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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형제의 난' 재점화]'신동빈 사임청구서' 내민 신동주...종업원지주회 설득 나설듯

'영어의 몸' 신동빈, 경영권 방어 예전만 못할수도

일본롯데는 확정판결까지 입장표명 유보 가능성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일본 롯데 대표 사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 한국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대거 정리하며 지난 2015년 이후 지속된 ‘롯데 형제의 난’은 동생인 신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되자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목소리를 키우며 경영 복귀를 꾀하고 있다.

1심이 나온 13일 신 회장에 대해 즉시 사임과 해임을 주장한 신 전 부회장은 과거 신 회장의 신변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같은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지난해 4월 신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됐을 때도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에 대해 “사임과 함께 대주주로서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도 “일본 롯데홀딩스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6년 6월 주총에서 패배한 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계속 상정하겠다는 ‘무한 주총’을 선언하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도 “(신 전 부회장의 사임 요구는) 특별한 게 아니다”라며 “신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려는 의도로 늘 그래 왔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영어의 몸’이 된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예전에는 일방적 외침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1인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011170) 등 주요 계열사를 편입하지 못한 상태다. 이들 계열사의 중간 지주 역할을 하는 회사가 호텔롯데이며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 회사가 99%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 오너가의 개인회사 격인 광윤사(28.1%)가 대주주다. 또 과장 이상 직원 130여명으로 구성된 종업원지주회(27.8%), 공영회 및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가 지분의 대부분을 갖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호텔롯데 이하 계열사의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고 일부 지분을 가진 롯데지주(004990)에도 관여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대주주인 광윤사를 움직여 일본 롯데홀딩스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 이후 한국 롯데까지 장악하는 ‘큰 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롯데 지주 출범 과정에서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면서 확보한 7,000억여원으로 추정되는 자금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롯데의 한 관계자도 “광윤사가 일본 롯데에 주총 소집을 요구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또다시 일본 롯데에서 지분 대결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역시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을 지지하는 일본 롯데를 장악할 수 있는가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 부재를 틈타 일본 경영진이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걸림돌 역시 적지 않다.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 회장의 일본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바야시 CFO는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물로 신 회장이 직접 롯데로 영입했다. 이들 역시 신 회장을 도와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 전 부회장을 밀어낸 만큼 신 전 부회장과 손을 잡기는 거북하다. 신 전 부회장도 이들을 두고 ‘롯데를 장악하려는 일본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축출의 대상으로 삼은 만큼 공생할 수 있는 명분도 약하다. 과거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벌어진 네 차례의 지분 대결에서도 신 전 부회장이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결국 신 전 부회장은 이들을 통하지 않고 일본 롯데의 종업원지주회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롯데가 신 회장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입장 표명을 미루면서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약 신 회장이 항소해 2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다면 길어도 6개월 안에 경영권을 둘러싼 혼란은 말끔히 사라질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롯데의 경영권이 요동칠 가능성은 적다”며 “하지만 신 회장이 대법원까지 가서도 실형이 확정된다면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 회장 부재로 혼란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은 일본에서 경영권 분쟁이 재발한다 해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흔들기를 방어해왔다. 하지만 신 회장이 없는 현재 일본 측과 교감할 수 있는 한국 롯데의 고위층은 많지 않다. 경영권 문제가 불거지면 롯데는 신규 투자나 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과 조직 내부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롯데 관계자도 “일본과 한국의 가교, 혹은 조정 역할을 한 사람이 신 회장”이라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더라도 신 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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