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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등으로도 힘든데…채용은커녕 일자리 확 줄어들것"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

협력사 직원까지 정규직화 우려도

한 노동자가 최근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서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18일 정부가 민간기업에도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자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18일 기간제법을 ‘기간제한’(2년 사용 후 정규직 전환)에서 ‘사용사유제한’(특별한 사유를 빼고는 비정규직 사용 금지)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에 재계가 초비상이다.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마당에 정규직 채용마저 강제할 경우 경영악화가 불 보듯 하다는 우려다. 특히 비용 증가 요인으로 고용 여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기업이 인력 채용을 더 꺼려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부작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산업계에선 이 정책이 고용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것으로 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채용에 이런저런 제약을 걸면 정규직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부담을 느낀 기업이 일자리를 아예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업종별 파견법 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등 국가들이 모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열심인데, 우리 정부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전자업체 임원도 “정부정책은 시장 현실을 모르는 졸속·탁상행정”이라며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환영받지 못하는 정책만 쏟아내고선 고용 개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했다. 재계의 한 고위 인사는 “전날 ‘조속한 근로시간 단축(68→52시간) 시행을 위해 행정해석을 변경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엄포성 발언에 이어 오늘도 무리한 정책을 발표했다”며 “망연자실에 가까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이번 조치가 민간기업에까지 ‘협력업체 직원의 정규직화’를 유인하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조업은 파견근로가 금지돼 자동차 부품업계에는 도급 형식이 일반화돼 있다. 원청업체가 도급업체에 하청을 주면 이들이 원청업체 공장에 들어와 일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도급업체의 정규직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도급 형태에서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근로자를 지휘·감독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 직원의 근태를 관리하거나 작업을 지휘할 경우 불법파견이 된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부품업계는 파견법 등 관련 법령을 완화해달라고 주장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기간제 근로자 사용제한 움직임과 함께 파견 관련 규정까지 엄격해질 경우 부품업계 전체가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유통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백화점 A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세부 지침을 봐야겠지만, 청소·보안·계산 등 용역회사 직원을 비롯해 입점업체 파견 직원, 개인사업자 고용 직원까지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 업체 관계자 역시 “현재 용역업체 직원들은 해당 기업 정규직”이라며 “이런 점을 무시하고 인천공사처럼 이들까지 백화점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압박한다면 이는 정부의 경영간섭이자 월권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운데 이번 조치가 탄력적 인력운용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제빵기사 직접고용을 통보받은 파리바게뜨와 같은 기업이 또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원들 간 알력과 반목 등을 예상하는 견해도 있다. 자동차 부품 업체 C 대표는 “비정규직 채용이 제한되면 해당 업무 부담은 정규직 직원들이 지게 된다”면서 “그간 비정규 직원들은 생산라인에서 숙련도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포장·운반 등의 부문을 맡고 있어 정규직 직원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정규직 인력 활용도 어려워진 상황이라 중소영세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장품 주문자생산제조(OEM) 업체 D대표는 “육아휴직 등 급작스런 담당자 부재로 인력이 필요할 때 유연하게 비정규직을 채용해왔는데, 정부에서 제한할 경우 당장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제 노동자의 절반 이상인 경력단절여성들만 애꿎게 피해 볼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상훈·윤경환·백주연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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