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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북미회담 전격 취소] 靑 "99.9% 성사" 자신했는데... 한미회담 이틀만에 '날벼락'

■당혹스런 靑

"한미간 공조 견고" 자평했지만

중요한 순간엔 귀띔도 못받아

북미간 강경태도 돌변도 간과

文, 상황파악·대책마련 집중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후 11시30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 결정 관련 대책 논의를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을 청와대 관저로 긴급 소집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4일 심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접한 청와대는 그야말로 날벼락 맞은 듯 놀라고 침통한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6·12회담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6·12회담 취소 소식이 날아든 직후 청와대가 보인 공식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시도 중”이라는 김의겸 대변인의 기자단 공지 메시지였다. 해당 공지가 청와대 출입 기자단에게 날아온 시각은 24일 밤 11시 23분. 청와대 측의 두 번째 공식 반응은 약 28분 뒤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기자단에게 보낸 공개 메시지였다. 윤 수석의 메시지는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밤 11시30분 임종석 비서실장,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청와대 관저로 긴급 소집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6분뒤인 24일 밤 11시57분께 “사실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을 소집한 셈”이라는 윤 수석의 보충 설명이 공지됐다.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6·12회담을 돌연 취소하리란 정보를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수를 던진 진의 파악을 위해 부랴부랴 외교안보라인의 주요 참모들을 긴급호출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는 출범 후 다양한 채널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공조가 흔들림 없음을 강조해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역대 한국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취임 후 약 1년 1개월여만에 다섯 차례나 한미정상회담을 열었고 공식으로 확인된 문·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만 해도 15차례나 됐다. 이런 성과 덕분에 청와대 참모들은 한미 정상 간 공조가 역대 어느 때보다도 견고하다고 자평해왔다. 그러나 정작 위기의 순간에는 양국 정상간 공조는커녕 중대한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측으로부터 귀띔조차 받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모양새가 됐다.



한미간 엇박자는 북한의 최근 대미·대남 강경태도에 대한 상황판단 차이에서부터 감지됐다.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인 ‘맥스썬더’를 빌미 삼아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한반도문제와 관련해 영구적 비핵화를 주장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에 대해 북한이 공개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4·27 남북정상회담까지만 해도 대남·대미 도발을 자제했던 북측이 이후 2차 북중정상회담 이후 돌연 강경자세로 돌아선 정황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6·12회담을 꼭 해야 하느냐는 식으로 물었다는 일부 외신의 보도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 외교안보라인은 이처럼 불길한 전조를 간과하거나과소평가했다다. 청와대 고위 참모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한의 태도 변화 배후에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석이나 비공식 자리에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추정일 뿐”이라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해왔다. 심지어 외교안보사령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한미정상회담차 미국으로 날아가던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99.9%라고 호언장담하기까지 했다.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후에는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성공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며 자신하는 청와대 참모들도 적지 않았다. 24일 오후까지만 해도 청와대 참모들은 6·12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되거나 순연될 가능성은 없다고 장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 이틀만에 날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공개서한은 문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배후론’과 ‘북한 의심증’을 누그러뜨리고 긍정적으로 설득하는 데 실패했음을 드러냈다. 이제 초점은 문 대통령의 다음 선택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북미관계 개선이 이뤄질 지 여부와 관계 없이 남북관계 발전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뜻을 여러 차례 대외에 내비쳐 왔다. 따라서 문 대통령으로선 일단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재개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이어지지 않도록 북측을 설득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소통을 재시도해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주선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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