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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중국의 비핵화 훈수, 판 엎지는 말아야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지난 7일 저녁 중국 동북부 휴양도시 다롄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 베이징 외교가에 나돌기 시작했다.

북한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베이징 특파원들은 중국 매체와 소셜미디어로 다롄을 찾은 북한 고위급 인사가 누구인지 퍼즐 맞추기에 나섰다. 공항 등에서의 교통 통제 움직임 등 정황을 감안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분석이 압축됐다.

당시 대다수의 전문가와 현지 대북 소식통들은 김정은보다 김여정 쪽에 더 무게를 뒀다. “김 위원장의 베이징 비밀 방문이 한 달 보름도 안 됐는데 최고지도자의 체면을 구기고 급하게 또 중국을 방문하겠냐”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다롄공항에서 김정은 전용기가 목격되고 다롄 최고의 리조트 방추이다오가 전면 통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결국 최고위급 인사는 김 위원장으로 판명 났다.

이틀간의 다롄 방문을 마무리하고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가자 두 번째 방중의 진의가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커졌다. 북미 협상판이 흔들릴 경우 충격파를 피하기 위해 보호판으로 중국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조차 단정을 내리지는 못하는 분위기였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방중이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이 같은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외교 전문가인 중국의 한 교수는 “단기간에 이뤄진 김정은의 두 차례 방중은 혈맹이라는 북중 특수관계 등을 고려할 때 그다지 어색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북미 간 협상을 앞두고 양측의 이해를 조율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 아니겠냐”고 진단했다. 그는 시진핑 지도부는 한반도 이슈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상황은 꿈에서조차 떠올리기 싫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에게서는 “비핵화 협상에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는 양측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방중 제안이야 북측이 했다고 발표할 수 있겠지만 이번 북미 핵 협상에 훈수를 두고 싶어 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속뜻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롄 회동 후 양측의 발표문을 보면 훈수 두기를 원하는 시 주석의 의지는 더 역력히 드러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북중 관계를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중앙(CC)TV는 시 주석이 “두 나라는 변함 없는 순치의 관계”라고 화답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드러난 발표 결과만 보면 3월 북중 정상회담 때와 큰 변화가 없다. 차이를 찾는다면 시 주석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시 주석은 “미국이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고려하기 바란다”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 안정을 실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원한다”고 했다.

에둘러 외교적 표현을 동원하기는 했지만 쉽게 정리하면 “한반도 이슈는 중국의 안보 이해와 직결되니 중국이 비핵화 논의 테이블에서 절대 빠질 수 없으며 향후 북핵 협상 과정에서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의제와 결론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16일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며 한미 ‘맥스선더’ 연합공군훈련을 비난한 것에 대해 시 주석으로부터 영향받은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한미 군사훈련 문제를 논의 대상에 올리도록 제시했고 김 위원장은 중국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 훈수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속뜻을 알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훈수를 두려는 중국의 영향이 미쳤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훈수가 도를 넘어서면 바둑판이 엎어지기도 한다. 중국이 자국 이해를 거론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결국 남과 북의 이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주변 강국은 보다 더 신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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