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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갇힌 한국 유통] "韓, 골목상권 지키기에만 골몰...소비자 입장은 아예 고려 안해"

■카토 츠카사 오사카시립대 교수

경쟁력 있는 小점포들 지원하되

도태되는 상권엔 출구전략 필요





“전 세계에서 유통업을 극심하게 규제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 시계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소상공인과 대형 유통 기업을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요. 여기서 빠진 것이 있습니다. 한국은 모든 논의에서 항상 소비자가 빠져 있어요.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가토 쓰카사(사진) 오사카시립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현지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유통의 현실을 이렇게 지적했다. 일본 규제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국내 유통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열리는 유통포럼 행사에 참석한 적도 있다.

쓰카사 교수는 “한국 정부는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거나 작은 가게들이 대형 자본 때문에 고통받는다며 규제 강화에 대해 논의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대형마트건 소상공인이건 정부건 각자 추구하는 길을 가면서 서로 경쟁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 정책도 소비자의 이익이 목적이지 규제를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쓰카사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소비자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작은 점포들의 경우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경쟁 속에서 도태되는 골목상권은 적절한 ‘출구전략(exit plan)’을 통해 사라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규제에만 골몰하는 사이 원래 경쟁력 있는 상점들이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 혁신하지 않게 되면서 오히려 도태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과거 일본 정부가 ‘대점법’으로 유통 대기업을 규제했을 때도 소상공인들이 보호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떠올렸다.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규제를 강화해도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변하지 않는 소상공인들을 지켜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율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동안 각자 추구하던 전통을 고수할 게 아니라 특징을 갖고 손님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지금 관광객이 넘쳐나는 도톤보리는 여전히 그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어요. 고객의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머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기도 하고 인테리어를 바꿔 쇼핑하기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도 합니다.”

경쟁의 무기로 차별화와 전문성도 꼽았다. 쓰카사 교수는 “신사이바시에는 ‘오사카 전용 선물’만 개발해 파는 곳이 있는데 다코야키 모양의 과자, 어여쁜 여성의 향을 담은 캔 등 특이한 상품을 판매한다”며 “전문성을 가진 매력적인 상점만 살아남아 다른 가게들과 공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사카=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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