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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S 유전자 검사 시대 활짝…"항암치료 불가능은 없다"

서울대병원, 정밀의료센터·튜머보드 가동

암관련 유전자들 변이부위 한 번에 분석해

잘 들을만한 표적항암제·면역치료제 선택

항암치료 실패·재발 환자 치료 성과 속속

서울대병원 정밀의료센터의 김태유(오른쪽부터) 센터장과 윤홍석·이계화 교수가 최신 유전자 변이 검사장비 가동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지난해 4차 항암치료에 실패했던 비소세포 폐암 환자 A씨. 이런 경우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대개 3~6개월 안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약 300개의 고형암 관련 유전자를 기판에 올려 개발한 ‘암 유전자 패널(묶음)’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검사를 했더니 기존의 단일 유전자 검사(Sanger sequencing·생어시퀀싱)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의사는 이 유전자 변이에 잘 듣는 표적항암제를 처방했고 A씨는 1년 이상 생존해 있다.

#수술 후 재발·전이가 반복됐던 악성 흑색종 환자 B씨. 지난해 암 패널을 이용한 NGS 검사에서 ‘마이크로 새털라이트 유전자 불안정(MSI HIGH)’ 상태가 확인돼 당시 2상 중이던 면역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 상당한 치료 효과를 봤다. MSI가 불안정한지 여부는 대개 대장암 환자 등을 상대로 검사하는데 B씨는 이 유전자의 변이 여부까지 검사할 수 있는 고형암 패널로 NGS 검사를 한 덕분에 재발·전이가 잦은 이유를 알아냈고 임상시험 중인 맞춤 약물로 치료 기회를 얻는 행운도 누렸다. B씨와 같은 MSI 변이 환자는 5%쯤 된다.

이처럼 걸음마 단계지만 NGS 유전자 패널 검사가 맞춤형 항암치료, 정밀의료 시대를 활짝 열어가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정밀의료센터와 임상의사들이 참여하는 튜머보드(암위원회)가 그 전위대다. 서울대병원은 고형암·혈액암 환자, 어떤 병에 걸렸는지 모르는 희귀질환자의 염색체·유전자 수십~수백개가 하나의 기판 위에 올려져 있는 유전자 패널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희귀유전질환 클리닉, 11월 정밀의료센터를 오픈했다. 암·희귀질환 유전체·임상 데이터베이스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NGS 검사 결과를 10명 안팎의 혈액종양내과·외과·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 의사와 센터 생물정보학(BI) 전문가가 환자에 대한 NGS 검사 결과에 따른 제안, 임상 정보, 전 세계의 각종 데이터를 PC 화면에 동시에 띄워놓고 보면서 최적의 치료방법을 논의하는 튜머보드도 만들었다. 폐암 등 고형암은 주 1회, 백혈병 등 혈액암은 월 1회 운영한다.

튜머보드 운영과 맞춤형 치료방안을 찾는 과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미국의 암 정밀의료 플랫폼 ‘사이앱스(Syapse)’도 도입했다. 환자의 임상 정보와 방대한 유전체·유전자 정보를 통합관리·해석해 다양한 암 치료 옵션을 제공,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해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사이앱스는 현재 미국의 300개 병원이 활용하고 있으며 정밀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해 유전체 정보에 대한 해석과 암 치료 옵션을 보완해가고 있다. 사이앱스는 ‘인공지능(AI) 의사’라고 불리는 왓슨과 달리 임상의사의 노하우와 지식에 크게 의존한다.

유전체·임상정보 통합 플랫폼 도입도 한몫

“항암제 암종별 적응증 허가체계 개선 필요”

생물정보학 전문가인 윤홍석 정밀의료센터 교수는 “유전체 분석이 기술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임상의사가 NGS 유전자 변이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최적의 치료방안을 찾아가는 단계로 진입했다”며 “특히 연구에서 임상용(유료) 검사로 넘어가는 초기 단계인데 우리 병원의 경우 고형암보다 혈액암이 약간 빨리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NGS 장비·시약을 만드는 업체로부터 NGS 검사결과 및 제안을 받아보는 몇몇 병원들과 달리 서울대병원은 임상·유전자 데이터를 연계·융합한 ‘바이오 빅데이터’, 더 나가 ‘한국판 사이앱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김태유 정밀의료센터장은 “암과 희귀질환을 시작으로 향후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도 정밀의료를 적용할 계획”이라며 “지방 국립대병원 등과도 네트워킹해 NGS 검사 수요를 확대하고 바이오 빅데이터를 공유하는 ‘정밀의료의 허브’로 키워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NGS 유전자검사 따로, 치료제에 대한 규제체계가 따로인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 센터장은 “현재 패널검사를 통해 맞춤형 치료방안을 안내받을 수 있는 암환자는 20%,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암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암환자는 5% 미만이어서 환자들도 불만”이라며 “정밀의료가 활성화되려면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공공기관, 학회가 폐암·대장암 등 암종별로 치료제를 허가해주고 적응증 허가를 받지 않았으면 처방하지 못하게 된 현행 규제체계를 빨리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검사 결과 같은 유전자 변이 부위를 표적으로 한 항암제라면 암종 구분 없이 처방할 수 있는 쪽으로 규제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이계화 정밀의료센터 교수는 “그동안 폐암·대장암·유방암 등 암종별로 진단·치료를 해왔으나 NGS 검사 등 유전체 분석결과와 임상 데이터를 통합하는 정밀의료 시대에는 진단결과와 치료방법이 종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튜머보드는 임상의사들이 개인 진료실에서 나와 튜머보드에 모여 최적의 치료방안을 논의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변화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갈 길은 꽤 험난하다. 이 교수는 “유전체 데이터는 정보량이 방대한데 암종마다 유전자 변이 부위 등이 다르고 어떤 약으로 치료할지, 어떤 경과를 보일지에 대한 해석이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사이앱스 도입은 유전자 변이가 임상 데이터와 접목돼 어떻게 해석되고 치료방법·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리하고 분산된 병원의 임상 데이터 등을 통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서울대병원 튜머보드(암위원회) 위원들이 암환자의 유전자 변이 분석 결과와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암 치료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실에 모여 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 NGS 유전자 패널 검사란

수십~수백개 암·희귀병 유전자 염기서열 한꺼번에 분석

변이 부위 등 파악해 정확한 진단·맞춤치료 근거로 활용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검사는 암·희귀질환과 관련된 수십~수백개의 유전자 묶음(패널)을 하나의 기판 위에 올려놓고 어떤 부위에 변이가 있는지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진단·치료시간과 검사비용을 줄이고 기존의 단일 유전자 검사(Sanger sequencing·생어시퀀싱)에서 알 수 없었던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사람의 유전자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 30억개가 일정한 순서로 늘어서 있는데 정상인과 달리 일부 부위의 염기가 없거나, 중복됐거나, 순서가 뒤바뀌거나, 엉뚱한 염색체 부위에 가서 붙어 있는 등 변이가 있으면 원래 역할을 못 하거나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만들어내 암·유전질환 등에 잘 걸릴 수 있다. 특정 치료제가 잘 듣거나 안 듣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해당 유전자 부위를 알고 이를 겨냥한 표적항암제 등이 있다면 생존기간을 늘리거나 완치까지도 가능할 정도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어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지 모르는 환자라면 어떤 유전자 부위에 변이가 있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NGS 유전자 패널 검사기관’으로 승인한 병·의원에 한해 검사를 허용하고 45만~66만원(본인부담률 50%)의 건강보험 검사비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 해온 단일 유전자 검사는 몇 개 유전자를 개당 40만~50만원까지 내고 검사하는 것만 가능했다. 3개만 검사해도 최고 150만원이 든다. NGS 검사대상은 암환자와 유전성 질환자·의심환자다. 고형암은 위암·폐암·대장암·유방암·난소암·악성 뇌종양 등 10종, 혈액암은 급성 골수성·림프구성 백혈병 등 6종(5개군), 유전성 질환은 유전성 난청·망막색소변성 등 4개 질환군을 아우른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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