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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ICO 규제의 그늘

조교환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9년을 꼬박 모아야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고 한다. 말이 9년이지 생활비·교통비에 부모님 용돈까지 챙겨야 하는 청년에게는 15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기약이 없다. 이쯤 되면 내 집 마련은 희망이라기보다 고문에 가깝지 않을까.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에서 주부·대학생까지 암호화폐 거래시장에 뛰어들어 ‘가즈아’를 외치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규제로 암호화폐 시장이 시들해지자 이제는 암호화폐공개(ICO)로 돈이 몰리고 있다. ICO란 신규 코인을 만들기 위해 암호화폐로 투자금을 모으고 이를 다시 코인으로 투자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러시아계 캐나다인 비탈릭 부테린(24)이 이더리움 개발로 자산 5억달러의 청년 갑부 대열에 오른 것을 보면 ICO 시장을 기회로 보기에는 충분한 듯하다.

ICO는 코인 발행뿐 아니라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쓰이기도 한다. 즉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개념이다. 그 투자에 대한 보상이 주식이냐 암호화폐냐의 차이일 뿐이다. IPO의 엄격한 잣대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벤처나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 충분히 활용될 만하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처음 ICO라는 개념이 등장했을 당시 ICO 시장의 규모는 43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10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인 것이다.



하지만 신사업에 길을 터줘야 할 정부는 정작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 ICO 전면 금지로만 일관하고 있다. 1월 ‘암호화폐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기준이나 추가 대책은 없다. 지난해 암호화폐 규제로 한 차례 홍역을 앓고 지나가자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자극해봤자 손해일 뿐이라는 계산일 수도 있겠다.

정부가 이렇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이 떠안는다. 국내 기업들은 날로 커지는 블록체인 시장을 선점하려 ICO에 나서지만 규제에 막혀 결국 해외로 나가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더루프와 블록체인OS는 스위스에서, 헬스케어 벤처 메디블록은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ICO를 추진했다. 가뜩이나 기업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또 다른 국부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이미 나온 기술을 그대로 베끼거나 투자금만 떼먹는 등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ICO의 허점을 활용한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 정부는 다른 국가의 정책을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하루빨리 ICO 투자 기준과 제도를 만들어 양성화하는 것만이 진정한 투자자 보호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교환기자 chang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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