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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특별전] 그의 선, 산으로 솟고 달빛을 가두네

사상최대 '김환기 특별전'

22일 대구미술관서 개막

초기부터 '환기블루' 전성기까지

추상화·점화 등 대작 108점 전시

출품작 총액 1,000억 이상 추산

개인소장 '항아리와 시'도 공개

김환기 ‘산월’ 1959년, 캔버스에 유채, 100x80㎝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사진제공=대구미술관




사상 최대 규모의 김환기(1913~1974) 특별전이 22일 대구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작품만 108점이며 각종 도록과 기록물, 사용하던 도구 등 아카이브가 100점 규모로 선보였다. 국내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를 연거푸 5번이나 갈아치우며 65억5,000만원의 기록을 보유한 작가인 만큼 출품작 총액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작품값을 최소로 낮춰 책정한 보험가액만 480억원에 이른다. 미술시장에서의 독보적 영향력뿐 아니라 미술사적 가치도 ‘쌍끌이’하는 김환기의 예술세계 전반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 의미 있다.

전시는 1930년대 작가의 일본유학 시기부터 한국전쟁기를 아우르는 초기작에서 시작한다. 20대 초반이던 1936년에 그린 ‘집’은 크기는 작으나 젊은 작가의 실험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일찌감치 입체파, 미래파 등의 서구 미술의 경향을 받아들였고 1950년대는 대상을 단순화한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휘두르게 된다.

대구미술관에서 22일 개막한 ‘김환기’ 특별전 전경.


서울시대를 접고 도전정신으로 날아간 파리시대(1956~59년)에는 항아리, 십장생, 매화 등 한국적인 것을 기반으로 추상성을 실험했고 다시 돌아온 서울시대(~1963년)에는 산, 달, 구름 등 한국의 자연을 푸른빛으로 간결하게 그려 그만의 독특한 회화성을 다진다. 이 시기 작품으로 선보인 1954년작 ‘항아리와 시’는 서정주의 시를 오른쪽에 적고 항아리와 흐드러진 매화를 그린 것으로 지난 3월 말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구상화 중 최고가인 39억3,000만원에 낙찰된 작품이다. 개인 소장품인 그림이 경매 후 처음으로 공개 전시됐다. 도자기와 구름, 사슴과 학, 산과 바다를 상징한 문양이 고운 옥빛을 배경으로 펼쳐진 ‘영원한 노래’, 김환기의 고향인 신안 안좌도를 떠올리게 하는 ‘섬의 달밤’, 만개한 매화 꽃까지 곁에 백자를 보름달처럼 띄운 ‘매화와 항아리’ 등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명품들이 펼쳐진다.

김환기 ‘매화와 항아리’ 1957년, 캔버스에 유채, 55x37㎝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사진제공=대구미술관


김환기 ‘섬의 달밤’ 1959년, 95x146㎝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사진제공=대구미술관


김환기 ‘영원한 노래’ 1957년작, 캔버스에 유채, 162x130㎝ /사진제공=대구미술관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 뉴욕으로 건너간 지 7년째 되던 1970년 1월에 이 같은 일기를 쓴 김환기는 그 해 한국일보가 주최한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에 수천 개의 푸른 점을 별처럼 찍은 전면 점화(點畵)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미술사학자인 김영나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러한 공모전에 김환기 같은 유명 화가가 출품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움이었고 그의 변모한 화면은 더 큰 놀라움이었다”면서 “서양화 첫 세대로서 김환기도 처음에는 소재나 색채에서 한국적인 멋과 색을 찾았으나 서양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독창적인 작품들이 탄생한 것은 뉴욕에서였다”고 분석했다.

김환기 ‘17-Ⅷ-73 #317’ 1973년, 코튼에 유채, 164x209㎝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사진제공=대구미술관




김환기 ‘듀엣 22-Ⅳ-74-#331’ 1974년작, 코튼에 유채, 178x127㎝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사진제공=대구미술관


전시 후반부는 추상화의 완성형인 점화들로 가득하다. 붉은색 점화 ‘1-Ⅶ-71 #207’은 최초로 공개됐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 일명 ‘환기블루’라 불리는 푸른색이 절정에 오른 1972년작, 짙은 푸른색과 깊은 초록색 점들이 샛길 같은 흰 선 주변으로 퍼지는 1973년작들, 말년을 예감한 듯 푸른빛이 다소 어두워진 회청색 화면 안에 나무 아래 선 두 사람을 그린 듯한 ‘듀엣’ 등 대작이 긴 여운을 안긴다. 김환기의 예술세계에 대해 박미정 환기미술관장은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에게 ‘예술은 시(詩)정신의 발현이며 그의 안목은 한국 전통문화의 절제미와 서양 미학의 세련미를 함께 알아보았다”면서 “영원을 노래한 시정(詩情)은 초월의 풍경을 낳은 숭고의 미학”이라고 평했다. 전시는 8월19일까지.
/대구=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대구미술관에서 22일 개막한 ‘김환기’ 특별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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