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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미술을 알아야 산다] 몬드리안의 붓, 100년 후를 내다보다

■정장진 지음, 미메시스 펴냄

QR코드 닮은 '브로드웨이…'

디지털 변혁 예고한 '첫걸음'

4차 산업혁명 시대 생존 전제

'문화사적 인식'의 능력 강조





지난해 7월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한 삼성전자(005930) 평택공장은 단일 반도체 생산 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축구장 400개 크기 부지에 가로 500m, 세로 200m 규모로 건설된 이 공장의 몸집 이상으로 특별한 것은 벽면이다. 새하얀 벽을 굵은 검정색 선으로 나눠 빨강, 파랑, 노랑의 크기가 다른 색으로 채운 것이 추상회화의 선구자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을 떠올리게 한다. 이게 처음은 아니다. 삼성은 이미 10년 전부터 반도체 공장에 몬드리안의 그림으로 벽화를 그려왔다. 그러나 이 벽화, 그저 장식을 위한 게 아니었다.

피에트 몬드리안의 1943년작 ‘브로드웨이 부기우기’(사진 왼쪽)는 오늘날의 QR코드(사진 오른쪽)와 흡사하다. /사진제공=미메시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으로 불리는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공장 벽면은 검정색 선으로 구획해 빨강,파랑,노랑의 원색을 배치한 구성이 추상화의 선구자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사진제공=미메시스


광고와 영화를 미술사에 접목해 분석해온 저자는 “삼성전자가 거둔 60조 가까운 이익과 놀라운 실적은 결코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놀라운 확장세와 맞물린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배후에는 선제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한 시장 예측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이 공학적, 산업적 관점으로는 미처 계산할 수 없는 문명사적 미래 준비를 할 수 있었던 저력으로 저자는 ‘몬드리안 벽화’를 지목한다. 100년 전, 구상에서 추상으로 미술사의 흐름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몬드리안을 두고 당시 화단은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한 오늘날의 산업적, 문명사적 대변혁을 예고한” 첫걸음이었다. 나치를 피해 뉴욕으로 옮겨간 몬드리안의 1943년작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는 오늘날의 QR코드와 “놀랍도록 똑같다”. 형태적 유사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의 문제다. 디지털이라는 개념은커녕 단어도 없던 시절의 몬드리안이 미술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디지털 세계를 직관적으로 먼저 인식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의 표제는 ‘4차 산업혁명의 전제’를 앞세워 ‘미술을 알아야 산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미술은 “그림 그리고 조각하는 창작작업을 뜻하는 게 아니라” 몬드리안과 칸딘스키 등이 이미 100년 앞서 디지털 시대를 예견한 ‘문화사적 인식’의 능력”을 말한다. 그는 “4차산업 혁명은 디지털 논리가 문화와 미술을 만나 세계와 인간에 대한 새로운 관념들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단언한다.



BMW박물관에 전시된 롤스로이스 전면 그릴은 고대 그리스 신전과 꼭 닮았다. 실제로 롤스로이스는 파르테논 신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됐다. /사진제공=미메시스


이미 예술과 밀접한 산업분야로 자동차를 꼽았다. 롤스로이스는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위엄있으면서도 완벽한 조화미를 추구한 것이 차체와 그릴 등에서 드러난다. 두 발을 치켜든 말이 등장하는 페라리 로고는 바로크의 기마상 전통에서 왔다. 페라리가 파는 것은 단지 차뿐 아니라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가 그린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과 같은 진취성부터 말과 마차까지 아우른 그 ‘문화’까지 포함한다. 페라리는 자동차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테마파크를 아부다비에 열면서 붉은 스포츠카들을 마치 그림처럼 벽에 걸어놓았다. 프랑스의 설치미술가 아르망(1928~2005)이 했던 방식을 빌려온 것이다.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도 차를 벽에 걸어놓은 비슷한 전시방식을 볼 수 있다. 이를 독창적이지는 않으나 “참신한 시도”로 평가한 저자는 현대모터스튜디오의 역할에 주목하며 자동차의 현재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 문화와 예술을 더불어 보여주기를 제안한다.

동서양 미술사에 관한 저자의 지식이 해박한 덕에 책은 자동차, 광고, 가상현실(VR), 박물관과 미술관, ICT, 사물인터넷(IoT) 등을 두루 넘나든다. 2만2,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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