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 추석, 국민을 볼모로 잡겠다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산업부 조민규 기자





툭 하면 파업에 나서는 현대자동차 노조는 일반적으로 ‘귀족노조’라 불린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 전체 평균연봉이 3,387만원(한국경제연구원·고용노동부 추산) 수준인 상황에서 평균 1억원을 받는 근로자들이 회사 경영난은 눈감은 채 돈을 더 달라고 떼를 쓰는 모습이 일반 국민들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는 뻔하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최근 행태는 현대차 노조보다도 더 가관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20일 390명의 조종사들이 파업에 나서겠다고 사측에 통보했다. 조종대를 잡지 않겠다는 기간은 다름 아닌 추석 연휴다. 이번 추석 연휴는 10일에 달한다. 이미 일본과 동남아는 물론 유럽과 미주 노선도 예약률이 90% 후반대다. 조종사 노조의 전략은 분명해 보인다. 큰 돈벌이가 예상되는 연휴 기간 조종대를 놓고 사측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엄포다. 사측은 부랴부랴 가용 인력을 동원해 정상운항하겠다고 고객들을 진정시키고 있지만 실제로 조종사 노조가 행동에 나서면 일부 노선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노조의 전략이 어느 정도 먹힌 셈이다.

그러나 조종사 노조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국민을 볼모로 잡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기간에 말이다. 조종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측으로서는 국제선보다는 KTX나 버스·승용차 등 대체 수단이 상대적으로 많은 국내선 결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가위의 풍성한 마음을 안고 고향을 찾으려 항공편을 예약한 국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되면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조종사 노조는 모르는 것 같다. 가뜩이나 평균 연봉이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조종사들이 명절 연휴를 망친 데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미 노동계는 노동자 결사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치적으로도 권력 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노동계가 정치·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국민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대한항공 노조의 추석 파업은 당장은 사측을 압박할 수 있을지 몰라도 노동계 내부에서도 비난받을 게 뻔하다. 지금이라도 파업을 철회하는 게 조종사 노조에 유리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cmk25@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