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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운명 걸린 세기의 재판] 곳곳서 어긋나는 정황증거...특검 '디테일의 덫' 걸렸나

"뇌물공여 유죄 이끌어내려면

증거 한방향 가리켜야하는데

스스로 모순 드러내는 상황"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앞으로 나흘 뒤인 오는 25일 징역 12년이 구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고위임원의 뇌물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디테일 모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와 재판은 ‘디테일’에서 결정 난다”고 강조했던 검찰이 정작 수사 결과를 보면 디테일한 증거들이 서로 어긋나 ‘자기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20일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뇌물공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려면 수많은 정황증거가 한 방향을 가리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검이 제시한 정황증거는 곳곳에서 어긋난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당사자 자백처럼 직접 증거를 얻기 어려운 뇌물공여 재판에서 관련자 진술과 간접증거들은 뇌물과 청탁이 이뤄진 정황을 일관되게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 나온 증거와 증언으로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 승계 현안을 청탁하고 뇌물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를 지원했다는 퍼즐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특검은 ‘삼성-엘리엇 대책’ ‘금융지주회사’ ‘빙상, 승마’ 같은 단어가 나열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을 정황증거로 내놓았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를 위해 준비된 대통령 말씀자료에 “현 정부 임기 내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 해결을 희망한다”는 내용이 적힌 사실도 현안 청탁의 증거로 제시됐다. 재판 막바지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시로 작성된 삼성 경영권 승계 현안 검토 문건도 공개됐다.

하지만 특검의 정황증거는 이를 반박하는 증거·증언에 부딪혀 뇌물죄의 밑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형편이다. 안 전 수석은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하거나 질문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보고해도 청와대가 관심이 너무 없어 오히려 섭섭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말씀자료를 작성한 윤인대 전 청와대 행정관은 “말씀자료의 승계 부분은 인터넷에서 모두 찾은 것으로 승계가 다 끝났다고 보고 격려 차원에서 담은 내용”이라고 했다. 민정수석실 문건을 작성한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도 “삼성 승계를 도우려는 게 아니라 삼성의 현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만들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뇌부의 최근 메시지도 이 같은 디테일 모순을 스스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5월23일 취임 후 첫 언론 상견례에서 “수사와 재판이란 건 디테일에서 승부가 난다. 거기에 집중해서 몰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특검은 이달 7일 이 부회장의 결심공판에서 논고를 읽으며 “(삼성은 이 부회장의 승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나 변명으로 ‘디테일의 늪’에 빠지게 하여 본질을 호도하고 실체 진실을 왜곡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이 부회장 재판에서는 디테일의 늪을 경계한 셈이다. 특히 논고 전문에는 뇌물죄의 구체적 증거 대신 ‘국민’을 10회나 언급해 특검이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을 펼쳤다는 분석도 많다.

한편 재판부는 이 부회장 1심 선고공판의 생중계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재판부 재량에 따라 1·2심 선고도 TV나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꿨다. 하지만 형사합의27부는 1심 선고가 생중계되면 국민이 자칫 확정판결로 오해할 수 있고 전시 효과를 노린 방청객의 돌발행동도 우려돼 선고 생중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혁·한재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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