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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송월 '제멋대로 방남'이 보여준 남북관계 현주소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측을 방문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남측과 북한 예술단 공연 일정과 내용 등을 협의할 점검단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대표인 현 단장은 예술인으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까지 올랐으며 며칠 전에는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측 대표로 나선 인물이다. 2015년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때 장거리 미사일을 넣은 무대 배경이 논란이 되자 악단 전체를 철수시켜 ‘베이징 회군’의 주역으로 불리기도 한다. 북한이 점검단의 의미를 결코 작게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남 과정에서 보여준 남북의 행보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안겨줬다. 북측은 사전점검단 파견을 예정 방문일 하루 전인 19일 우리 측에 알렸지만 반나절 만에 돌연 취소했다. 북측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느니, 우리 측 보도에 불만을 품었다느니 온갖 추측이 난무했고 중단 이유를 묻는 통일부의 질문도 있었지만 아무 대꾸가 없었다. 그러다 하루 만인 20일 다시 방남 결정을 알렸다. 외교 관례를 무시한 무례지만 이 과정에서 한마디 해명이나 사과도 없었다. 북측이 제멋대로 행동했지만 우리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북측으로부터 일방적 통보를 받고 이를 수용한 것밖에 없다.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첫걸음일 따름이다.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아직도 험하고 먼 길을 가야 한다.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군사회담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같은 난제가 불쑥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때도 지금처럼 북한이 남북대화를 볼모로 삼아 우리 정부를 쥐고 흔들려 할 수 있다. 남북대화와 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조급증에 빠진다면 북한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계속하되 무리한 요구에는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맞서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지금 남북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양보가 아니라 당당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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