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예의를 지킵시다] "카톡으로 야동 보내고 ㅋㅋㅋ"…성희롱 놀이터로 전락한 일터

[5. 만연한 직장 성폭력]

가해자 성희롱 인식 못해 충격

혼자 연애감정에 휩싸이기도

인사고과 등 불이익 걱정에

피해자 80% "참고 넘어가"

위계 악용한 직장 내 성희롱

범죄로 접근해 일벌백계해야





국내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27) 주임은 최근 지인들에게 “사표를 쓰고 싶다”고 호소한다. 상사이자 노총각인 강모 대리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와 카톡을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밥 먹었니? 언제 시간 돼? 영화나 볼까? 드라이브 갈래?” 같은 ‘작업용’이다. 김씨는 “40대 가까운 남자 선임이 열 두살이나 어린 신입 직원에게 밤에도 카톡을 한다”며 “회식 때 만나면 은근슬쩍 가까이 앉아 접촉하는데 정말 소름끼친다”고 말했다. 더 무서운 사실은 강씨 혼자 느끼는 연애감정이다. 김씨는 “최근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내가 ‘튕긴다’고 말했다는 걸 들었다”며 “가해자가 아예 성희롱 인식 자체가 없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고 토로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30대 수행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장 내 성문제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직장 성희롱은 대부분 안 전 지사처럼 지위를 이용하는 경우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15개 업종, 3,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성희롱을 조사한 결과 무려 86.8%가 상급자가 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 중 셋은 간부와 임원(34.6%), 또 다른 셋은 직속상사(28.4%)다. 선임직원(14.8%), 원청직원(9.0%) 등 성희롱은 본인보다 윗급에 있는 사람들이 행한다.

경남에서 취업준비 중인 정모(25)씨도 최근 한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시도 때도 없이 성희롱에 시달렸다. 50대인 지사장이 “요즘 고생이 많다”며 어깨동무를 하는 일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브라질리언 왁싱을 해본 적 있냐”고 묻기도 했다. 정 씨는 “우리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 브라질리언 왁싱을 얘기할 땐 너무 징그러웠다”고 회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씨는 밤에 30대 남자 대리로부터 카톡으로 포르노 동영상을 받아본 적도 있다. 너무 놀라 답을 하지 않으니 대리는 “친구들 단톡방인 줄 알고 잘못 보냈다 ㅋㅋㅋ”는 답만 왔다. 정씨는 “인턴 생활할 때 부서 남자직원들이 전부 정신이상자로 보일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직장 내 성희롱을 상급자가 행하는 탓에 피해자들이 쉬쉬하고 있다. 당장 불이익을 받을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78.4%가 “참고 넘어간다”고 답했다.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개인적 처리는 6.8%에 불과했다. 사내기구(0.6%)나 외부기관(0.3%)을 통해 처리하는 경우는 0.9%다. 100명이 성희롱을 당할 때 1명도 조직 내 규정이나 사법처리를 안 한다는 얘기다. 이유 가운데 절반(48.2%)이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다. ‘업무 및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돼서(16.2%)’ ‘소문·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13.9%)’도 주요 이유였다.



문제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별거 아니다”라는 가해자들의 인식이다. 여가부가 7,844명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의 성희롱 심각성을 인지하는지 조사한 결과 50.3%가 보통(32.4%) 또는 별로(10.9%), 전혀 심각하지 않다(7%)는 반응을 보였다. 여성 45.4%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데 반해 남성은 32.4%만 심각하다고 인지했고 보통 또는 별로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반응만 62.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희롱의 특성이 기본적으로 ‘위계’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성희롱을 범죄로 인식해 처벌로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전반은 분명 민주화했지만 수직적인 업무 관계가 있는 직장은 예외공간으로 남아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한 횡포를 고발하는 창구를 마련하고 가해자의 혐의가 판명나면 강력한 처벌을 통해 분명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김우보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