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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권고안 파장]엉터리 통계·뒤범벅 논리...형평성 함정 빠져 禍 키운 재정특위

금융소득 납세자 수 실제와 차이...개정안 효과 뻥튀기 우려

재산세 강화는 따로 추진...국민 부담 무시한 '각개격파 증세'

진행과정 '밀실·불통'...국민개세주의 등 민감사안은 손 안대





강병구(오른쪽 두번째) 위원장과 최병호(오른쪽) 조세소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종합부동산세와 금융소득세, 임대소득세 증세안을 공개하면서 내세운 첫 번째 근거는 “계층 및 소득 종류 간 과세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산 및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조세 형평성이 최우선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특위가 형평성을 과도하게 중시하다 보니 곳곳에서 모순이 속출하고 있다. 당장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라는 것은 임대소득 분리과세 기준인 2,000만원과 맞지 않다. 임대소득의 경우 2,000만원 이하는 올해까지 비과세지만 내년부터는 14%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처라는 개념에서 금융과 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기준을 맞춘 것”이라며 “임대소득은 2,000만원으로 하면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1,000만원으로 조정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위가 밝힌 통계자료도 엉터리다. 특위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면 현재 9만명인 종합과세 신고자가 40만명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분리과세 기준세율이 14%인데 종합과세로 바뀌면 6~42%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문제는 종합과세 시 분리과세 때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물론 현행 세법은 종합과세를 하더라도 분리과세 시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없게 했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상당수의 납세자는 현행 분리과세 때와 세율이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 사정에 정통한 세무업계 고위관계자는 “기준을 낮춰도 세율이 변하지 않는 이들이 상당수”라며 “31만명이 증가한다는 것은 실무를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각개격파 식 증세도 논란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세율 조정, 공시가격 상향이 겹쳐 있다. 이 중 공시가격 상향은 재산세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또 종부세 공정가액비율을 올리면 재산세도 일정 부분 조정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특위는 상반기 종부세, 하반기 재산세로 구분해 접근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시가격 급등으로 당장 이달 재산세 납부 때도 조세저항이 있을 수 있다”며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세목별로 따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정당국의 판단 여지를 없앤 채 무리한 단일안을 내놓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당초 공정가액비율은 두 가지 안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돌았지만 최종적으로 매년 5%포인트 인상으로 정리됐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도 2,000만원을 1,000만원으로 낮추라고 명시했다. 반면 다주택자 세 부담 강화는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정부에 넘겼다. 세무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정 부분 정부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줘야 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다”며 “자신들은 할 것을 다했다는 꼴이고 나머지는 정부가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위는 또 국민개세주의는 손도 안 댔다. 2016년 기준 전체 근로자 1,774만명 가운데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이들은 774만명(43.6%)에 달한다. 특위는 1만원이라도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는 외면한 채 부자증세에만 골몰했다. 특위가 평등이라는 이념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외 소통도 부족했다. 세금처럼 민감한 사안을 다루면서 특위는 진행 과정과 일정조차 비밀에 부쳤다. 공론화격인 공청회도 한 번에 그쳤다. 내부적으로는 증세와 관련해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과 소극적 증세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세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 안이면 정부가 더 빨리할 수 있을 텐데 특위를 왜 꾸린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세제는 수십·수백만 국민과 관련되는데 이를 너무 쉽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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