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판문점 곳곳에는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패어 있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한미 양국군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광객이 없는 날이어서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장병들은 긴장과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북한군 민경대대 소속 오청성 하사가 귀순(13일)한 지 정확히 2주 뒤인 이날, 판문점 곳곳에 남은 총탄의 흔적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귀순한 오 하사가 쓰러진 지역 바로 옆의 ‘자유의 집’ 부속건물인 대형 환기용 건물 아래쪽 전면에 패인 총탄 흔적만 5발. 화강암 받침대와 건물 바로 앞 나무 가지에 총탄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이 남았다.
JSA의 한미 양국군을 지휘하는 미군 측 대대장인 매슈 파머 중령과 부대대장 격인 한국군 대대장 권영환 중령이 당시 상황을 장관에게 보고하는 대목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두 가지 사실이 알려졌다. 첫째, 장병들이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점. 권 중령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현장 중대장이 적의 증원에 대비해 주요 장소에 병력 배치를 마친 상태였다. 둘째, 감시 장비를 긴급 운용하는 기지로 귀순병사를 찾아냈다. 송 장관에 따르면 귀순한 오 하사가 쓰러져 있던 곳이 지형적으로 푹 빠져 남과 북 어느 곳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한국군 감시반장과 감시 병사가 개성공단 감시용이던 열영상감시장비(TOD)를 돌려 전면을 수색하면서 오 하사를 찾았다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처음으로 군사분계선(MDL) 바로 앞에 위치한 JSA 경비대대 2초소에 올라가 당일 상황을 보고받은 후 송 장관은 한미 양국군 장병 100여명과 점심을 나누면서 “여러분이 잘 대처했고 한미 양국의 군인들이 너무 잘 협조된 작전을 하고 성공했다”고 격려하며 남쪽을 향해 총탄을 발사한 북한 측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를 규탄했다.
이어 그는 북한군 귀순자의 이동 경로와 우리 측 초소의 임무와 경계구역 등을 직접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송 장관은 “긴박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한미 (JSA 경비) 대대장의 냉철한 상황 판단과 조치는 매우 적절했다”면서 장병들의 헌신적인 행동을 높이 평가했다. 송 장관은 “JSA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 유엔사 관할 하에서 남북 간의 대화를 위한 협상 장소로 관리돼온 지역으로서 방어목적의 경계작전을 하는 GOP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북한군 귀순 상황에서도 전 장병이 침착하게 대처해 상황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북한이 귀순하는 사람한테 남쪽을 향해서 총을 쏘는 것은 위반행위다. MDL을 넘어오는 것도 위반행위”라며 “자동소총을 갖고 있는 것도 위반행위”라고 지적했다./판문점=국방부 공동취재단·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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