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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是是非非]가상화폐 재정거래는 불법이다? 불법이 아니다?

조원희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 이후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투자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의 주된 지지층인 20~30대가 가상화폐 문제로 비판적으로 변하자 정부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 사이에 폭락했던 가상화폐 가격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번 폭락으로 ‘김치 프리미엄’(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현상)이 줄기는 했지만 ‘김프’로 약칭되는 김치 프리미엄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사실 가상화폐 가격의 프리미엄은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가상화폐 시가가 높게 형성되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외환의 거래나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 간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거래소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와중에 김치 프리미엄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린 가상화폐 거래도 늘고 있다고 한다. 바로 가상화폐 재정거래, 차익거래다. 재정거래(Arbitrary Transaction)는 같은 상품이 여러 시장에서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을 때 싼 곳에서 상품을 산 후 비싼 곳에서 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거래다. 가령 한국의 비트코인 가격이 비싸면, 싼 곳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한국에서 팔아서 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상화폐 재정거래는 합법일까? 불법일까?

우선 재정거래를 위해선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 계정이 있어야 하고, 현금을 입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외환송금이 필요하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연간 누계금액 5만 달러 이내는 지급 증명서류 없이 해외송금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중은행이 정부 정책에 따라 해외 거래소로의 송금을 허용하고 있지 않아 지금은 불가능하다.

만약 현금을 들고 해외로 나가 가상화폐를 구입하는 것은 어떨까? 여행경비는 상한액에 제한이 없다. 그러나 1만 달러를 넘으면 신고해야 하고, 세관장이 요구하면 지출 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만약 반출한 돈을 여행경비로 쓰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다만 여행경비에 가상화폐 구매 자금이 포함되는지 여부는 정부나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일단 관세청은 여러 번 해외를 왔다 갔다 하면서 가상화폐를 구매한 후 국내에서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것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1만 달러 이하의 현금으로 거래를 할 경우에는 달리 처벌할 방법도 없어 형평성에 안 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카드로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신용카드 이용한도액 내에서 구매는 문제없다. 그러나 관세법에서는 분기별 물품구매나 현금인출 합계액이 5,000달러 이상인 경우 관세청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해외에서 구입한 물품을 국내로 반입하는 경우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가상화폐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국내 반입 절차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관세를 문제 삼기는 아직 어렵다. 관세청이 검토 중에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 만큼 조만간 규정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거래를 통해 양도차익을 얻었다면 과세는 가능할까?

양도차익 과세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부가가치세나 거래세 부과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이슈와 맞물려 아직은 구체적 입장이 없다. 양도차익 과세는 기본적으로 가상화폐의 거래를 제도권 내로 포섭하는 것이고, 사실상 세원의 확보가 거래소를 통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정부 입장이 명확해진 후에나 본격 논의가 가능할 듯하다.



결국 가상화폐 재정거래는 일부 소액을 제외하고는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외환 송금에 걸리는 시간이나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송금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 등 여러 위험 요인들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소액 재정거래로 큰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유시민, 정재승 등이 벌인 가상화폐 토론회가 큰 화제였다. ‘유시민의 판정승’이라고는 평가가 많지만, 이는 기존의 화폐경제 관점에서 바라본 의견일 뿐이다. 필자가 보기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미래를 충분히 이해하고 판단한 것 같지 않다.

가상화폐가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지방선거를 위한 정치적 고려와 사회구조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히 정책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정부의 일차적 규제정책이 ‘불법행위 금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반드시 규제해야 하는 사기, 자금세탁, 환치기 등의 불법행위는 엄단하는 동시에 시장 상황이나 기술 발전을 좀 더 지켜보면서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정부의 정책이 갈팡질팡 하다 보니 이제는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 것인지 기준조차가 찾기 힘들다. 법의 해석이나 집행을 다루는 변호사로서는 참으로 난처한 상황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일관된 정책이 조속히 수립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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