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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치분권과 헌장도시, 서울의 미래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순은 서울대 교수




글로벌사회에 진입하면서 세계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경쟁하고 발전한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세계의 유수한 연구기관이나 컨설팅 업체들은 앞다투어 ‘도시 경쟁력지수’를 발표하며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선정하고 있다. ‘세계도시’라는 개념은 글로벌 사회에 부합하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도시를 의미하며 많은 도시들이 세계도시의 반열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경제·교통·접근성·연구인력·활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도시의 정치와 행정체제는 도시경쟁력 지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들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세계도시에 속하는 런던·도쿄·뉴욕 등은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나름의 독특한 정치 및 행정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기관통합형의 국가다. 지방의원이 집행부를 담당하는 합의제 운영이 오랜 전통이었다. 그러나 2000년 ‘새로운 런던광역시(Greater London Authority)’를 창설할 때 대도시의 전략적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 기관분리형을 도입했다. 무엇보다도 런던광역시의회의 규모를 25명으로 만드는 소의회제를 도입해 합의기관의 효과성을 높였다. 런던지역 내의 국회의원 수가 77명인 점을 고려하면 런던광역시의회의 규모가 얼마나 개혁적인지를 알 수 있다.

일본의 도쿄는 도·농 통합의 대도시 광역체제를 갖춘 세계도시다. 도쿄도 산하의 인구 밀집 지역에는 23개의 특별구를 설치하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26개의 시, 5개의 정, 8개의 촌으로 이루어지는 기초지방정부를 구성했다. 이는 통일적이고 획일적인 제도보다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체제다. 도쿄도를 포함한 광역지역을 국제전략특구로 지정해 도쿄도의 경쟁력에 기초한 국제비지니스의 진흥을 모색하고 있다



인구 850만명의 뉴욕시는 미국 내 대표적인 세계도시다. 뉴욕시는 민주성과 효율성 및 책임성이 적절하게 조화된 정치·행정체제를 갖춘 ‘헌장도시’다. 헌장도시라 함은 뉴욕시의 정치와 행정체제를 시민들이 결정했다는 뜻이다. 뉴욕의 시장과 51명의 시의원은 선출직 공무원이다. 이러한 민주성을 바탕으로 서울시의 2배에 가까운 행정구역을 단층제로 운영하며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비록 5개의 ‘구’로 크게 나누어 구청장을 선출하지만 선출직 구청장은 시장에 대한 자문역할만을 수행할 뿐 행정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

뉴욕시는 시 전역의 투표로 시민보호관과 회계감사관을 선출함으로써 행정의 책임성도 높이고 있다. 시민보호관은 시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시민옴부즈만과 유사하다. 비록 시의회가 최고 정책결정 기관이지만 지방의회의 구성, 선거구의 조정, 시장의 거부권, 승계권, 선출직의 폐지, 선출직의 권한 변경 및 신설, 헌장의 변경, 시유재산의 처분에 관한 제한 등 뉴욕시의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의무적 주민투표제가 헌장으로 도입돼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향후 서울시의 경쟁력 제고는 자치분권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치분권의 관점에서 앞서 논의한 세계도시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울시가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정치 및 행정체제를 결정한다면, 서울시를 민주성과 효율성 및 책임성을 담보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를 만들 수 있다.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헌장도시다. 이미 지난 1945년 광복 이후 미군정 아래에서 서울시를 헌장도시로 발전시키는 안이 검토된 바 있다. 헌장도시는 시장과 시의회를 독립된 선거로 구성하는 기관분리의 모형을 도입하고 회계감사관·법무관·재무관 등을 별개의 선거로 선출하며 시의회의 규모를 소의회로 전환하는 등의 최종결정 권한을 시민에게 맡김으로써 정치·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시민의 역량을 토대로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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