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오늘 이재용 부회장 세기의 재판] '스모킹건' 없이 정황증거만…"여론재판 변질되나" 우려

■1심 선고 키포인트는

삼성 현안 관련한 청탁 등

구체적 증거·증언 안나와

뇌물죄 요건 기존 판례로 보면

대가관계 입증돼야 적용 가능

재판정에 가족석 따로 마련

홍라희·이부진 등 나올지 관심





확실히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없었다. 그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일은 다가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오후2시30분부터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대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 12년이 구형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임원들의 선고공판을 연다. 관건은 삼성의 승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대가성 금품인지 여부다. 다만 이 부회장의 유죄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 재판부의 판단에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기의 재판’에 전 세계 시선 집중=전 세계는 업계 1위를 다투는 정보기술(IT) 기업 총수의 재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선고공판에는 국내외 취재진 수십여명이 대기하고 있다. 법원은 이 부회장의 가족·친지를 위한 좌석도 배정해뒀다. 어머니인 홍라희 전 삼성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선고공판을 방청할지도 관심사다.

이 부회장의 선고공판은 오후2시30분에 시작해 1시간 30여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장인 김진동 부장판사는 우선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들에 대해 밝히게 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현안인지 여부 등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 공동체인지에 대한 재판부 판단도 함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걸려 있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위증 혐의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내린다. 이는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비롯한 다른 피고인도 마찬가지다.

공소 사실별 유무죄 판단이 끝나면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한 뒤 피고인별 형량인 주문을 읽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앞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고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의 구형량은 7년이다.

만약 실형이 선고되면 이 부회장은 그대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 반면 무죄 혹은 집행유예 판결이 나면 구치소에서 개인 물품을 챙긴 뒤 석방된다. 그가 자택으로 돌아간다면 지난 2월16일 2차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지 190일 만의 귀가가 된다.



◇진경준 ‘무죄’·김수천 ‘유죄’ 내린 재판부…관건은 ‘대가성’=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만나 승계 문제를 부탁하고 대가로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과 재단 출연을 약속했다는 구체적 증거·증언은 없었다. 재판부는 삼성 현안이 어지럽게 나열된 안종범 수첩 등 간접 증거만 가지고 유무죄를 가려야 한다. 한 지법 판사는 “대개 뇌물 사건은 금품이 실제로 오갔는지부터 다투지만 이 사건은 금품이 오간 게 확실하다. 대신 그것이 뇌물이라 판단할 증거들이 애매해 보이는 게 다르다”며 “정말 어려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와 다수 학설은 금품이 오갔더라도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이 인정돼야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검사가 금품수수 사실이 확인돼 기소를 하더라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결국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내리게 된다. 실제로 형사합의27부가 최근 판결한 뇌물 사건의 주요 기준도 대가성 여부였다. 재판부는 김정주 넥슨 창업주에게서 비상장 주식을 무상 수수해 12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린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에서 “두 당사자는 ‘지음(知音)’이라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여서 검사로서의 직무 관련성과 금품의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했다. 반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재판 청탁 명목으로 1억8,000만원대 금품을 받은 김수천 전 부장판사에게는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 현안의 존재를 삼성 측에서 반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물산 합병과 금융지주사 추진 계획은 승계 현안에 해당하지도 않았고 이 부회장이 관여한 일도 없는 만큼 직무 관련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삼성은 승마 지원이 최씨의 공갈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한다. 재단 출연금 역시 다른 대기업들과 함께 공익적 의도로 냈지만 최씨가 배후에 있는 걸 몰랐다는 입장이다.

법리상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단순뇌물죄가 성립하는지는 이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의 전제가 된다. 판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공동체로 인정받아야 두 사람이 단순뇌물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법리를 떠나 이 부회장의 유죄를 주장하는 여론이 재판부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