품을 기다려주고 있다는 게 1명이든 5명이든 상관없이 배우 스스로에게 힘이 나게 하는 것 같아요. 연예인들이 ‘팬분들 때문에 힘이 나요. 살 맛이 나요’ 란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어요. 하하”

배우 배소은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배소은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배소은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소은이 신작 영화 ‘중독 노래방’(감독 김상찬)을 들고 기자와 만났다. 외딴 마을, 건물 지하에 위치한 ‘중독노래방’은 삶의 피해자이자 고통받는 이들이 최후의 도피처로 모여 있는 곳. 배소은이 분한 ‘하숙’은 초보 도우미로 단벌 츄리닝에 다듬지 않은 긴 머리를 한 채 언제나 무표정한 인물. 게임하다 손님 받고, 손님 보내면서 게임하는 ‘게임 중독자’이다.

지하 노래방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야동중독자(이문식), 게임중독자(배소은), 머니중독자(김나미), 도벽중독자(방준호) 이렇게 네 명의 인물은 서로의 상처를 들춰내는 대신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의 서로를 받아들인다.



하숙은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여자 캐릭터이다. 일반적인 피해 여성과는 다르고, 괴짜라고 설명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그는 게임 중독에 빠진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하숙에게 점차 동화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하숙의 깊은 상처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배소은은 “게임 중독에 빠진 이유가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항상 기억했다.

‘중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번 영화에 대해 그는 “자신의 상처만이 아닌 주변의 아픔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인 점”이 끌렸다고 한다.

“일단 사회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가족이 돼요.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중독’이란 말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어딘가에 중독 된 채 남들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솔직히 내 아픔에 취해 있어서 남들을 보지 못하는 거죠. 나만 아픈 것 같고, 내가 가진 삶의 무게만 무거운 것 같다는 자기 합리화가 강해요.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누구나 아픔이 있고 더한 아픔을 가진 이들이 많아요. 어떤 메시지를 강요하기 보다는 그런 걸 생각하게 만들어 좋았던 영화입니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이다. 극중 대사에 따르면, 하숙은 프로 도우미라기 보다는 변태 도우미에 가깝다. 영화 속에선 자극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하지만 배소은은 판타지 장르란 특성을 믿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노출 연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상대 남자 배우들의 감정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여배우들만 노출 연기가 부담스러울꺼라 생각하고, 주인공만 힘들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저희 영화에서 잠깐 나오는 남자 배우들이 엉덩이 노출이 있어요. 감독님이 ‘컷’을 하고 나면 스태프들이 여배우인 저만 챙겨요. 그걸 보고 너무 화가 나서 ‘나를 챙길 게 아니라 저 분들을 챙겨주세요’ 라고 했어요. 그들도 분명 어려움이 있었을텐데...(노출 연기 후 )혼자 의상을 챙겨 입는 것과, 누군가 배우를 케어 해주는 건 다르거든요. 배우가 보호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으면 했어요.”

여배우라면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되기 마련일텐데, 그는 다른 배우들이 행여나 상처 받지 않을까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제가 특별하다기 보다는 그 분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데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말했을 뿐이다”며 당연하듯 말한다.

배우 배소은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소은과의 대화는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그가 영화를 보고 제일 먼저 관심을 갖는 이는 영화 감독도 배우도 아니었다. 그는 촬영감독을 가장 궁금해 했다. ‘배우의 연기만큼 못 숨기는 게 카메라이다’고 말하는 그는 ‘중독노래방’의 장우영 촬영 감독님 덕분에 좋은 장면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전 영화가 마음에 들면 촬영 감독님이 궁금해져요. (관객인 저에게)동요되는 카메라 움직임이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감정이 느껴져서 저 카메라 감독님이랑 대화하면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감독님은 행동 반경이 크지 않다면 촬영감독님은 계속 움직이세요. 배우인 내가 움직이는 만큼 촬영 감독님도 움직이는 거죠. 카메라 감독님의 시선과 공을 숨길 수 없어 더 좋아지죠. 제일 관심가는 직업군 중 하나가 촬영감독이라 이렇게 관심이 많아요. 결혼을 한다면 남편이 촬영감독이었으면 좋겠어요. 아직 촬영감독님도 연애를 해본 적은 없어요. 하하.”

배소은에게 앞으로 남은 과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로 관객들을 만나는 것. ‘노출 드레스 배우’란 꼬리표와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는 늘 새로운 캐릭터로 관객과 만나고자 했다.

“저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것도 알고, 그게 장애물이 될 거란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작품 속 새로운 인물로 안 만나면 그게 계속 회자가 된다는 것도요. 이미지가 아닌 끊임없이 내가 인물로서 보여줘야겠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 누군가 저보고 ‘사돈의 팔촌’을 분명 봤는데, ‘중독노래방’ 배우가 저인 지 몰랐대요. ‘이 배우가 이 배우야?’ 란 반응만으로도 배우로서 성과를 이뤘다 생각해요. 어떤 대단한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시기 보다는 그냥 봐주세요. 우선은 영화를 봐야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요.”

한편, 배소은은 ‘사돈의 팔촌’ 장현상 감독과 다시 만나 ‘커피 느와르 : 블랙브라운’ 영화를 찍었다. 조만간 다시 한번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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