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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세종과학기지 30년]-40℃ 견디는 월동대원의 삶은…

변덕스런 날씨에 상시 위험…신선야채 자급자족

2003년 12월 조난된 동료를 구조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강풍으로 고무보트가 전복되면서 숨진 고(故) 전재규 대원을 추모해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세운 고인의 흉상. /사진제공=해양수산부




지난 2003년 12월7일.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비보가 한국으로 전해진다. 동토의 땅에서 연구활동을 하기 위해 남극을 찾은 제17차 월동대원의 사고 소식이었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블리자드(눈 섞인 바람) 때문에 길을 잃고 세종기지 인근 섬에 비상 상륙한 3명의 대원을 구하기 위해 5명의 구조대가 기지를 나섰지만 높은 파도에 보트가 전복되면서 구조대 모두가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

이 중 7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지만 끝내 1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서울대 자연대학원에서 지진 전문가를 꿈꾸던 젊은 학도였던 고(故) 전재규 월동대원의 희생이 있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 사회는 혹한의 땅인 남극 세종기지의 열악한 환경에 눈을 떴다. 그 이후 2000년대 말 대대적인 보수와 증축 공사가 진행됐고 월동대원들에게 필요한 휴게실과 의무실·여가시설 등이 갖춰지게 된다. 2009년 쇄빙선 아라온호가 건조된 것도 전재규 대원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를 기리는 추모비가 2010년부터 세종기지 앞마당에 서 있다.

2003년 급작스런 눈섞인 바람에

8명 대원 실종 끝에 한명 희생돼



매해 12월 남극 세종기지를 찾는 월동대원의 삶은 영하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날씨를 견뎌야 하는 것이다. 혹한도 문제지만 급변하는 날씨도 위험하다. 세종기지가 대원의 희생이라는 아픔을 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픔이 있었지만 30년이라는 세월의 보람도 컸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펭귄 마을’이다. 세종기지에서 남동쪽으로 2㎞ 떨어진 나레브스키 포인트 해안언덕에는 2,000쌍의 젠투펭귄과 3,000쌍의 턱끈펭귄이 서식하고 있다. 펭귄뿐만이 아니다. 윌슨 바다제비·남극도둑갈매기 등 모두 14종의 조류와 현화식물인 남극좀새풀 등 식물 88종이 분포해 있다.

이곳을 발견하고 71번째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세종기지 월동대원이었다. 이 때문일까. 이곳에 서식하는 펭귄은 종종 세종기지까지 건너와 월동대원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펭귄마을’ 보호구역지정 주도

의식 잃은 외국선원 구하기도

혹한 환경 속 韓 자긍심 키워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의 목숨을 구한 것도 우리나라 월동대원이 보람을 느꼈던 사건이다. 2014년 4월19일 토요일 오후4시께 기지 통신실로 다급한 무전이 들어온다. 국내 한 기업 소속의 8,000톤급 어선에서 외국인 선원이 사고로 의식을 잃었다는 내용이었다. 세종기지에서는 의료대원을 중심으로 즉각 팀을 꾸려 어선에 올랐고 의식을 잃은 외국인 선원의 응급처치를 신속히 진행했다. 이후 긴급히 칠레 푼타아레나스 병원으로 후송된 환자는 결국 목숨을 구했고 이후 세종기지 대원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남극의 삶은 열악하다. 2010년 신선 야채와 과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영양분 섭취를 위해 식물공장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해마다 남극을 찾는 월동대원과 하계대원이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을 계산해 컨테이너 4~5대 분량의 식량이 매해 남극을 찾지만 항상 부족한 것이 바로 신선 야채와 과일이다. 2~3개월에 한 번씩 소량의 과일을 항공편으로 조달하지만 운송료도 비싸거니와 변덕스러운 날씨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 같은 월동대원의 삶은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2014년 MBC 무한도전 배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그맨 박명수 씨가 한 월동대원 가족이 보내는 선물을 직접 들고 갔다가 날씨가 좋지 않아 결국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화상통화만 하고 돌아섰다. KBS의 1박2일도 세종기지 방문을 계획했지만 결국 남극에 발을 딛지 못하고 화상통화로 끝맺기도 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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