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사설] 대의민주제 무시한 일방주의로 협치되겠나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촛불집회처럼 직접 촛불을 들어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고 댓글을 통해 제안하는 등 직접민주주의를 국민이 요구하고 있다”는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3당은 21일 일제히 “헌법과 의회를 무시한 오만불손한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당 등은 같은 시간대의 방송사 생중계를 통한 ‘반론권’까지 요구하고 있다.

야당의 반대가 아니더라도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문제가 있다. 문 대통령이 비록 “국민은 주권자로서 평소 정치 구경만 하다가 선거 때 한 표를 행사하는 간접민주주의로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게 한 결과 우리 정치가 낙후됐다”고 전제했지만 이는 논리적 비약이고 위험한 발상이다. 대통령과 의회·사법부 등 3권의 분립과 견제는 우리 헌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기본정신이고 지금 나오는 개헌론과 무관한 방향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대선 기간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할 분권형 대통령을 전제로 4년 중임제 대통령제를 개헌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발언이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나왔다는 점도 문제다. 앞으로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으로 각종 입법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대책으로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현 정부가 정책 추진 등에서 ‘일방주의’를 강화하는 방식의 일환으로 직접민주주의를 언급하고 나온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의 낙후성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이의 대체재가 ‘광장’이나 ‘촛불’로 대변되는 직접민주주의일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분명히 새 정부의 정책이나 입법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결코 소수의 비판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