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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갖는 몇가지 의문점

안의식 탐사기획팀장

코인, 회사 내재가치와 무관

회사 잘 돼도 연관고리 없어

발행 주체도 별도 재단으로

일부서 '기부금과 유사' 주장





“주식발행(IPO)을 하려 했을 때는 투자자들에게 수백번 프레젠테이션(PT)했지만 6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코인발행 때는 몇 번 PT를 했음에도 300억원이라는 돈을 모았습니다.”

최근 해외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페 코인발행(Initial Coin Offering·ICO)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한 벤처기업가는 이같이 말했다. 블록체인과 코인 투자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주는 사례다.

ICO 투자는 주로 백서를 보고 진행된다. 백서에는 해당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 비즈니스(서비스)모델, 해당 코인이나 토큰이 발행되고 유통되는 구조 등을 설명한다. 이 백서와 해당 회사 및 경영진의 업력 약력 등을 보고 투자자들은 코인투자를 결정한다.

그럼 IPO와 ICO는 어떻게 다를까. 주식에 투자할 경우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매년 배당도 있다. 회사 내부정보를 볼 수 있는 권리도 갖게 되고 지분이 크면 회사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회사가 파산할 경우 법적인 순서는 있지만 잔여재산에 대한 권리도 있다.

ICO 투자는 어떨까. 해당 코인의 가격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오를 수 있다. 그 코인을 발행하는 프로젝트가 일반인을 상대로 한 서비스 프로젝트라면 해당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다다. 주식처럼 회사 내부정보를 볼 수 있는 권리도, 경영에 참여할 권리도 없다. 회사 재산에 대해서도 어떤 권리도 없다.



해당 프로젝트가 잘됐을 때 코인 가격상승으로 연결되는 내재적인 과정도 애매하다. IPO에 투자해 해당 회사가 잘될 경우 주식의 주당 수익가치·자산가치가 상승한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수급을 떠나 주가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코인은 해당 회사의 가치와 내재적인 혹은 법적인 연결고리가 없다. 회사의 수익이 오르고 자산이 커져도 코인과는 무관하다. 그래서 시장가치가 중요하다. 시장가치를 유지하고 올리기 위해 대부분 코인은 발행량을 일정수량으로 제한한다. 그러나 수량을 제한한다고 해서 직접적인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수급요인에 따라 가격에 영향을 줄 뿐이다.

ICO를 진행하는 주체 역시 법적으로 회사가 아니다. 회사와 별개인 재단(foundation)이다. 따라서 어떤 전문가는 ICO 투자를 ‘기부금 내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백서에서 밝히는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명분과 사업모델·경영진이 훌륭해 기부금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누가 암호화폐 투자를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무늬만 블록체인’으로 유사 ICO가 만연한 것도 문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이다. 굳이 블록체인을 쓸 필요가 없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프로젝트가 너무 많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이나 의약품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프로젝트가 많아졌다. 이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이 돼지고기 등 해당 농축산물이 유통과정에서 위·변조 없이 투명하게 관리되는 줄로 생각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담보하는 것은 ‘정보’의 위변조 불가, 투명성·보안성이지 해당 실물의 위변조 여부는 아니다. 중간에 실물을 바꾸면 방법이 없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현재 ICO를 하는 업체 중 꼭 블록체인 기술이라야 풀 수 있는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은 5%도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95%는 꼭 블록체인 기술이 아니어도 가능한 프로젝트임에도 ICO 붐을 이용하고자 블록체인 기술을 갖다 붙인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블록체인과 코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1단계 무시, 2단계 회의론, 3단계 호기심, 4단계 결정화, 5단계 수용(책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고 주장한다. 종교와 유사하다. 하지만 IPO와 ICO의 특징을 간단히 비교만 해봐도 암호화폐 투자의 취약점이 드러난다. 그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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